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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과 협상은 같은 말일까

[성공을 위한 협상학]상호주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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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흥정의 다른 말이다. 이 말이 맞습니까? 틀렸습니까?” 협상에 대한 강의를 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 중의 하나이다. 과연 이 양자의 관계는 어떨까? 우선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보자.
 
#사례1.
1991년에 시작된 프랑스와의 의궤(한국의 문화재) 반환 협상은 2001년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의궤를 한국에 영구임대의 형태로 들여오고, 그 대가로 그와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의궤들을 프랑스에 임대하기로’ 결정하는 형태로 타결되었다.

이런 합의가 ‘반환’이 아닌 ‘교환’이라는 비판이 무성하자 협상안에 서명한 한국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297책 의궤를 돌려받는 것은 협상의 문제다. 협상은 전쟁과는 달리 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주고받는 것이 원칙이다.……(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명분론에 철저하려면 어떠한 협상도 해서는 안된다. 협상은 어차피 주고받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민간대표의 협상에 대한 인식은 정확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민간협상 대표는 협상과 흥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협상은 흥정의 다른 말이 아니다.

협상에는 흥정의 요소가 있지만 정말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흥정을 해서는 안될 경우가 있다. 그러면 도대체 흥정이란 무엇인가? 흥정의 기본적인 속성은 ‘주고 받는 것’이다. 흥정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고, 그것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건, 물위에서 이루어지건 상호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네가 양보한 만큼 나도 양보하지만, 네가 양보하지 않으면 나도 양보할 수 없다. 이게 흥정이다. 그래서 ‘주고받는 게임’으로 협상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흥정에 불과하다. 때로는 주지 않거나 받지 않는 것이 협상에서는 필요하고 또 그것이 예상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탈해 간 의궤를 돌려받기 위해 우리 의궤를 프랑스에 다시 대여하기로 한 협상결과는 ‘주고받는다는’ 원칙 아닌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다. 빼앗긴 것을 돌려 받아야지 왜 다시 우리의 것을 빌려주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 의궤를 돌려주는 대가로 프랑스가 우리의 문화재 대여를 다시 요구했다면 그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했었다. 다시 말해 이 경우 ‘주고 받지 않는 것’이 협상을 가장 잘 한 것이 된다. 무슨 말인지 아는가? 프랑스와의 협상을 실패로 끝내는 것이 가장 협상을 잘 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도처에서 살필 수 있다. IMF 경제위기 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오홍근 대표는 외국 채권단이 ‘워크아웃 참여대신 자신들의 채권을 보장해달라’ 고 무리한 요구를 해 왔을 때 이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워크아웃이 성사되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만약 외국 채권단의 무리한 요구를 ‘흥정의 형태로’ 수용했을 경우 다른 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채권단을 동등하게 취급하겠다는 원칙을 오홍근 대표는 지켰다.

하나의 워크아웃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외국 채권단과 흥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독도 문제는 어떨까? 역설적으로 독도 문제는 일본과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협상을 잘하는 것이 된다. 독도 문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협상과 흥정을 이렇게 구분하고, 협상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꼭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그러면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협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냐고.’ 거듭 강조하지만, 협상에는 대부분의 경우 흥정의 요소가 있다.

협상이 타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무엇이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밀고 당기고 주고받는 과정(지난번 칼럼의 정의를 따른다면 서로의 기대를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앞으로의 칼럼에서 하나씩 살피기로 하자. 하지만, 이렇게 흥정과 협상을 구분하는 것은 독자들이 ‘무조건 주고받는 것이 협상’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팁(Tip). 2006년 상반기, 정부는 지난 2001년 양국의 민간협상대표가 합의한 의궤반환협상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협상하기로 결정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협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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