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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이사님의 말로

[사람&경영]신분에 집착하거나 종속돼선 안돼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5.11.16 12:49|조회 : 2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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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하는 회사를 처음 방문한 날이다. 회사가 시내 중심가에 있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빙빙 돌았다.

빌딩 책임자처럼 보이는 경비아저씨가 험상궂은 얼굴로 왜 여기 주차를 하려 하냐며 일행을 나무란다.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 해도 막무가내다.

요지인즉 "직원들 주차하기도 힘든데 당신 같은 객들까지 이곳에 주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되었건 그 주변에 주차를 하려는 사람은 다 질책의 대상이다. 하지만 누군가(somebody)가 나타나자 완전히 태도가 돌변했다. 고개가 90도로 꺾어지고, 그렇게 상냥하고 나긋나긋할 수 없었다. 아마 빌딩 주인쯤 되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이 방금 전 험한 얼굴로 야단치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었다.
 
대기업 모 이사의 별명은 '깁스'다. 하도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고 부하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자신이 이사라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직원들에게 전제군주처럼 행동하고, 무리한 요구도 많이 한다.

술을 먹으러 갈 때도 자신의 차를 운전할 부하직원(기사가 아닌 일반 직원임)을 대동했고, 출근시간에는 주변에 사는 직원을 기사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아무에게나 "야, 이게 뭐야" "너, 이리와 봐" 라는 식으로 하대(下待)를 했다. 그에게 이사란 계급은 신분의 상승을 의미했고, 그는 이를 마음껏 누리고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러던 그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우연히 길에서 그를 만났던 사람이 그에 대한 최근 동정을 전했다. "사람이 완전히 상했어요. 예전의 도도했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Everybody here used to be somebody." 플로리다 양로원에 붙어 있는 말이다. 여기 있던 사람들도 한 때는 잘 나갔던 사람이란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섬바디와 노바디가 그것이다. 지금 섬바디라고 폼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노바디가 될 수 있고, 노바디 또한 언젠가 섬바디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계급과 신분에 따라 일희일비하거나, 거들먹거리거나, 풀이 죽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권력의 차이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권력의 차이를 한탄하는 것은 해가 달보다 더 밝다는 사실을 한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학대와 조롱, 수탈과 정복의 구실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대개 높은 지위를 장악한 사람은 권력을 업신여김, 불평등, 착취 등의 형태로 남용한다.

부하직원을 못 살게 구는 직장 상사, 웨이터를 괴롭히는 주방장이나 손님, 선수를 들들 볶는 코치, 교사를 모욕하는 교장, 조교를 착취하는 교수, 학생을 조롱하는 선생, 급우를 따돌리는 학생, 자녀를 얕잡아 보는 부모, 용의자를 학대하는 형사, 환자를 아무렇게나 다루는 간호사….

신분주의는 아랫사람을 인격이 없는 노바디로 대함으로서 그들의 존엄성에 상처를 준다. 존엄성을 해치는 것만큼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다. 존엄성이 상한 인간은 다른 형태로 이를 보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신은 섬바디인가 아니면 노바디인가. 노바디에게 함부로 대하면서 섬바디에게는 비굴하게 행동하지는 않는가. 당신은 신분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한다. 그것보다 강한 본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무시하고 있다면 언젠가 보복을 당할 수 있다.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면 우선 남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신분주의적 억압은 그 안에 패망의 씨앗을 숨기고 있다. 이런 불평등은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 온다. 만약 자신이 현재 섬바디라 해도 자신의 제복에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높은 신분을 갖고 있다 해서 거기 집착하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노예 근성을 가질 필요도 없다.
 
신분이란 단기적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전문성을 나타내는 자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섬바디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섬바디가 되려는 사람은 그만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노바디의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섬바디와 노바디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것은 모든 현대인의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일 뿐이다. "먼저 된 자 (섬바디)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노바디)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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