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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모르는 것 세가지

[사람&경영]상갓집에서 생각나는 단상들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6.01.18 12:06|조회 : 3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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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유난히 주변에 돌아가신 분이 많다. 연초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 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지난 달에 사촌형님이 돌아가셨다.

일가친척도 별로 없는 집에 한씨 성 가진 남자가 셋이나 세상을 떠난 것이다. 또 얼마전엔 주말에만 세 건의 상가 집이 있었다.

상가집에 가는 것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정신 없는 일상에서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해 주는 계기가 된다.
 
첫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대부분 사람들은 마치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끝없는 탐욕과 집착, 죽자 살자하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렇다.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주변 사람에게 모질게 하는 것도 그렇다.

돌아가신 사촌형님은 글로벌 CEO를 오래하면서 명예와 부를 많이 쌓은 분이다. 지방에 멋진 전원주택을 마련해 형수님과 오래 살고 싶어하셨다. 하지만 은퇴 3년 만에 돌아가셨다. 허무한 일이다. 그렇게 빨리 갈 줄 알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았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세 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것이 그것이다. 확실하게 아는 세 가지가 있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 혼자 죽는다는 것,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만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할 수 있다면 삶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상가집은 우리에게 삶을 되돌아 보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깨달음의 장소이다. 상가집은 삶의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잘 살았다 그렇지 못했다가 판가름 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가집을 다녀올 때마다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지체는 높지만 진심으로 우는 사람이 적은 곳이 있다. 반대로 사회적으로는 별볼일 없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 짓는 그런 사람도 있다. 상가집을 다녀올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내가 죽을 때 내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조문객들은 나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떤 평가를 할까?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내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할 얘기를 자주 기억할 수 있다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명절, 결혼식, 상가집은 일가친척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명절이나 결혼식 때는 마음과는 달리 차분하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상가집은 다르다. 상가집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고인에 대해, 고인과 내 관계에 대해, 또 언젠가 닥칠 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삶 앞에 겸손해지고 차분해진다. 그러면서 여러 얘기를 주고 받게 된다. 한 동안 잘 나가던 친척이 어려워진 이야기, 몇 년간 어려웠던 친척의 딸이 일류 회사에 취직이 되어 얼굴이 핀 이야기, 동기 간에 절연을 하고 사는 친척 이야기…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 모두는 겸손해진다.
 
넷째, 감정의 흐름을 왕성하게 해 준다. 죽음만큼 희로애락이 엇갈리는 장소는 없다. 오랜 병치레 끝에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에 가면 슬픔과 함께 시원함이 느껴진다. 많이 울기 때문에 많이 웃을 수 있다. 슬프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이 벌어진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그랬다. 빵구난 양말을 신은 사람, 상주와 인사하는 것을 깜빡 잊고 그냥 나간 사람, 절을 하다가 볼펜과 핸드폰이 우르르 쏟아지는 사람, 절을 안 할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절을 해 놀라게 하는 사람, 절을 하다 방귀를 끼는 사람 등등… 도저히 웃을 상황이 아니지만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아니 많이 울기 때문에 오히려 잘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상가집은 화해의 장소이고 친밀도를 확인하는 장소이다. 오랫동안 서먹했던 친구를 조문하면 그것으로 많은 것이 풀어진다. 어려운 처지에 와서 위로를 해 주었다는 사실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너를 생각하고 있다, 그 동안은 그랬지만 앞으로 잘 해 보자는 묵언의 의미가 담겨있다.

반대로 올만한 사람이 오지 않은 경우는 오해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가는 것이 좋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지 못할 경우에는 부조를 많이 함으로써 만회하는 것이 좋다. 수년 전 정말 좋아하던 후배가 상을 당했는데 살림이 어려울 때라 부조를 적게 한 것은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귀찮게 생각했던 상가집에 대해 새롭게 생각을 정리한 후 상가집을 가는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 나 자신을 느낀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니."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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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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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부활필승  | 2006.01.19 16:14

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연상케 하는 담백하고 감미로운 글이란 생각을 하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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