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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본세상,5.18,아버지

"아빠는 왜 안나가요?"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6.05.22 16:32|조회 : 2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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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80년 5월 광주.

버스가 다니지 않아 불편하긴 했지만 철없는 중학교 2학년 아이는 신이났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됐고, 차없는 신작로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맛도 색달랐다. 며칠 전까지 등교길 양옆에 두줄로 서서 M16 총검터널을 만들고 서있던 군인들이 흔적도 없이 물러간게 신기했다.

반상회때나 모이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파트 상가앞에 큰 솥을 내걸고 주먹밥을 만들어서 트럭에 실어줄땐 운동회 응원하는것처럼 뭉클했다.

그 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했을 땐 코가 찡했다. `불온한` 농담이라도 입에 올리면 "쉿 그런소리 하면 큰일난다"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게 수십년간 몸에 배어 있던 어른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민群'은 곧 '시민軍'이었다.

남들처럼 거리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변두리 아파트에서 콩볶듯 들려오는 총소리와 풍문에만 귀기울이고 있는 건 답답했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 카빈소총을 든 젊은이가 몸을 숨긴채 시내 진입로를 감시하는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은 옆에 서 있던 아버지에게 기어코 한마디 했다.

"아빠는 왜 안나가요?"

아들이 불쑥 던진 질문에 아버지는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는 입을 다무셨다. 그제서야 해서는 안될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습하기엔 늦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야 임마, 아빠가 나갔다가 무슨 일 당하면 우리 식구는 어떻게 하라고"
옆에 있던 고등학생 형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면박을 줬다.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 며칠 뒤. 카빈을 들고 있던 청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거리에는 M16 총검이 등장했다. 어른들은 다시 "쉬잇, 어디가서 그런소리 하면 안돼"라고 손을 입으로 가져가곤 해야 했다.

"임무"를 포기한 가장,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져 갔던게 26년전이다.

"아빠는 왜?"라고 물었던 중학생은 이제 딸린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자리에 섰다. 5.18은 10.29, 8.31, 3.30에 비하면 한참이나 한가한 숫자가 됐다. 선거유세장이 돼버린 5.18 추모행사를 저녁 뉴스에서라도 보고 아이가 물었다면 "그냥 그런게 있었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묻지도 않았다.

오늘도 컴퓨터 화면은 증시 2차폭락, 33.70포인트 하락 이라는 숫자로 가득찬다. "다 먹고 살자는 짓인데…"라는 농담아닌 농담을 부적처럼 품에 담고 살지 않으면 물정 모르는 덜 떨어진 녀석이 될 뿐이다.

하기야 26년전 5월에도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여론조사의 모범답안은 '민생안정'이었을 터.

사람들 머리를 짓누르던 박00, 전00는 사라졌지만, 그 역할을 대신할 큼지막한 돌덩이는 무한정 등장한다. 26년전 아버지가 삼켰던 말들은 이제 내 입속을 맴돌고 있다. 아이들이 어느날 불쑥 "아빠는 왜…"라고 물어볼 '꺼리'를 찾아내 버리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돈으로만 세상을 보기가 미안해지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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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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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머니인  | 2006.06.01 21:12

조만간 광화문(아니 청계천인가?)에서 소주 한 잔 합시다!!! 아직은 정신이 없어서리...연락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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