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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도 집이 불타지 않은 이유

[사람&경영]'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한근태의 사람&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입력 : 2006.11.08 12:24|조회 : 1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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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집이다.

99칸의 대저택이었던 이곳 사랑채와 안채의 중간 지점에 곳간 채가 있고, 그 곳간 채에 지금도 쌀 뒤주가 하나 놓여져 있다.

둥그런 통나무의 속을 비워 내고 만든 뒤주라서 네모지지 않고 둥그런 원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뒤주의 특이한 장치는 하단부에 가로 5센티 세로 10센티 정도의 조그만 직사각형 구멍을 만들어 놓고, 그 구멍을 여닫는 마개에다가 '타인능해(他人能解)' 라는 글씨를 새겨놓은 것이다.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뒤주는 누구라도 와서 쌀을 마음대로 퍼갈 수 있는 뒤주였다. 류씨 (구례 류씨) 집안에서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베풀기 위한 용도의 뒤주였다. 보통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주 대상이었고, 그 외에도 운조루를 찾아오는 지리산 일대의 과객들도 조금씩 쌀을 가져가곤 하였다.

왜 주인이 직접 쌀을 주지 않고 이처럼 곳간 채에 별도로 뒤주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알아서 가져가도록 했을까? 자존심을 배려한 처사이다. 가난한 사람이 주인에게 직접 쌀을 받아가면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곳간 채에 설치한 쌀 뒤주는 주인의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쌀을 가져갈 수 있다. 보통 200가마의 수확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나가는 쌀이 약 36가마 정도였다니 20%를 이웃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굴뚝이다. 이 집은 다른 집에 비해 굴뚝이 아주 낮게 설치되어 있다. 1미터 높이도 안 된다. 공학적으로는 굴뚝이 높아야 연기가 술술 잘 빠지지만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쫄쫄 밥을 굶고 있는 사람들이 부잣집에서 펑펑 올라가는 굴뚝연기를 보면 자연히 증오와 질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동학과 여순반란사건, 6. 25 전쟁을 겪으면서도 운조루가 불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개인이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사회 전체가 가난하다면 그 개인의 부는 보장 받지 못한다. 사업가는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 앞서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말은 메이지 시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던 시부자와 에이치 (1840-1931)가 한 말이다. 그는 일본국립제일은행장으로 무려 500여 개의 기업을 창설하는데 앞장섰고 그 자신도 왕자제지를 창업한 인물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혼자만 잘 살수는 없다. 잘 산다는 것은 사회전체가 풍요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한쪽으로 너무 부가 치우치기 보다는 그 부가 자연스럽게 가난한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자발적인 베풂과 나눔이다. 특히 가진 자의 나눔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다.

예전에 미국의 부자들이 부시 정부의 상속세 폐지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외국 사회가 얼마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투철한지를 보여준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같은 세계 최고 부호 120명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 상속세를 폐지하면 부의 편중이 심해지고 이렇게 되면 미국의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왜 가진 자만 못 살게 구느냐고 날뛰는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된다. 부도 그렇고 가난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자와 배운 자들이 적절하게 가진 것을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 나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나누는 그 사람이다.

"나눔에는 이와 같이 위안과 기쁨과 고마움이 따른다. 나눌 때 내 몫이 줄어드는가? 물론 아니다. 뿌듯하고 흐뭇한 그 마음이 복과 덕을 쌓는다. 우리에게 건강과 재능이 주어진 것은 그 건강과 재능을 보람 있게 쓰라는 뜻에서일 것이다. 당신에게 건강과 재능이 남아 있는 동안 그걸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그 뜻이 우주에 도달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이웃에게 많은 은혜를 입어 왔다. 뒤늦게 철이 들어 그 은혜 갚음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일고 있다. 몸은 고단하지만 여기저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최소한으로라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정 스님의 얘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는 체크 엔클로즈드(Check enclosed)이다. 봉투 속에 수표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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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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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Hailmary  | 2006.11.08 22:50

집이 전쟁통에도 불타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세가 좋다는건가요? 재계발할때 옛날집 그대로 남아있으면 보상이 잘된다는 말인지? 여기 돈좀 버신분들 전쟁통에 집타고 돈없는 사람이 방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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