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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패션으로 본 세상]어느 이상한 '민주적' 회의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6.04.25 12:45|조회 : 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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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김과장은 모 브랜드의 홍보팀장이다.

그가 하는 일은 광고업체와 웹에이전시를 관리하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광고와 홈페이지를 만들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해가 바뀌면서 브랜드의 홈페이지와 광고를 리뉴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과장은 광고회사와 웹에이전시에 전화를 걸어 제안서를 내보라고 했다.

광고회사는 3-4개의 시안과 함께, 이러저러한 마케팅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김과장에게 제안서를 보내왔다.

김과장은 브랜드 직원 전부를 회의에 불러모았다. 그리고 시안을 보여주고 어떠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이러니 저러니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다수결로 2번 시안을 정했다.

그 다음 웹에이전시에서도 제안서가 왔다. 역시 3-4개의 시안과 함께 이러저러한 마케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김과장은 다시 브랜드 인원 모두를 회의에 불렀다. 어떠냐고 묻자 또 의견은 분분했고, 결국 다수결로 3번 시안을 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광고에서 정한 2번의 시안과 홈페이지가 정한 3번의 시안은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도저히 한 브랜드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된 것이다.

김과장은 다시 브랜드 직원들을 불렀다. 그리고 이 사태를 토의해보자고 했다. 이번 토의는 지난번보다 훨씬 복잡했고 오랜시간 논의했지만 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3-4개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 단순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개의 사항에 각각 3-4개의 시안이 걸려있고, 이들을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해가면서 골라야 하니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번의 회의로는 결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번 회의는 2주 뒤에나 가능하다. 왜냐하면 전 브랜드 직원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밖에는 되지가 않는 것이다. 위에서는 빨리 정하라고 재촉이고 김과장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 매우 흔하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의 '회의'라는 것을 민주적인 합의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마땅히 그러한 민주적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믿으며, 혼자 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독선적인 행동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궤변에 불과하다. '모두 함께 정한다'는 믿음이 맞는 것이라면, 도대체 왜 기업은 업무를 세분화하여 개개인에게 '위임'하는 것일까. 기업이 그에게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을 주었다는 것은, 그에게 결정권과 책임을 부여했음을 의미한다.

현대사회가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이유는, 어떤 사안이건, 특화된 학습과 경력을 지닌 전문가만이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색이 홍보팀장이라면 그 분야에선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타 부서 사람들의 의견을 참조는 할 지언정,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수결'은 표결에 임하는 사람들이 동등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신입사원의 의견도 한 표로 취급되고, 해당 분야에서 10년을 일한 사람의 의견도 한 표로 취급된다면, 그 기업에서의 경력은 쌓으나 마나한 이야기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오해들은 첫째, 무책임한 겁장이들에 의해 시작된다. 이들은 자신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남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남과 의논한다. 우리 모두 합의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겐 사실 '이거 잘못되어도 나 혼자 한게 아니야'라는 제스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완전식품으로, 즉, 이것 하나만 구현하면 된다는 오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기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지만, 결코 이것 하나만으로 모든 영양소가 섭취될 수 있는 완전식품은 아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정의하는 것만 보아도, '민주국가'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인 동시에, '법치국가'이기도 하고, 아울러 '자유시장경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이해하기 힘든 민주적 회의들이 낭비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에서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발언할 수 있는 회의로서는 풍성한 아이디어를 얻기위한 '브레인스토밍'의 개념이 따로 있다.

진정한 리더들은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민주적 회의는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안에 따라 누구의 의견을 물어야 할지 정확히 이해한다. 또한 최종의 결정은 그의 권한이자 책임임을 알고 있기에 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회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잭웰치는 인재의 요건 4E중의 하나로 결단력, 즉, '엣지'(Edge)를 언급한 바 있다. 끝도없이 민주적 회의를 벌이고 있는 김과장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능력은 바로 이 엣지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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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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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야후  | 2007.06.08 22:05

쩝, 아랫분 본질을 한개도 빠짐없이 다 놓치셨네. 높은 사람의 한표가 신입사원의 한표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민주적인 회의의 오류라고 지적한 것을 못봣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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