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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채무자 선서'라도 해야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10.25 12:19|조회 : 1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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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에 비해 과도하게 돈을 쓰는 사람을 '소비중독증 환자(쇼퍼홀릭:shopperholic)' 라고 일컫는다.

소비중독증 자가진단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항목들이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수입과 지출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흑자 소비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소비의 효용이나 결과보다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긴다는 점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지어 중증 환자들은 카드결제 승인이 떨어지는 '드르륵' 소리에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환자들은 '그래도 명색이 잘 나가는 대기업 과장인데 나한테 이정도는 허락해도 돼' '본인에 대한 투자는 커리어 우먼의 첫번째 조건이지'... 이런 독백을 즐긴다. 한마디로 특히 자신에게 관대하다.

이같은 증상을 통해 조금씩 자제의 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데... 마침내 감당할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남에게 손을 벌리는데 대해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게 환자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은행대출로 갚고, 카드 돌려막기를 동원하고, 친구에게 급한 상황을 둘러대 돈을 꾸며, 정 안되면 부모나 친척들에게 그냥 달라고 한다.

이중 한 두 가지라도 해당되는게 있으면 중독증 내지는 위험 단계이다.

이런 무분별한 소비가 개인(가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과 정부도 크게 보면 마찬가지다. 기업이야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본질이 곧 무분별한 지출을 막는 장치이다. 잘못되면 곧바로 망하고, 구성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남들이 걱정 안해도 대부분 필사적으로 '건전한 장부'를 유지하려 한다.

개인도 행위주체인 자신과 가족이 파산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므로 어지간하면 정신차리게 마련인데, 정작 나라살림은 행위의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뿐더러 행위주체와 고통의 주체(일반 국민)가 다른 만큼 '건전한 지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주말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증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증세(增稅)'를 공식화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명분'을 좇아 기분을 내고, 그러다 안되니 손을 벌리는 모습은 정부가 '소비 중독증'환자를 닮아가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을 품게 만든다.

나라의 '벌이'가 시원찮은거야 새삼 길게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5.5%를 정점으로 올 1분기 2.7%까지 떨어졌고 내년에도 5%선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게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같은 국제기구의 전망이다. 수출입 제품 가격의 변화를 반영한 GNI(국민총소득)는 2·4분기 0%에 그쳤으니 나라 주머니 사정이 시원찮은 정도를 넘어 먼지가 날 지경이다.

그런데 '씀씀이'를 보면, 정부는 내년 9조원 적자재정을 비롯, 2009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내외의 적자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경기활성화나 고령화대책 실업구제 같은 필요성이 없다는게 아니다. 각종 보상금은 받은 사람이 황송할 정도로 퍼주고, 중산층 가정에도 몇만원의 보육료를 현찰로 주고, 발암물질이 검출된 물고기도 사주고...하는 식으로 '시원시원하게' 써 대는게
문제다.

경험상 '증세'라는 단어가 공식석상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정부가 한쪽손으로는 손사레를 치면서 이미 다른 한쪽손은 받아낼 돈을 셈하고 있었던 때가 많았다.
이미 가구당 부채는 3000만원, 가계 순채무 45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203조1000억원이던 국가채무가 올해는 248조1000억원으로 22.2%나 증가했다.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정부가 벌리는 손이 커지는 속도가 우려스러운 것이다.

마약 알콜같은 모든 '오남용'현상 치료의 첫걸음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채무자들의 재활모임인 미국의 '익명의 채무자모임'은 항상 "나는 채무자입니다..."라는 '채무자선서'로 모임을 시작한다.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 '나는 막대한 국민의 돈을 얻어 쓰는 채무자로서 성실하게 돈을 관리할 것이며...'라는 채무자의 다짐이라도 집어 넣어야 하지 않을까.

"용돈은 달라는대로 아끼지 말고 주어라.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사주어라. 그러면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것이 될수 있다고 오해하며 자랄 것이다"
집안 냉장고 문에 붙여 놓은 '자녀를 타락시키는 10가지 방법'속의 문구다. 달라는대로 너무 쉽게 내주고 살았던게 아닌지 슬슬 억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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