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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와 함께 달리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9.13 13:22|조회 : 1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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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날 때마다 한적한 시골길을 찾아 달리는 '달림이'들에게 먹물같은 연기를 뿜어내는 자동차는 공포의 대상이다. 오늘 아침 운동길에도 아파트 앞 경사로를 힘겹게 올라가는 차, 특히 경유차들이 내뿜는 매연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매연배출이 심한 경유차는 저감장치를 달든지, LPG차로 개조하든지, 아예 배출량이 적은 새 차로 바꾸든지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늘 든다(몇년전 LPG차량을 구입한건 순전히 세금과 연료비 때문이었지만 환경측면에서도 결과적으론 잘 한 선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게 푸념삼아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미 이런 노력들이 진행중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자동차 메이커나 소유자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이처럼 생각하게 됐을 리는 없고, 채찍과 당근을 갖춘 새로운 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땐 '도대체 공무원 국회의원들이하는 일이 뭐야'라고 불신했던게 미안해진다.

대표적인 법률이 올해부터 발효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다.
배기가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경유차에는 매연 저감장치를 달아주거나 LPG차량으로 개조하고, 그것도 불가능한 낡은 차는 아예 조기폐차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소형차용 디젤 산화촉매장치(DOC)를 달면 매연이 25%가 줄어들고, 대형차에는 매연 여과장치(DPF)를 설치함으로써 70%를 줄일수 있다. LPG차량으로 개조하면 매연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DOC는 98만원, DPF는 700만원이 든다. 소형차를 LPG로 바꾸려면 414만원이다.
시험사업기간인 올해는 이 돈을 모두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해준다. 올해 이미 9000대에 가까운 차들이 지원을 받아 새로운 '심장'을 달게 됐다(내년부터는 오염자 비용부담원칙에 따라 개인도 일정부분을 부담하는게 검토되고 있으니 경유차주들로서는 가급적 올해안에 설치하는게 좋을 듯하다).

문제는 저감장치나 LPG전환으로 문제가 해결안되는 조기폐차 대상이다. 7월부터 조기폐차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지자체를 통해 들어온 신청은 겨우 두 대.
보험개발원 평가기준표상 최저가격의 50%만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멀쩡히' 잘 굴러가는 차를 반값만 받고 폐차시킬 이유가 없다. 신청자격도 1톤 트럭의 경우 '제작된지 6년이내, 주행거리 23만 킬로미터 미만'같은 기준이 있어서 쉽게 조기폐차 시킬 마음이 안들게 돼 있다.

법 시행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조기폐차 의무화 규정이 실행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도권' 이야기이다. 반값 받고 폐차하느니 비 수도권에 차를 팔아치우거나 차적만 지방으로 옮기는 등 편법이 난무하고, 그것도 아니면 과태료 물면서 차를 계속 굴리는 '폐차저항'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물론, 어차피 폐차할 낡은 차에 국가가 돈을 대주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세금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하는 것도 맞다. 폐차비를 전액 지원했을 경우 자동차 평균수명을 단축할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모처럼 선진적으로 도입되는 환경 제도가 시행도 되기 전에 불구가 될 운명에 놓였다면 사전에 대안을 마련하는게 현명하다.

조기폐차가 자원낭비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감장치 설치나 LPG개조도 불가능하고 계속 시커먼 먼지를 내뿜는 자동차는 '멀쩡한' 차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과 국민건강 유지 비용을 증가시키고 연료를 과소비하는 돈낭비의 주범이다.

청명한 가을날, 매연없는 청정 자동차와 나란히 코스모스 핀 국도를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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