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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거울보는 남자

스타는 스타, 얼짱은 얼짱일뿐...얄팍한데 매달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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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아침마다 거울에게 묻는다. 면도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빗질한 머리에 헤어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거울에게 묻는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잘 다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골라 매고 또 한번 묻는다. "이 정도면 내가 제일 예쁘지?"
 
거울을 들여다 보는 나의 눈은 흐리멍텅하다. 그 눈은 대개 잠에서 덜 깨었거나 술에 그대로 잠겨 있다. 아니면 피로와 스트레트의 앙금이 남아 붉게 충혈돼 있다. 잘 들여다 보면 탐욕의 핏발도 서려 있다. 눈이야 '동태 눈'이든 아니든 머리는 곱게 빗고, 얼굴의 티는 감춰야 한다. 그래서 거울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으면 비로소 출근길에 나선다.
 
사실 거울이 '합격' 을 말하기 전에 나는 그 답을 듣고 있다. 흐리멍텅한 눈은 내 마음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고, 내 마음은 듣고 싶은 답만 듣는다.

아침이 아니어도 어디에 거울만 있으면 나는 그 거울을 들여다 보고 거울에게 묻는다. "지금도 내가 제일 잘 났니?" 나보다 심한 사람은 거울이든 아니든 무언가 얼굴이 비치는 것만 있으면 들여다 보면서 묻는다고 한다.
 
내 거울로 나만 보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하루 종일 남에게 내 거울을 비쳐본다. "나보다 잘났니, 못났니?" 틈만나면 거울에게 묻고는 답을 기다린다. 그 거울에 비친 남이 나보다 잘나면 속이 편치 않다. 못견딜 정도로 그가 부러우면 거울을 깨든지,내 얼굴을 뜯어고치든지 해야 한다. 강남의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라는데 다 거울 덕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거울이라면 차라리 깨버리자.

미국의 한 중년 여의사가 어떤 특별한 운명으로 인해 호주의 원주민 부족과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넉달이 걸린 그 도보여행엔 거울이 없다. 사방은 온통 모래사막이다. 거울은 물론 얼굴을 비출만한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녀는 거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본다.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와 얼굴의 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비로소 거울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눈이 맑아진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찾은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거울이 없는 것이 내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는 두 눈만이 생생하게 살아 있을 뿐이었다.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위장하거나 가식을 부릴 필요가 없었고, 그럴만한 에고도 사라졌다. 나는 생애 최초로 내 삶이 완벽하게 정직해 진 것을 느꼈다."(말로 모건,'무탄트 메시지')
 
우리는 매일매일 거울과 씨름하지만 그 거울은 껍데기만 비출 뿐이다. 그 껍데기가 그럴 듯 하면 다른 건 상관없다. 껍데기가 그럴듯하면 속도 그럴 듯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스타는 스타이고, 얼짱은 얼짱일 뿐이다. 그들이 인격까지 스타는 아니다. 이미지 좋다고 정치까지 잘한다는 법도 없다. 우리는 얼마나 얄팍하고 천박한 것에 매달리고 있는가.

나는 흐리멍텅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 거울을 비쳐본다. 내 마음의 필름들이 버벅거리며 돌아간다. 내 거울은 녹슬어 있다. 그 거울에 비친 나는 욕망과 질투, 집착과 나태로 일그러져 있다. 나는 그 거울에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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