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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영화속의 성공학]스물 한번째 글.. 영화 '무영검'+ 퍼포먼스 '점프'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5.12.11 12:10|조회 : 2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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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야말로 '뚝배기보다는 장 맛'이요', '꽃은 목화가 제일'이라 했다. 옛날엔 겉보기보다는 실속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빛 좋은 개살구'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이미지의 시대다. 20세기 초반 헝가리의 전위예술가 라슬로 모호이너지는 그런 세상의 흐름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는 "미래의 문맹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너무나 정보가 많아지고 이에 당연히 생각할 것도 많아졌다. 그래서 어떤 사물이나 사람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기엔 너무나 시간이 모자라다. 그런 속도의 시대에서 이미지는 요약되고 압축된 정보를 전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시대 흐름이야 어쩔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개인적으론 불만이 있다. 세상이 너무 이미지에만 치우치다 보니, 제 역할이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너무 많이 생긴다. 먹거리에 좋은 빛깔을 내기 위해 몸에 나쁜 색소를 넣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 면은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노래실력이나 음악성보다는 예쁘고 춤 잘추는, 그야말로 '비디오가 되는'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성량도 음감도 별로 없는 그런 가수들 말이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멋지고 잘 생겨야 스타성이 생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기력 없이 멋진 이미지만을 갖춘 반쪽 짜리 배우들도 너무나 많다. 어쩌면 이렇게 문화의 본질(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을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이미 촌스런 발상이 돼버렸는지 모르겠다.

정작 대중이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나 연기같은 것이 아니라, 멋지게 포장된 이미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처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업적 목적이 세상을 이루는 전부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살이의 기본은 어디가는 게 아니다. 물론 보기도 좋고 맛있는 떡이 최고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보기 좋은 떡보다는 맛있는 떡이 아직도 대우받지 않을까.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다.

#. 2

그 동안 '영화속의 성공학' 코너에선 영화속의 등장인물 이야기를 주로 해왔다. 우리 삶이 오롯이 녹아있는 개연성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상 속의 인물이니 필자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해도 억울해하거나 따지고 들 위험이 당연히 없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셔도 할 수 없다. ^^;

2% 부족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 '무영검'에선 배우들의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없는 용기를 냈지만 사실 말을 꺼내려니 겁부터 난다.

연예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각자의 '취향'인 문제인데다, 연예인은 대중문화에서 이미 일종의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거센 공격이 들어올까 두렵다. 그냥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가운데선 신현준이 가장 근사해 보인다. 물론 이미지가 아니라 연기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짬밥'이 긴 것도 있겠지만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가 알려진 것은 '장군의 아들'에서 연기한 '하야시' 캐릭터에서부터다. 이후 '은행나무 침대'에서 사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린 '황 장군'역으로 많은 여성들이 심금을 울렸다.

모두 이국적이고 강해보이는 남성적 이미지를 잘 살린 결과다. 그런 점은 무영검에서 맡은 군화평 역도 마찬가지다. 가문의 복수를 위해 발해 왕족을 없애버리는 암살단의 우두머리 역할과 신현준의 이미지는 딱 맞아 떨어진다. 당연히 연기도 자연스럽고 극의 전개와도 잘 어울린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피터 드러커 선생님의 말씀이 적용되는 경우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다간 보통사람 밖에 되지 못한다. 그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는 것이 미래의 생존방식이다."(물론 배우들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자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게 잘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이서진이 연기한 발해 왕자 대정현의 캐릭터는 실패한 것 같다. 과거 이서진은 드라마 '다모'에서 종사관 역할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귀공자 스타일의 외모와 매력적인 중·저음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의 주인공으로 그만이었다.

그러나 대정현의 캐릭터는 다면적이다. 살아남기 위해 장물아비로 위장해 있다가 발해왕조의 재건을 위해 나서게 된다. 왕자의 면모를 갖추기 이전, 장물아비의 모습을 연기하는 이서진은 상당히 어색하다. 그의 영화경력으로는 아직 이 정도의 다면적인 역할을 소화해내기에 다소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다모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근엄한 왕자의 면모는 괜찮았던 것 같다.

영화 '무영검'은 '무협'이라는 포장지를 풀면 '멜로'라는 알맹이가 들어있다. 여성관객이 주류인 우리 영화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감안한 선택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멜로적인 요소는 그다지 살아나지 않는다. 여기엔 연출 뿐 아니라 여배우의 책임도 상당하다.

왕자를 호위하는 여자무사 역을 맡은 배우나 군화평의 심복부하를 맡은 배우 둘다 연기력이 한참 부족해 보였다. 대사는 마치 책을 읽는 듯 하다. 화려한 고전 의상으로 화면을 채우는 매력에 비하면 연기는 너무나 허전하다. 물론 아직 젊은 배우들이니만큼 발전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니 이 이야기는 이정도에서 접자.

중국 무술 스탭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영화의 와이어 액션이나 칼싸움 같은 장면은 꽤 근사하다. 하지만 세심한 동작 묘사에서는 화려한 무협액션과 어울리지 않는 미숙함이 군데군데 보였다. 화려한 액션에서도 그 완성도를 높히는 것은 역시 섬세한 디테일이다.

또 무협 장르속에 멜로적 스토리가 완전히 묻혀버렸다. 거대한 물량에 화려한 액션도 좋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바탕에 깔려야 하는 장르다. 왕자와 호위무사간에 사랑의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너무 약했다.

이렇게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의 향연속에서 정작 감동을 전달할 이야기 구조와 연기라는 핵심적인 요소가 빠져 있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자주 경험했던 2% 부족한 그 느낌 말이다. 탄탄한 연기력과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는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는 명화들이 가지는 평범한(?) 공통점이다. 장르와는 크게 상관없이 말이다.

#. 3

얼마 전 무언(無言) 퍼포먼스 '점프'를 봤다. 코믹 연극이라고 하기엔 무술이나 곡예적인 볼거리가 많아 그렇게 이름붙인 듯 했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했다. 무술인 가족의 집에 도둑이 들어와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대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세심한 연출이 돋보였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의 텀블링이나 각종 무술 실력은 전문 무술가나 스턴트맨의 그것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과장된 스타일이긴 했지만 출연 배우들의 표현력이나 연기력도 제법 탄탄했다. 이 대목에서 당연히 한 가지 궁금증이 일게 된다.

무술 유단자들이 연기훈련을 받아 배우를 하는 것인지, 전문배우들이 무술과 곡예 훈련을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전문 연극배우들이 3년간이나 무술과 곡예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이해가 됐다.

아무리 훌륭한 퍼포먼스라도 잘 짜여진 연출과 연기력이 없다면 멋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점프 공연은 이미 해외에서도 꽤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이긴 해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다양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보기에 좋아야 부각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정작 우리가 충실해야할 것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을 잊고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로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돌아보자. "마음속에 진실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의 말재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상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자기만의 독특하고 옹골진 실력이 있다면 비쳐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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