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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이 '이경규 가면'을 쓴 이유

[CEO이미지관리]말하기는 '사상의 패션쇼'… 제대로 말하는 것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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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있었던 세미나에서 엘리베이터 스테이트먼트(Elevator Statement)에 대한 실습을 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가 만나주지 않을 때를 대비하듯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30초 동안에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훈련이다.

막상 해보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적절하게 간을 맞추면 맛이 나지만 조금만 강해도 인상을 쓰게 되는 소금처럼 짜릿한 메시지 강도와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때때로 스피커들은 말하며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를 읽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피치는 말 그대로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같은 스토리인데 연기자에 따라 드라마 인기 순위가 다르고, 비슷한 강의 주제도 강사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수많은 상황과 대상에게 나의 스피치 능력은 과연 몇 점인가.
 
스피치를 할 때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가 효과의 55%를 좌우한다. 적잖은 스피치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나 역시, 유독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자연스런 자세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사무엘 존슨은 스피치를 ‘사상의 패션쇼’라고 표현했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적 요소들과 바디 랭귀지를 통하여 스피치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들 중에는 의상 준비에 소홀한 사람이 많은데 사실 의상이나 전체적인 용모는 스피치를 시작하기 전 상대에게 내미는 명함과도 같다. 용모치장만으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스피치 내용과 역할에 어울리는 용모를 갖추어야 상대방이 보기에도 자신 있고 당당해 보인다.

두 발은 어깨 넓이로 벌이고 체중은 양발에 균등하게 준 상태에서 허리와 어깨를 곧게 펴고, 머리를 똑바로 든다. 마이크와 입술의 간격은 보통 10~30cm를 유지하고 각도는 30~45도로 할 때 전달력이 좋고 여유 있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는 청중을 두루 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 역시 상당 시간 연습하지 않으면 눈은 정면을 보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눈에 뵈는 게 없이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이 상황이 되면 시야처럼 말의 내용도 뿌옇게 된다.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시선은 표정을 살려준다. 어떤 미소도 자신감 없는 눈빛 속에서는 어색하고 초라해진다. 생생한 눈빛을 하고 스피치 내용에 맞는 변화무쌍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를 빨아들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체격에 맞는 적절한 정도의 제스처는 내용을 강조하거나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므로 소리를 높여 강조하는 것보다 전달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충분히 사전에 연습하고 경험을 쌓아야 빛을 본다.

무엇보다 행사 전 캠코더로 촬영을 하여 모니터링하거나 주변인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한번 촬영하여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은 유능한 컨설턴트의 잔소리보다 큰 효과가 있다.
 
또한, 내용을 전개시키는 과정에서도 사실과 정보 위주로 설명하기보다는 예화와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연설 내용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상투적인 문장이나 이론적 설명보다 연사의 경험들과 예화이다.

주의할 것은 같은 유머를 해도 본인의 표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효과나 전달력은 크게 달라진다. 요즘은 유머가 연사의 호감도뿐만 아니라 스피치 전체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청중이 마음을 열어주기를 원한다면 어떤 애절한 호소보다 유머가 특효약이다. 특히나 긴 시간의 스피치라면 적절한 타이밍의 유머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집중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 이때 예화나 유머는 보편적이고 품위를 잃지 않는 내용이어야 하지만, 너무 흔한 속담이나 격언처럼 신선도가 떨어져도 식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허수경 아나운서는 집안살림을 할 때도 계속 말을 해본다고 한다. 청소를 할 때는 청소에 대해,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를 주제로 자신이 아는 내용들을 쭉 말해보면서 어휘력과 순발력을 연습한다던 인터뷰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능력 있으면서도 여유로운 그의 이미지는 어느 날 급조된 것들이 아니기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일 것이다.
 
스피치는 아는 단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듯 공을 들여야 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상점의 상품들이 어떻게 진열되었느냐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듯이 보다 전략적으로 자신을 디스플레이해야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교보생명에서 있었던 ‘비전과 CI 선포식’ 때의 신창재 회장의 일화는 가히 감동적이었다. 그는 격려사를 시작하며 코미디언 이경규의 가면을 쓰고 코믹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의 돌발 행동에 선포식장에 모인 임직원들의 궁금증은 한껏 증폭되었다.

그러자 그는 ‘이걸 쓰면 내가 이경규인가요? 이걸 쓴다고 이경규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CI를 바꾸고서 우리 모두 얼굴만 바뀐 교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우리가 변화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변화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그 자체’라는 메시지가 어떤 긴 잔소리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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