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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나는 걷는다(1)

마음이 번잡하고 바쁠수록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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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는 책을 쓴 요쉬카 피셔 독일 외무부 장관. 이 양반은 꽤 별난 사람같다. 고등학교 중퇴에다 노숙자, 택시운전사, 녹색당 당수 등을 거친 인생유전도 별나지만 하는 행동거지는 더 유별나다.

독일에서 대중스타가 된 그가 얼마전 다섯번째 결혼을 했다. 행복한 만남과 가슴 아픈 이별을 반복하는 걸 보면 기가 뻗치는 다혈질임에 틀림없다.
 
한번 작심하면 끝을 보고 마는 그 스타일대로 다이어트도 화끈하다. 먹을 때는 너무 먹어 몸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살을 뺄 때는 앞뒤 안가리고 달려 결국 날씬한 몸을 만들어 낸다.

지금은 신혼 초니까 아마 살을 빼고 관리하는 쪽이겠지만 언젠가 또 무슨 계기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몸을 불리고 이별을 맞이할지 모른다.
 
그는 적게 먹고 많이 달리는 방법으로 1년만에 몸무게를 112kg에서 75kg으로 줄였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가 달리면서 깨달은 것들이다. 그는 자신의 비만이 결국 세상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욕망을 버리는 일과 같다는 점을 깨닫는다.

달리기가 그의 모습 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과 마음까지 건강한 상태로 돌려 놓은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달려 보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내 체질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꼴찌를 도맡아 온 오래달리기 실력이 어디 갈리 없다.

하지만 나도 걷는 것 만큼은 자신있다. 달리기 광이 있듯 굴리기(자전거) 광도 있고, 걷기 광도 있다. 물론 오르기(등산) 광도 있다.

'나는 걷는다'는 3권짜리 책을 쓴 베르나르 올리비에. 30여년간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와 방송국에서 정치,경제부 기자로 일했던 그는 63세 은퇴한 나이에 실크로드 대장정에 나선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 1만2000여km를 걷는다.

그 여정의 기록은 세상과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고독한 `행복일기' 다. 은근과 끈기로 뭉친 이 양반은 확실히 요쉬카 피셔와는 색깔이 다르다.
 
걷기라면 우리나라에도 고수가 많다. 멀리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와 18세기 중반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평생을 강호유랑(江湖流浪)과 주유천하(周遊天下)로 보냈다.

몇년전 '다시 쓰는 택리지'란 책을 쓴 신성일 씨는 남한의 7대 강과 300여곳의 산을 모두 걸었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는 10여권의 답사기를 쓴 유명 저자다.
 
노처녀 김남희 씨도 걷기파의 계보를 잇는 신예다. 그녀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 걸었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나면 2∼3일짜리 도보여행을 떠나다가 끝내 사표를 내고 온전히 길 위에 섰다. 얼마 전에는 티벳의 어느 지방인가를 걷고 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지금은 어디를 걷고 있는 지 궁금하다.
 
올 여름휴가 때는 그녀가 추천한 길 가운데 한곳을 골라 걸어보았다. 강원도 인제, 방태산 자락의 외딴 산골인 '아침가리'. 산이 너무 깊어 '아침에 해가 잠깐 날 때만 밭을 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옛 화전민 마을이다. 그곳 깊은 산길을 하루 종일 걸으면서 나는 영화 속의 '동막골'을 보았다. 그곳은 평화로운 '숲의 나라'요, '물의 나라'였다.
 
나의 이 걷기실험은 행복했다. 나는 사람들이 왜 두발로 걷고, 뛰고, 오르는지 이제사 알 것 같다. 그것은 일상과 욕망에 찌들어 돌아 보지 않는 '나'에게로 찾아가는 여행이다. 마음이 번잡하고 바쁠수록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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