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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 보태 주세요"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8.26 19:00|조회 : 1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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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쯤 미국 뉴욕에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재기를 위해 결성한 '익명의 채무자 모임(Debtor's Anonymous)'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신용불량자는 커녕 신용카드 개념조차 없던 터라 퍽 궁금했던 주제였습니다.

묻고 물어서 어렵사리 찾아간 비밀 회합 모임 장소는 뜻밖에도 맨해튼의 화려한 쇼핑중심가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파산자인 척 하고 잠입?했던 저는 다른 빚쟁이들과 빙둘러서서 손을 맞잡고 '파산자 헌장'을 외우고, 스스로의 파산 경험을 고백하며 재기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거의 울먹이다시피하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던 사람들에게 취재를 위해 신분을 속인게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사람들 다 빚갚고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마전 그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나의 인터넷 구걸기(카린 보스낙 지음, 재인 펴냄)'라는 책입니다.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인입니다. 저부터서가 남이 돈벌면 배아프기 마련인데 모처럼 남이 돈번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고향 시카고를 떠나 꿈을 안고 찾아온 뉴욕. 방송사 PD라는 번듯한 직업도 갖고 맨해튼의 화려한 아파트에서 살며 전형적인 뉴요커의 삶을 시작합니다.
헬스클럽 헤어살롱 삭스5th애비뉴 블루밍데일즈...주위엔 온통 그녀를 유혹하는 것들뿐. 당장 손에 쥔게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녀의 손에는 각종 신용카드와 백화점카드가 있는데요.

"그 까이거 나한테 이정도 허락하지 못할 거 있나..."라고 시작한 쇼핑, 첫 출근 정장에서 시작해 명품 구두, 핸드백, 심지어 '비키니 왁스'(이건 제 입으로 설명하기가 좀 뭣합니다)까지...결국 2만5000달러의 눈덩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채무상환 불능상태에 몰립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스토리입니다.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그녀는 결국 거리로 나가 구걸을 시작합니다. 단, 그녀의 '거리'는 사이버 공간이었고, 깡통 대신 마우스와 키보드가 그녀의 구걸도구입니다. 웹사이트 'www.savekaryn.com'을 개설한 그녀는 세상을 향해 1달러만 보태달라고 호소합니다.

어떻게 됐냐구요? "미친 *" "뻔뻔한 *" "차라리 몸을 팔아라..." 등등 입에 못담을 욕도 많이 먹습니다만 몇달만에 빚을 다 갚고 2002년 8월 모금을 마쳤습니다. 소니사와도 판권계약을 체결했다니, 조만간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나올 듯 합니다.

뒤를 이어 비슷한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영국에서는 가슴 성형을 위해 인터넷으로 가슴 성형수술 비용을 모금했던 여성이 소원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23세의 아시아계 학생이라고 밝힌 미셸이라는 여성은 'www.giveboobs.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 4500달러를 모아 자신의 가슴을 34A 크기로 만들었습니다(이 사이트에는 지금도 'before' 'after' 가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성'을 매개로 관음증을 상품화한 측면이 있는 이런 사례를 빼면 다른 유사 구걸 사이트들은 대부분 큰 성공은 못했습니다. 괜히 사이트 개설비와 서버유지비만 날린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카린의 인터넷 구걸 성공을 보면서 우선 떠올릴수 있는 교훈은 '궁지에 몰리면 뭐든 못할게 없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실천에 옮겨라'입니다. 사흘 굶으면 구걸 아니라 뭣이든 못하겠습니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인터넷에서 구걸해보면 어떨까'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즉시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한게 '대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조금 더 생각하면 '남들이 안하는 짓을 해야 성공한다, 뒤따라하면 꽝이다'라는 깨달음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고보면 돈주는 아이디어로 '골드뱅크'라는 회사가 코스닥 열풍을 주도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뷰어창 띄워놓으면 돈됩니다' 이런 걸로 '한큐'를 꿈꾸시는 분들은 이제 그만두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혹시라도 '시골서 올라왔는데 차비가 없어서...'이런 고전 스타일의 구걸을 인터넷에서 해보시려는 분들도 딴 일 찾아보시는게 어떨지요. 노력에 비해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뿐더러, '전자상거래에 있어서 기망행위로 인한 재산취득'은 형법 제347조 사기죄에 해당해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와닿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입니다.
즉, '완벽한 구걸'로 목숨을 이어갈 정도는 가능할지언정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카린은 자신이 신용불량자로 몰리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자료와 함께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때로는 독자들이 보내온 메일 가운데 재미있는 것들을 공개하고,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람들은 카린의 컨텐츠를 보고 구독료를 냈다고 볼수도 있을 겁니다.

카린은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와중에도 이를 기록 혹은 기억해둠으로써 한편으로는 콘텐츠를 축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망신을 무릅쓰고 자신을 남들 앞에 내던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한 것입니다.

주말, 머리도 식힐 겸 책한권 읽으시면서 유쾌하게 돈버는 꿈들을 꿔 보시죠.


<덧붙여서>

**뒷북 쳐서는 안된다고 위에서 스스로 썼습니다만, 한번 해 보렵니다(기자 중에는 이런 '짓' 하는게 처음이니까 꼭 '뒷북'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그동안 제가 써온 기사나 칼럼 '돈으로 본 세상'을 읽으시면서 'killing time'용으로라도 효용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분,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면 아래 계좌로 1000원 정도씩 성금을 보내줘 보시면 어떨까요.

'한푼'이라도 입금이 되면 제겐 정말 유쾌하고 큰 힘이 되는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안 되면?...말구요.

성금이 과연 들어왔는지, 만에 하나 들어왔다면 그 돈으로 뭐할지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은행 101-08-001560 예금주: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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