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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유행하는 이유

[패션으로 본 세상]무의미한 경주에 대한 탈피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6.02.22 12:52|조회 : 1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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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유행하는 이유
2003년, 전혀 새로운 트렌드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다름아닌 '웰빙',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살자'는 복지/행복/안녕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도대체 무엇때문에 우리는 웰빙이라는 트렌드에 심취하게 된 것일까.

웰빙의 시대가 도래한 데에는 따라갈 수 없는 시대의 변화나 흐름에 대한 중도하차의 의미가 불가피하게 담겨 있다. 현명한 체념. 그것은 지성적이면서고 공허하며, 그렇기 때문에 철학과 명상이 필요하다.

옛말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간 어디가 어떻게 된다고 했다. 사실 뱁새의 몸길이는 13cm이고 황새의 몸길이는 약 112cm이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뱁새의 마음이란 언제나 황새를 따라가고 싶은 법이다.

세상에서 '분수를 알라' 혹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라는 말처럼 잔인한 말도 없다. 이것은 한계란 결코 넘을 수 없으니 인정하고 주어진 대로만 살라는 압력적인 선언들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과연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이런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부끄럽거나 주제넘은 일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하게 살아있는 인간임에 대한 반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너무나 큰 벽들 뿐이다. 가난한 강원도 산골의 아이가, 서울에서 수백만원짜리 과외를 받으며 자라는 아이를 따라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TV에는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억억씩 벌었다는 사람들이 보도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천만원도 결코 쉬운 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던 어릴적 믿음은 사실 빛좋은 개살구였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절망의 경계를 깊숙이 느끼게 된 순간에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세상은 애초에 따라갈 수 없는 경주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질 때,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무의미한 경주를 끝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과연 인생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의미한 경주를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그같은 욕망으로부터 마음을 다스리고 나에게 맞는 삶을 영위하는데서 시작되는 것이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웰빙의 출발점이다.

웰빙족의 효시는 유럽의 대도시에서 나타난 다운시프트(Down-shift)족들이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현대사회를 리딩하는 치열한 기업에 다녔으나, 지나친 경쟁과 사회분위기에 지쳐, 높은 연봉과 좋은 집을 마다하고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들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조금 한가하게,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 이들의 가치관이다. 다운시프트족의 출현은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인재들을 써서 회사를 키워낼 것인가만 생각한다. 소수의 인재들은 좋은 대접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영화나 TV 에서 늘상 주인공자리를 차지하는 완벽한 인재들은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평범한 사람들은 경주에 참가해 보아야 그들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렇게 빤히 보이는 결과를 예감한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주에 들러리로써 참여하는 건 이제 그만두겠노라 결심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이 때문에 웰빙이라는 트렌드는 어쩔 수 없이 '개인주의'와 '단념'이란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트렌드의 발단이 지나친 한 방향의 경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나 자신 찾기, 나의 삶 찾기, 나를 건강히 지키기가 주된 코드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이 웰빙이 하나의 사회트렌드가 되도록 부추긴 결정적 요소였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웰빙은 무언가 보완적 요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개인주의와 단념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고, 비록 평화와 안식은 얻었을지 모르겠으나 웰빙족들을 지적으로 충족시킬 사회적 입지는 제공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웰빙을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인 로하스LOHAS가 부상하고 있다. 로하스의 의미는 Life style of Health & Sustainability로, 건강과 지속적 성장을 고려한 라이프 스타일로 풀이된다.

이것은 우리가 가진 자원과 환경이, 지금과 같은 풍요로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고려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농부들이 같은 땅에 2-3번 경작하고 나면, 질좋은 경작물을 유지하기 위해 땅을 한차례 쉬게하였던 것과 같은 이치다.

로하스에 여러 기업과 개인이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같은 '유지'란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를 베어 쓸 때에도,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삼림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연의 균형은 쉽게 무너진다. 가장 건강한 유지는 전사회적 동의, 즉 사회적 운동으로써 확산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로하스족들은 웰빙과는 달리 기꺼이 단체를 만들고 가입하며, 사회운동을 벌인다. 즉,'탈피'나 '단념'의 개념인 웰빙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참여'를 의미하는 트렌드인 것이다. 웰빙족들이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외치고 있다면 로하스족들은 '우리야말로 미래를 주도할 지성인이다'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조금 면밀히 보자면 이것은 다분히 엘리트적인 트렌드이고, 약간의 정치적 성향을 띄고 있기도 하다. 마치 현재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기부문화에 대한 붐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는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부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은 사회적인 지성인으로 인정받는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캄보디아와 아프리카로부터 2명의 아이를 입양한 안젤리나 졸리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적어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성인이라면,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이에 동참할 수 있어야한다는 하나의 사회적 무드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를 떠난 다운시프트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자. 그들은 중소도시의 여유로운 삶을 한동안 만끽했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유와 시간이 허락되었고, 한동안은 그같은 안식으로 충분한 보상을 얻었겠지만 과연 영원히 그런 조용한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다운시프트들은 지적인 엘리트들이었다. 탈중심적 생활은 그들의 지성을 자극하거나 존재감을 충족시킬만한 사회적 입지는 제공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를 등지는 순간 반환된다. 만족스런 사회적 입지는 사회가 제시하는 중심적 논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나 자신의 삶,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입지. 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얻기 위해 그들은 이제 하나의 세력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로하스족들은 환경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세상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새로운 엘리트, 시대의 새로운 지성인으로서의 승인을 얻어 가고 있다. 세상의 일방적 논리가 싫어서 떠났던 그들. 세상을 한바퀴 돌아 이제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주도하려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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