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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사표, '폼'은 날지 모르지만...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10.17 10:15|조회 : 3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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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꿈중의 하나가 '폼나게' 사표 한번 던져 보는 것이다.
못되게 구는 상사, 배알 꼴리게 만드는 사장에게 휙 사표를 집어 던지고 코트깃을 한번 쓱 여미며 돌아선다...생각만해도 통쾌하다.

인상 붉히고, 피차 어색해지는 시추에이션을 만들 것 없이 '띵~'하고 메신저로 사표를 날린뒤 '뭐야?'라는 한마디 대꾸할 틈도 주지않고 곧바로 메신저 끄고 사라지는게 '쿨'하고 더 통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사표를 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건들기만 해봐라 그만 둔다, 여기 아니면 밥벌어먹고 살 데 없겠냐'는 '한 칼'을 품고 그 칼을 상사에게도 슬쩍슬쩍 비춰주면서 살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는게 직장인의 비극이다.

'폼나는 사표'와 '검사스러운' 단결력

검찰총수가 '멋지게' 상사에게 사표를 던진 것도 사회적 파문과는 별개로, 따지고 보면 그런 한 칼이 있는 특별한 월급쟁이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불손한 생각을 해본다.

수십년 조직에서 살아남으면 막강한 '권력'을 한 손에 쥐지만 경제적 대가는 상대적으로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게 검찰일 것이다. 하지만 고위 검찰직으로서의 권력을 놓게 되면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미뤄뒀던 경제적 대가가 가능해지는게 이 특별한 월급쟁이의 매력이다. 직책을 떠나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검찰총장의 사표는 보통 월급쟁이보다는 훨씬 쉬운 결단일 수 있다.

아무리 경쟁으로 덤핑이 판치고 사무실 월세 못내는 변호사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고위직에서 물러난 분들을 나몰라라 할만큼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멸종되지는 않은 것 같다. 검찰 고위직들이 단체로 사표를 내자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갑자기 거물급 '전관'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옴으로써 초래할 수용능력초과 현상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이나 시장이나 고려할만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한 지도층 인사의 '결단'을 이렇게 삐딱하고 천박하게 딴죽을 걸어보는 것은 필자가 모든걸 돈으로 따져보는 '재테크부'에 몸담고 있는 탓이 클 것이다. 게다가 칼럼 이름도 '돈으로 본 세상'이라니...남에게 '태클' 거는게 생활화된 인터넷 문화에 젖어든 '온라인총괄부장'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거라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 말고도 오지랖 넓게 '빨갱이 논쟁'에 한 술 거드는 데는 시장경제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상식'으로 해결 안되는 의문이 많아서이다.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내지는 시장주의와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가 개인의 기본권이라는 상식 말이다. 그 기본중의 기본에 속하는게 표현의 자유이다. 이같은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와 신념을 갖고 있는 '보수주의자'를 '꼴통, 수구'와 한묶음으로 치부하는게 실례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잡아조지는 '마파라치'부활, 경제계가 경계할 일

자본주의의 핵심 구성요소인 사(私)기업이 권력의 간섭과 통제를 체질적으로 싫어하고 '자유'를 부르짖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뿐 아니라 그에게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도 채용단계에서부터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나섰던 것은 '착각'이라는 말 이외에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기업적 시각으로 보면', 또는 '경제를 생각한다면' 어쩔수 없는 선택과 행위였는데도 '생각이 다른' 권력기관이 걸핏하면 기업인을 오라가라 불러내고 잡아 가둬서야 되겠냐는게 재계가 갖고 있는 아쉬움이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인신구속 남발의 구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처럼 '시장' 근처에서 먹고 사는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검사는 잡아서 조지고, 판사는 (형을) 때려서 조진다..'는 말도 있지만 일단 '잡아 조지고 보자'의 극치는 뭐니뭐니해도 16세기 유럽의 '마녀사냥'이다.
당시의 검사 겸 판사라고 할 수 있는 성직자들은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은 일단 잡아서 두 손을 뒤로 묶어 물에다 집어 던지고 봤다.

가라 앉으면 "마녀가 아니어서 하느님이 품속으로 받아주셨다, 편안히 갔을 것이다"라며 '탁탁' 손 털고 돌아갔다. 행여라도 몸부림쳐서 떠오르면 "물에 빠져도 안죽는걸 보니 역시 마녀군"이라며 온몸에 기름을 발라 화형시켰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고 갖가지 형틀에 묶어 고문해보기도 했다. 한 마디라도 비명소리를 내면 악마이고, 죽을 때까지 찍소리 안내면 하느님이 지켜주는 선량한 양으로 판결했다.

죽은 마녀의 재산은 고발자와 성직자, 고백을 받아낸 고문자들이 나눠 가졌다. 재산이 많은 마녀 하나 잘 잡아내면 팔자를 고칠수 있었으니 요즘식으로 하면 '마파라치'가 날뛸 수밖에 없었다. 부자가 된 마파라치가 돈을 탐낸 다른 마파라치에 의해 다시 마녀로 몰리는 일도 없지 않았을 법 하다.

그렇게 '잡아 조지는' 마녀사냥으로 수십만명이 죽었다.
마녀사냥의 광기는 1950년대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빨갱이 사냥'같은 변종으로 진화돼 현대사회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희생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수'임무 착각하는 언론& '뉴 라이트'

그런 광기와 희생을 막자는 시대적 흐름 앞에 검찰은 한 목소리로 '독립성 훼손'을 외치며 지휘권자에게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기자회견, 검찰총장의 사표에 이어 오늘 아침 조선일보는 한 검사가 장관에게 '물러나라'며 보낸 이메일을 1면에 싣고 있다.

검사들의 분노 뒤의 순수한 혈기를 일면 인정한다 해도,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부당한 지시에 단 한번도 꼿꼿이 고개를 세우고 혈기를 부려본 적이 있었던가를 되새겨보게 되는건 어쩔수 없다. 마녀사냥에 기대어 '독립성과 권위'를 외치는 검찰의 모습에서 '검사스럽다'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게 나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마녀사냥의 진원지인 언론이 '그보다 덜한 잡범들도 지금까지는 일단 잡아다 족쳤는데 왜 이 빨갱이를 안 잡아가느냐'는 내용을 사설이라는 문패를 달아 당당히 내보내고,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을 선동하는데는 동업자로서 낯이 화끈거려진다.

말로 먹고 사는 언론이 말을 이유로 사람 하나를 잡아 가두라고 벌떼처럼 웅웅대는 것도 우습거니와, 그 선두에 서 있는게 '자유주의'를 신봉한다며 '뉴 라이트(New Right)' 구호를 외치는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는 것도 '개콘' 수준이다.

정말로 교수 한 사람의 말이 체제를 흔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거라면 스스로 옳다고 믿는 체제에 대한 박약한 믿음이 안쓰럽다. 위기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집권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방식을 마녀사냥으로, 소도구를 검찰로 택한 건 수준이 낮아도 한참 낮은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잡아넣어라'고 한다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칼자루를 쥐게 되면 자신이 칼날을 받게 된다. 그땐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옆에 없을 것이다.

'나는 너의 사상이 100% 틀렸다고 생각하며 반대하는 바이다. 그러나, 네가 그 사상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기꺼이 너의 편에 서서 네 사상을 지켜주겠다'
머니투데이 독자 한분이 검찰총장 사퇴 기사에 댓글로 상기시켜준 보르테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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