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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60돌' 사라진 보물들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8.17 09:17|조회 : 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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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60돌'을 맞아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주변 피해국들을 달랬다. 하지만 총리의 말은 허공을 맴돌뿐, 각료들은 줄줄이 신사참배에 나서고 총검을 둘러멘 황군복장의 일본인들이 도쿄 시가지를 행진했다. 외무성은 "전후 배상은 완전히 종료됐다"며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있지 말고 잊을건 잊고 미래를 향해 가자'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였다.

범죄자의 개과천선은 빼앗아갔던 걸 제대로 털어놓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른 다음에야 인정을 받게 되는게 순리이다. 그런데 일제가 우리에게 강탈해간게 도대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게 현실이다.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우리의 보물창고는 일제치하를 겪고 난 뒤 깨끗이 비워졌다. 결여된 정통성을 경제개발로 메워야했던 군사정권은 대일청구권에 급급해 형식적인 확인과정을 거쳐 문화재 4479점에 대해서만 일본에 반환을 요청했고, 그나마 이중 겨우 1432점만 30년에 걸쳐 돌아왔을 뿐이다.

역사상 모든 식민 지배국가의 주요 군사업무 가운데 하나가 식민지의 보물 약탈이었지만 일본은 그중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직적이고 악랄한 약탈을 수행했다.

1937년 일본 천황의 동생 치치부 왕자를 우두머리로 설립된 약탈부대 ‘긴노유리(きんの ユリ, Golden Lily)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각지의 금 골동품 보석은 물론 시체의 금이빨까지 빼내 일본으로 옮겼다. 미처 옮기지 못한 약탈보물들이 우리땅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이라는 보물사냥꾼들의 기대가 허황된 것만은 아닌 셈이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2개국에서 약탈한 금괴와 보물들은 야마시다 도모유키(山下 奉文)대장의 지휘아래 필리핀 루손의 험준한 산악지역에 묻혔다. 종전 직전 지하창고는 폭파됐고 건설 인부와 엔지니어들은 생매장됐다.

'전설'로만 치부되던 이 보물창고는 살아남은 필리핀 인부 로저 로자에 의해 발견됐다. 그중 일부가 당시 변호사이자 호족이었던 마르코스에 의해 가로채어져 대통령 당선의 밑천이 된 것은 필리핀에서는 비밀도 아니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법정은 로저 로자에게 마르코스의 재산에서 430억달러의 배상금을 주도록 판결, 일본 약탈보물의 실체를 인정했다.

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스털링 시그레이브는 다큐 저서 '야마시다 골드'에서 수천장의 서류와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일본 약탈보물의 실체를 낱낱이 밝혔다.

나머지 보물의 대부분은 트루먼 대통령, 맥아더장군, 덜래스 국무장관 등 극소수 인사들의 지휘아래 42개국 176개 은행계좌로 옮겨졌다고 폭로했다. 한걸음 나아가 미국 정부는 약탈에 관련된 전범들이 전후 일본의 집권세력으로 자리잡는데 약탈보물들을 지원했다고 결론지었다.

황당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더 황당한 일도 벌어진게 전후 국제사회였다. 맥아더 사령부는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중장을 비롯,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 731부대원들을 단 한명도 전범재판에 세우지 않은 것은 물론 돈까지 쥐어주며 생체 실험 자료를 사들이지 않았던가.

전후 독일이 피해국들에게 지급한 배상금은 450억달러, 이와 별개로 독일 정부와 재계는 2000년 나치 노예 노동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금 50억달러를 승인했다.

일본이 지급한 배상금은 30억달러에 불과하다. 총수가 중국 고대 골동품 약탈에 취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한 스미토모 그룹, 노예노동으로 모르핀과 헤로인을 제조해 관동군을 먹여살렸던 미쓰이 그룹 같은 일본 기업들은 배상의 '배'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전후배상에 있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강조하는 일본은 정작 자국 국민에게는 15차례나 법을 만들어 4000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기야 배상은 끝났다는 일본 외무성의 발언 뒤편엔 도둑맞은 집주인에 대한 야릇한 비웃음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도둑맞고 나서도 뭘 도둑맞았는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집에는 또 도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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