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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패션으로 본 세상]솔직한 인정과 깨끗한 대안제시가 신뢰를 얻어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5.12.27 12:43|조회 : 12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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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토요일 저녁에 더이상 '쇼'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쇼쇼쇼'라든가 '토요일 토요일밤에'와 같은 이른바 '버라이어티 쇼'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이덕화가 등장해 '부탁해요~'를 연발하던 쇼 프로는 최고의 인기프로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눈을 붙잡아 둔 것은, 하나의 완벽한 판타지이자 연출된 완벽함, 인위적인 세련됨이 보여주는 가공의 세계였다.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들이 출연했고, 연말이면 수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다채로운 쇼들. 이들은 왜 사라져버린 것일까.

우리 시대에 쇼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이제 아무도 완벽한 화려함, 완벽한 능숙함, 완벽한 영리함을 믿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사람들은 완벽한 영리함을 믿지 않을 만큼 영리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 속에는 완벽해보이는 것들이란 대부분 완벽한 척하는 위장한 것들이 됐으며, 이런 것들은 더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시대적 대세는 보다 솔직한 것들, 보다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해 열망하고 있다. 상상해보자. 자신의 삶에 대해 이제 막 비장한 각오를 한 젊은이가 있다면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효과적일까.

연단에 서서 '이 연사 두주먹 불끈 쥐고 굳게 외칩니다'라는 웅변을 택했다간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며 '아~ 나는 ~했다네'라는 한 편의 서정시를 읊는 것도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 그런 것은 너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촌스럽거나 시대착오적이다.

한편 힙합이라면 어떨까 다소 냉소적이며 비아냥스러운 랩이 훨씬 더 솔직하다. 힙합은 지극히 개인적 어투로 내뱉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가식이 개입되기 어려우며 낭만적으로 들뜬 어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침없는 일상이 담겨있다.

솔직함에 대한 열망은 패션도 마찬지다. 패션에서도 '오뜨꾸뛰르'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전세계 2000여명의 최상류층 고객만을 위해 만든다는 오뜨꾸뛰르는 이제 캐주얼한 패션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밀려 점차 의류사업의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 뿐인가. 젊은 세대들은 더 낡아보이고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패션을 추구하기 위해 청바지를 찢고, 옷의 실밥을 늘어뜨린다. 세상은 점차 가식과 인위, 가공된 완벽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대에서는 순진함과 어리숙함이 하나의 전술이 되어버린다. 간혹 어떤 완벽한 친절은 도리어 무감동하거나 무의미하다. 쇼핑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섰을 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직원들은 분명 불친절한 직원들보다 한 수 위이다.

그러나 이 기계적인 태도는 강아지가 지나가도 열리는 자동문처럼 느껴지기에 아무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일본에는 이같은 트렌드를 직시하여 성공한 '도요코인'이란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 각 지점별로 그 지역의 '아주머니'를 지배인으로 고용한다. 이들은 매끄러운 프로페셔널리즘보다는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택함으로써 다른 기업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성공을 거두었다.

이 친근한 아주머니들은 지배인으로 배정받으면서 1년의 연수기간을 보낸다. 이 기간중 1달은 '나는 이제 막 시작한 초보이며 아직 부족합니다. 여러분에게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대신 숙박비를 30-40% 할인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전략의 '생큐 소리' 기간으로 불린다.

생큐 소리 기간의 호텔 가동률은 100%이다. 고객들은 이 순수하고 담백한 솔직함에 감동을 느낀다. 별다른 부대시설이나 성인비디오 등이 제공되지 않는 도요코인에 대해, 구세대적 성인 문화를 싫어하는 신세대 직장인이나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은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우리는 과거에 이 사회가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완벽한 곳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곳곳에서 뜻밖의 허점들을 발견한다. 우리가 믿었던 완벽함이란 일방적으로 주입된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완전한 악의 축으로 믿었던 국가들은 오늘날 우방이 되었고, 정당성이 부족한 이유를 가지고도 전쟁은 결정된다.

이러한 시기에 완벽함을 주장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그보다는 솔직한 인정과 깨끗한 대안제시가 훨씬 신뢰를 얻는 시대다. 간혹 입사면접에서 근거없는 밀어붙이기식 자신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아직까지 보게된다.

어느날부터 지나친 겸손이 그다지 반길 만하지 않은 것이 되었듯이, 이제는 지나친 자신감과 완벽함도 '진짜'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시대에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고전적 전략이 어찌하여 이목을 끄는지 곰곰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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