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92.40 690.18 1128.50
보합 4.34 보합 8.8 ▼0.7
+0.21% +1.29% -0.06%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사립학교법·증권거래법, 돈으로 따져보면…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12.13 17:29|조회 : 14086
폰트크기
기사공유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중학교.
교실 앞쪽 벽에는 근엄하신 '총장님'사진이 늘 걸려 있었다.
체력단련을 위해서인지, 뭘 잘못해서인지 이유는 뭔지 모르지만 대학 교수님들이 총장님의 명에 따라 아침에 운동장을 몇바퀴 돌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전해졌다.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은 총장님이 직접 본인의 이름을 딴 '000공법'으로 지었다는 공과대학 건물이 랜드마크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십몇년뒤에 그 건물은 대표적인 부실건물로 판명나 폭파되는 운명에 처했다.

고등학교.
재단내부의 갈등으로 우당탕탕 시끌시끌 하더니 재단측에 섰던 선생님들이 어느날 교감 교장으로 승진했다. 조금 지나니 다시 평교사로 강등되고 관선이사가 파견되는 우여곡절을 지켜보며 고3 시절이 지나갔다.

국립대학을 마치고 초년병 사회부 기자시절. 처음 취재했던 대형 사건은 강남의 S고 분규. 선생님들은 양심선언을 하고, 학생들은 공부를 접었다. 학교앞 골프장부지에 오피스텔 운영권에 이르기까지 설립자 겸 교장선생님의 치부 실력은 혀를 내두를만했다.

개방형 이사제, 반대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억세게 재수가 없어서 이런 사학을 전전했을수도 있다. 여하튼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으면 한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을 줄일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이 모두 마찬가지일 터인데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학부모들을 헷갈리게 한다.

사학법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인 만행'으로 보는 시각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이다. 이사회 정수의 4분의1을 외부인사로 채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내용의 개정안이 어느덧 국보법 언론법과 더불어 현정권의 '3대 악법'으로까지 '격상'돼 있는데 대해 좀 어리둥절할뿐이다.

개방형 이사제에 대한 반대의 정서를 간추려 보면 대략 세가지이다.

첫째, 일부에 불과한 사례를 들어 전체 교육자들을 마치 범죄집단인양 취급한다.
둘째, 외부 인사(특히 전교조가 차지할 것이 분명한)가 이사진의 4분의1을 차지하면 사학의 독립성이 훼손된다.
세째, 개인돈을 들인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다.

첫째 이유는 정말 선량한 교육자들을 억울하지 그지 없게 만드는 일이다. 야속한 관료 언론 일반인들이 과격한 말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를 키워주신 참스승은 그런 상처까지도 감싸 안을 지언정 정말로 학교 문을 닫을 만큼 품이 좁지는 않을 것이다. 스승을 욕되게 하는건 오히려 '몇 %'에 불과한, 일부 사학비리의 주역들이지 이를 바로잡아보겠다는 시도는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외부인사, 그것도 불순한 외부인사들이 들어오면 교육과 나라가 거덜난다는 걱정이다. 그런데 나라건 기업이건 학교건, 대체로 집단이 거덜나는 이유는 폐쇄적인 지도체제와 경영때문이었다(북한 정권이 그렇지 않은가). 과거 경험상 사학문제를 일으킨 소수는 그 무엇보다 강고한 '혈연'을 기반으로 한 친족들이었다.

불순하게 조직화된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을 염려해야 한다면 그 조직 자체의 건강성을 먼저 되돌아보는게 순서이다. 어느 사학 재단이사장은 인터뷰에서 "국회도 이질적인 집단이 4분의1만 있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 못시키지 않느냐"고 했는데, '우군' 합쳐도 겨우 과반수를 넘는 현 정권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거뜬히 통과시켰지 않은가.

전교조가 교원평가제 자체를 거부하면서 '성역'을 지키려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 부정적인 여론과 호흡을 맞추던 사립학교 재단이 자신들의 권한에 대해서는 '절충안'조차 거부하고 성역을 쌓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적재산권 침해'...비시장적 논리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 '사적재산권의 침해'라는 말은 사실 시장논리로 보면 가장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학교는 설립 순간 주식회사가 아니라 재단법인이다. 그걸 각오하면서까지 귀한 돈을 바쳐 학교를 세운게 대부분 사학 설립자들의 숭고한 생각이다. 두고두고 '사적 재산권'으로 생각한대서야 사회적 존경을 온전히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재산권을 굳이 따지자면 따져볼수는 있다.
대학과 전문대는 그나마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결함 보조금이 4%와 7.5% 선에 그친다. 하지만 특히 이번 사학법 개정안에 반발이 심한 사립중고등학교의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결함 보조금이 75.8%와 54.2%에 달한다. 다시 말해 정부 지원 없이는 1년도 버티기 힘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인 것이다.
세금집행을 '대리'하는 정부가 사학법인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또 그래도, 사적 재산의 '성격'을 갖는 사학의 운영진 인선에 간여하는 것이 비시장적, 비자본주의적이라고 말한다면 시장경제의 근간인 증권거래법을 들어보자.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이사중의 4분의1을 사외이사로 채우게 돼 있다.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기업은 무려 2분의1까지 '외부인'이 참가해야 한다.
별로 도와주는 것도 없는 정부가, 재단법인도 아닌 사적기업 이사의 4분의1을 외부인사로 채우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아무리 출발이 순수한 사적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회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 감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공감대는 시장경제에서도 널리 인정되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은 "이사회가 경영권을 감시하지 못해 부실을 초래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사외이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도입됐다고 입법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여러가지 완충규정이 존재하는 사학법보다 증권거래법이 훨씬 '터프'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사회적 기능이나 사회의 부담을 따져보면, 사학법인 외부이사의 수를 2분의1로 하지 않은게 오히려 양반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결여될때 결국 그 비용은 우리 사회가 지게 되고, 이를 막는게 정부가 해야 할일이라는걸 우리는 외환위기의 경험을 통해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다. 증권거래법상의 사외이사 규정도 현재의 '좌파정부'가 아니라 외환위기 직후에 도입된 것이다. 사학이라고 그 교훈의 예외가 될수는 없는게 넓게 보면 시장의 논리이다.

모든 길은 '좌'로 통한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문제를 풀기 위한 열쇠구멍에는 각각 그 구멍에 맞는 열쇠가 있다는 점이다. 나오는 문제마다 족족 '국가정통성'논쟁으로 몰아가서는 뒷감당이 쉽지 않다.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성전'을 선포한 일부 언론이나 교단이 사학재단의 운영자라는 것까지 따지는 건 지나친 색안경이길 바란다.
하지만 평소에는 개방과 투명성을 외치다가 사학의 문제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건, 그리고 그 잣대의 눈금에 또다시 '좌파'의 색을 칠하는건 볼썽사납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모든 길은 '좌'로, 혹은 '우'로 통한다"는 단순간편한 결론때문에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따지고 보면 줄기세포 논란이 더 복잡하게 꼬인것도 정작 문제의 본질보다는 적군이냐 아군이냐를 따져 결론을 지어놓고 덤비다 보니 그런거 아닐까.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