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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홀로 떠난 휴가

나홀로 여행..아무 생각없이 걷고 심심하면 나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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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길을 떠난다. '가족을 위한 휴가'를 마쳤으니 이젠 '나를 위한 휴가'를 갈 차례다.

[웰빙에세이]홀로 떠난 휴가
짐은 등에 메고 이틀동안 걸을 만 하게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 그래도 공연한 미련에 이것저것 집어 넣다 보니 배낭이 자꾸 부풀어 오른다. 경험상 절반 이상은 손도 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막상 짐을 쌀 때는 최악의 상황에 필요한 것까지 담으려 한다.
 
어쨌든 짐 싸는 번거로움을 넘어 길을 나서니 마음이 가볍다. 평소 내가 짊어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족과 일, 사랑과 욕망, 문명의 이기와 굴레, 잡다한 집착까지 '내가 아닌 것'들을 잠시 내려 놓으니 그 무게를 알 것 같다. 이중 상당수는 버려도 아무 지장없고, 눈 딱 감고 버리면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 진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갈 곳은 강원도 정선의 자개골이다. 정선 구절리에서 진부 신기리로 이어지는 27km 산길이다. 그런데 구절리까지 가는데 하루가 다 간다. 버스를 네번 갈아 타는데 바꿔 탈 때마다 한두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대로 언제 어디서든 출발하고, 어디든 문턱까지 차를 댈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내 차가 없어도 신속 정확한 도심의 시스템이 항상 통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골 버스는 하루에 네댓번 오가고, 그것도 대부분 텅 비어 있다. 그렇든 말든 상관없이 나는 얼마나 공중에 붕 떠서 살고 있는가.
 
그 공중에서 내려와 온종일 버스를 옮겨타다 보니 그 자체가 추억거리가 된다. 사람의 발길이 드믄 오지가 진짜 오지로 다가온다. 여행까지 정교한 스케쥴에 따라 시간과 교통편을 딱딱 맞춰가며 효율적으로 즐기려 하다면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는'패키지 여행'을 떠날 일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길은 1000m가 넘는 준봉들 사이를 계곡과 함께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심산유곡의 숲길이다. 나는 하루 종일 이 길을 타박타박 걸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혹할 것이라 기대했던 길은 예상을 벗어났다.

수해가 심하다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길은 무너져 끊이고, 곳곳이 사라졌다. 사라진 길 앞은 낭떠러지다. 아슬아슬하게 계곡으로 내려가면 대형 토목공사를 벌이다 만 것처럼 엉망이다. 여기저기 산허리가 무너져 내린 게 생채기가 아니라 산의 지형과 물길이 바뀐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어떤 수방대책이 통하겠는가. 동강에 댐을 세우는 것과 이게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이보다는 길을 내지 말아야 할 곳에 산을 깎고, 축대를 쌓고, 계곡을 메워가며 사륜구동차가 다닐만한 길을 낸 오만이 부른 참사라는 생각이 든다.

곡예를 하듯 산길을 타지만 기분은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식구들과 웃고 떠들며 피서를 즐기다가 갑자기 나홀로 무언극을 하게 된 느낌이다. 나는 이런 반전이 좋다. 아무 생각없이 걷고, 심심하면 나와 얘기한다.

나 뿐만 아니라 번잡한 세상에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은 이런 홀로 여행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첫째, 잊고 지내던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자신의 존재를 짚어보겠는가. 둘째, 아무 생각없이 걷기에 집중하다 보면 몸에 쌓인 나쁜 기운이 가시고, 산란한 마음이 정리된다. 소진된 생명의 에너지도 다시 고인다.

홀로 산길을 걸으면서 '나는 왜 홀로 걸으려 했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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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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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벌침  | 2006.08.17 22:27

반복된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어딘가 혼자만의 시간,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 봄직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또 그와 같은 생각에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만의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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