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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수사 발표, 여전히 남은 의혹들

머니투데이
  • 양영권 기자
  • 2005.12.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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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7월26일부터 4개월 보름 넘게 진행한 안기부·국정원 도청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구속 기소된 김은성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은 자신이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중정이 도청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듯, 도청은 오랜 기간 암묵적으로 이뤄진 정보기관의 주요 업무였다.

검찰이 2개 정권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보기관의 인권 침해 실태를 규명한 것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검찰도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도청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성역 없는 수사로 한점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규명한다는 각오로 총력을 기울여 왔다"고 자평했다.

국정원의 도청에 대한 고백성사와 검찰의 도청 실태 수사 결과 발표는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역사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 일부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도청 내용의 최종 보고 라인은 안기부장과 국정원장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김현철씨와 이원종 전 전무수석을 제외하고는 도청 내용의 외부 유출 사례가 드러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의혹은 여전하다.

그동안 언론사 세무조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와 관련된 인사들의 통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도청한 국정원이 도청 내용을 정권 수뇌부와 교감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여러차례 제기돼 왔다.

안기부장이나 국정원장이 퇴임 이후에도 정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도청 내용의 용도가 안기부·국정원 내부용으로 국한됐을리는 만무하다. 구속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부하직원들의 도청 및 보고 사실을 시인하고 있음에도 "불법 감청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는 것은 당시 정권 수뇌부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상 규명에 대한 검찰의 노력이 요구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다른 의혹은 국정원의 도청 중단 시점. 검찰은 국정원이 개정 통신비밀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002년4월 감청 장비를 폐기하고 도청을 중단한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국정원이 장비 폐기 후 감청장비에 의한 불법 감청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도청을 자행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앞서 전직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는 과학보안국 해체 시점이 2002년9~10월인 점을 감안해 이때까지 도청이 계속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야당에서도 검찰이이나 국정원이 밝힌 도청을 중단 시기가 여권의 후계 구도가 불안정한 시기였던 점으로 미뤄 이때 도청을 중단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으로는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을 누가 제공했느냐는 것. 이부영 김영일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무산돼 이 부분 진실 규명은 여전히 검찰의 숙제로 남아 있다.

검찰은 김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이 폭로한 문건 39건이 대부분 국정원에서 불법 감청한 것임을 확인했다. 두 전직 의원과 함께 당시 도청 내용을 한나라당에 제공한 국정원 내부 인사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법 등을 적용한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1997년 삼성그룹이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제공한 대선자금의 출처와 홍석조 광주고검장을 통한 검찰 상대 '떡값' 제공 의혹의 실체.

검찰은 삼성그룹의 대선 자금 제공이 정치자금법으로 처리할 사안이나, 고발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정치자금법 개정(1997년11월) 이전의 행위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들이 제공된 돈의 성격이 계열사의 기밀비였다는 당초 세풍 수사때의 진술을 사실상 번복했다는 점에서 돈의 출처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규명이 필요했다.

검찰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정작 돈의 출처로 지목된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를 벌이지 못했다. 전직 국정원장을 2명이나 구속한 검찰이 재벌에 대해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검찰 간부 상대 떡값 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의 대처는 사실상 대검 감찰부의 조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관련자들이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발 내용은 신빙성이 없다고 사건을 매듭지었다. 국가 기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검찰이 보다 냉혹한 입장을 취했어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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