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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 파문..'오버'의 극치

[패션으로 본 세상] 오버는 오버를 낳으며 쇠퇴한다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5.10.18 12:33|조회 : 2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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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패션 컨설팅 회사인 '말콤 브릿지'(Malcom Bridge)를 운영하는 김소희 대표가 새로이 패션 칼럼을 선보입니다. 김 대표는 이 칼럼에서 패션 트렌드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이슈들을 분석하는 글을 싣게 됩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그동안 국내 유수 의류업체에서 패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주)엘지패션 'TNGT'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35년전, 기념비적인 멜로 영화 '러브스토리'가 개봉됐다. 1970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이 영화는 가난하지만 아름답고 당찬 여주인공 '제니'와 부호의 아들 '올리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정구 교수 파문..'오버'의 극치
주변의 냉대속에서도 행복했던 그들은 올리버가 변호사가 되어 막 살만해질 무렵, 제니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슬프게 이별한다.

이 영화 때문이었을까. 불치병은 70년대 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이덕화의 경우 76년 한 해에만 3편의 영화에서 죽어가는 여주인공을 지켜봤다.

'너는 달 나는 해'에서는 유지인이 불치병으로 죽어갔고, '진짜 진짜 미안해'에서 죽었던 임예진은 '진짜 진짜 잊지마'라는 후속작에서 또한번 불치병으로 죽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신파'(新派)가 탄생한다. 물리학에서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던가. 트렌드에서도 같은 의미로 '오버(over)'의 법칙이 존재한다. 유행 현상에 있어서 '오버'는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 오버의 증가와 함께 서서히 트렌드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때때로 오버는 걷잡을 수 없이 트렌드를 가속시킨다. 한번 미니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속칭 '**치마'가 될 때까지 그 길이는 계속 짧아지게 되고 한번 팬털룬(나팔바지)이 유행하게 되면 청소부가 되어 길거리를 다 쓸고 다닐 때까지 바지통은 넓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오버가 극에 달할 무렵, 형세는 완전히 반전되어 새로운 트렌드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같은 반전의 시점에서는 언제나 '고전(古典)'이 다시 한번 등장한다는 점이다. 고전이란 신파와는 달리 많은 오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어 '클래식'으로 자리잡은 트렌드로서 패션을 예로 들자면, 영국풍의 '트래디셔널(Traditional)'이 전형적인 클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전이 부활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사람들은 너무 지나친 오버에 휘둘리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부터 전형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된다. 파격적인 오버들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며 결국 상식적이고 익숙한 것들 속에서 오버에 지친 마음을 달래도록 종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같은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 그래서 이미 지고 있는 트렌드의 상투를 잡아 어리석은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신파에 물릴 즈음 더 큰 '오버액션'의 드라마를 내놓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최근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법무부장관이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했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은 사퇴했다. 그러나 이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교육을 받고 자라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30~40대에게 이 문제는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물릴 만큼 물린 신파에 또 한번 오버의 법칙이 작용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강 교수 파문'이니 뭐니 하는 것은 언론과 정치단체, 그들만의 전쟁이다.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사태의 발단이 된 강 교수의 발언도 오버요, 그 발언이 이만큼 확대된 것도 오버다. 문제는 어째서 그같은 신파가 이만큼 흥행에 성공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예송논쟁을 기억한다. '무슨 색의 상복을 입을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에서 열띠게 벌였던 이 논쟁은 살기 어려운 서민들에겐 전혀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송논쟁이 치열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바로 내재적인 서인-남인 간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평가하면서 예송논쟁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가?

지금의 사태 역시 보혁간의 갈등이라는 운좋은 요소 덕에 시의적절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부질없는 오버들로 인해 헌정 사상 초유의 지휘권이 발동되는 오버가 일어났고 이렇게 된 다음에야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오버가 잇따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문제에 너무 많은 가치들을 투영하려 할 때 오버는 오버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오버를 할 만큼 도대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버는 무관심으로 다스리는 것이지 똑같은 오버액션으로는 대응되지 않는다.

물리학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가 쇠퇴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오버라는 것은 이미 쇠퇴의 전조다. 오래도록 '클래식'으로 남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사라질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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