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100.56 702.13 1128.60
▲8.16 ▲11.95 ▲0.1
+0.39% +1.73% +0.01%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어, 언제 시청 앞에 논밭이 생겼지?'

[사람&경영]가끔하는 사소한 실수는 주위를 즐겁게 한다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6.01.25 12:20|조회 : 17144
폰트크기
기사공유
얼마전 나는 하루에 세 가지 실수를 했다. 그 날 오전은 포항에서 강의가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을 가는데 이상하게 눈이 침침한 게 사람들 모습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잠이 덜 깨서 그런가 생각하고 자꾸 눈을 비볐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책이나 볼까 하고 책을 펼쳤는데 글자가 작아서 그런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무언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하고 그 상태로 포항에 내려가 회사 임원들에게 강의를 했다.

강의 중에는 집중을 해서 그런지 별다른 이상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점심 때 집사람으로부터 "별 일 없으면 전화를 해 달라는" 문자가 왔다.

평소에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다짜고짜 누구 안경을 쓰고 갔느냐는 것이다. 갑자기 웬 안경타령 하면서 안경을 벗는 순간 나는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화영이(큰딸 이름) 안경을 내가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평소와는 달리 화영이가 우리 방에서 잤는데 안경을 내가 주로 사용하는 화장대 위에 놓았고 새벽에 나가던 나는 아무 의심없이 그 안경을 쓰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것이다. 이것이 첫번째 실수이다.

그 날 강의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한 나는 시청 앞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김포에서 시청앞이란 표지판을 보고 아무 의심 없이 탄 것이다. 그 날 따라 비행 중에 문자와 전화가 많이 와서 거기에 답 하느라 버스에 타자 마자 열심히 전화를 걸고, 문자에 답을 했다.

그러다 정신이 들어 고개를 든 나는 논밭이 펼쳐진 풍경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시청 앞에 논밭이 생겼지?` 잠시 후 나는 시청 앞 가는 버스 대신 김포 가는 버스를 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두 번째 실수이다.

그 날 저녁은 우리 학교에서 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이 있는 날이다. 저녁 10시까지 수업을 하고 마무리를 하고 집에 가려는데 동료 교수님이 긴히 할 얘기가 있다면서 나를 생맥주 집으로 끌고 갔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얘기를 듣고 논의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탔는데 뭔가 허전했다. 코트를 호텔에 두고 온 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실수이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실수를 많이 해 식구들의 놀림을 많이 받고 있던 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어떻게 변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내와 딸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어떻게 남의 안경을 쓰고 다닐 수가 있느냐? 감각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심지어 미국에 있는 딸도 전화를 걸어 나를 놀렸다. "언니 안경 쓰고 돌아다니셨다면서요? 어떻게 사람이 남의 안경을 쓰고 그것을 모를 수가 있어요? 우리 아빠는 정말 대단해. 호호호…"

얼마 전 사촌형님께서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고 형수님은 몇 번이나 까무라치면서 슬퍼했는데 내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웃으셨다. 심지어 나중에 전화를 걸어 세 가지 실수 중 두 가지는 알겠는데 한 가지가 뭐냐고 물었다.

실수가 좋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 한 몸 희생해서 가족과 이웃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깟 실수를 조금 한들 뭐가 대수랴.

하기야 그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덜렁대는 성격의 내가 무슨 실수를 앞으로 또 할지 우리 가족 모두는 기대하고 있다. 개봉박두, 기대하시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4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트위터 로그인initial  | 2006.01.29 10:31

한박사님, 실수투성이 얘기잘보 았습니다.완벽한 사람에게는 주변에 모이질 않고 맑은물에 고기가 적다는데 실수를통한 주변인사들에게 웃을을 선사했다니 좋은일하셨군요.베트남에서 설맞이하...

소셜댓글 전체보기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