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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15억 시주'와 세금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11.22 12:07|조회 : 15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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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인한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사용 내역에는 모 종교단체 기부금 15억원이 포함돼 있다. 회사로 들어갈 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으니 '장물'에 해당하는 그 돈을 종교단체가 원래의 주인, 다시 말해 회사와 주주에게 돌려줄지는 미지수이다. 주주들이나 회사측이 반환 소송을 내서 돌려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돈을 받은 곳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영수증을 발급해줬다는 후문이다.

◇두산비자금, 15억 기부금에 머무는 눈길

15억원 기부 영수증으로 연말 소득공제라도 받았다면 국세청의 원천징수 점검과정에서 총수일가의 비자금이 좀 더 일찍 적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반 기업에 돈을 건넸다면 그 회사의 회계감사 과정에서 돈의 출처가 꼬리잡혔을 수도 있지만 종교단체는 사정이 다르다.

외부감사 의무가 있는것도 아니고 장부가 공개되는 것도 아닌만큼 종교단체가 내주는 영수증은 부담없이 써주는 종이쪽지일수 있다. 어차피 비자금으로 기부한 두산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이었던 영수증을 없애버리는 것으로 '추적의 고리'는 끊기게 된다.

두산 총수 일가의 수백억 횡령액 중에 유독 15억원에 다시금 눈길이 가는 것은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이 영수증 한장이라도 따져서 한해의 벌이와 세금을 총정리해보는 연말정산 시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정해진 돈으로 가장 효율적인 나라살림살이를 할 수 있는지 예산안을 따져보는 것도 이맘때이다. 특히 나라 살림살이가 빠듯한 올해는 "세목을 늘려야 한다, 아니다 세금은 줄이고 걷을 돈을 제대로 걷어야 한다"는 논란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연말정산때가 되면 여전히 종교단체가 발행한 가짜 영수증으로 소득공제를 받았다가 적발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굳이 연말이 아니더라도 종교단체 기부 형식을 통한 재산은닉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당국의 '추적'과 이를 통한 세금추징 부담에서 벗어날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 그룹 회장이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인 1998년 현재 시가 50억원대의 집을 사찰에 위장 기부했다가 예금보험공사의 고발로 처분에 제동이 걸린 적도 있다.

◇"종교인, 세금 내야…" 내부에서도 제기

물론 세법상 '비영리 법인'의 지위를 얻은 이상 종교단체는 세무당국의 영역 밖이다. 또 근로소득세는 '근로의 제공 여부'가 기준이 돼야 하는데 종교단체 관련 활동은 '근로'로 볼수 없다는게 종교인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세법과는 무관하게 종교단체의 활동이나 수익의 성격에 관한 논쟁은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연초 서울의 한 교회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정년규정 시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고, 사측(교회)은 직장폐쇄 결정으로 맞선 사례가 보여주듯 일반 '근로'와의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기부금을 내는 신도의 머릿수를 기준으로 종교시설이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는건 비밀도 아니다. 종교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의 과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애매하다.

좀 오래된 자료긴 하지만 한국교회 100주년 종합조사연구보고서(1982년)에 의하면 한국 개신교의 지출예산 가운데 24.2%가 교회 건물 관리비로, 성직자의 생활비로 38.5%가 들어가고, 나머지 교육사업비, 16.8% , 상회비 5%, 선교사업비 15.5% 순이었다. 이처럼 '본연의 활동'인 선교와 구제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끊임없이 논란과 자성의 소재가 되고 있다.

한 조세 관련 전문가는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는 민감한 문제여서 언급하기 힘들다"면서도 최소한 투명한 회계공개라도 가능하도록 관행과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종교단체들이 '조세피난처'역할을 하는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종교 관련 종사자들이 자원해서 봉사 개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면세점 이하이다. 하지만 일부 성직자들은 '세금을 낼수 있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극히 일부는 권리와 재산을 상속까지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성직자들 내부에서도 떳떳하게 세금을 내자는 목소리가 나올수 밖에 없다.

기독교 사회책임운동의 서경석 목사는 지난 9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목사님이건 일반 시민이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새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최성규 목사도 22년째 갑근세를 내고 있다. 이미 천주교는 1998년 이후로 종사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를 해왔다. 조계종도 비록 중앙회 차원이지만 원천징수를 통해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경우도 유럽 일부 국가들의 성직자들은 갑근세와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별도의 종교세 명목이 존재한다.

◇어려울때 보태주는 사랑과 자비...먼저 나서길 기대

물론, 종교와 국가와의 관계규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카놋사의 굴욕'같은 역사적 교훈들을 익히 알고 있는 정치가들은 어느 누구도 방울을 손에 잡으려 하지 않는다. 잘해야 본전이고, 십중팔구는 종교탄압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게 현실이다.

민주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이른바 '성역'들이 많이 무너졌다. 5년만에 일제 정기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법조계 학계도 감시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철학처럼, 집권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적 사명만을 생각한다면 '남은 한 곳'을 덮어두고 갈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가권력 혹은 국민들에게 등을 떼밀려서야 또다른 갈등과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그보다는 종교단체나 성직자들이 먼저 나서서 '납세 확산을 위한 3보1배' '(투명)회계 정착을 위한 성령집회'를 여는 게 감동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신의 영역'을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일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질문정도는 허용되지 않을까. "법이니 윤리니 하는 인간의 잣대를 떠나, 힘든 곳에 손을 내밀어 주는게 하느님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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