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의 과학적투자]인공지능 투자 세계①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투자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자신의 섣부른 추측에 근거하여 시장의 움직임에 맞서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것 역시 일종의 조건부 예측에 기초한 것이므로 미래의 예측을 배제한 투자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미래를 얼마나 잘 예측하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금융기관들은 일찍부터 전문 애널리스트와 통계학자, 과학자들을 고용해서 보다 나은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왔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연구도 이 과정에서 많은 후원을 받게 되었는데 이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시스템이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지니고 있는 자연지능을 기계로 비슷하게 구현해내려는 시도이다. 동물의 두뇌는 수많은 신경망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컴퓨터와 같이 한번에 하나의 신호를 빠르게 여러 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들이 촘촘하게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동시에 여러 개의 신경세포가 병렬적으로 신호를 처리하는 구조이다. 이를 모방한 것이 신경망(Neural Network) 프로그래밍 기법이다. 이밖에도, Yes/No 뿐만 아니라 제3의 모호한 상태를 수학적으로 정식화한 퍼지이론을 응용한 프로그래밍 및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한 프로그래밍도 넓은 의미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기법에 속한다. 이번 회에서는 신경망 알고리즘을 사용한 시스템을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다.

신경망을 이용한 시스템은,

1) 입력 데이터의 에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학습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즉 변동성이 심하고 모델에서 벗어나는 데이터가 상당히 많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금융시장에 적합한 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 신경망 시스템은 신경망의 구조를 설계한 후 과거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학습을 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학습과정은 신경망 시스템을 실제 시장에서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계속될 수 있으므로 시장의 환경이 변하더라도 시스템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없게 된다.

3) 신경망 시스템은 변수와 데이터만 주어져도 스스로 학습을 통해 최적화되므로 제작하기가 상당히 간편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 계량경제학자나 통계학자들을 고용하기 힘든 소규모 금융기관에 특히 반가운 특성일 것이다.

초기의 신경망 시스템은 기술적 분석에서 흔히 사용되는 ADX, 스토캐스틱 오실레이터, 이동평균선의 수렴과 발산 등의 지표를 입력변수로 하여 만들어졌다. LBS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Mark B.Fishman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6개의 기술적 분석지표를 입력변수로 하는 3-레이어 신경망을 학습시켜 이를 S&P 500 지수예측에 적용시킨 결과 단순한 바이앤홀드 전략에 비해 상당한 초과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나중에 개선되어 보다 좋은 수익률을 보여주었는데 높은 수익률에 고무된 LBS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더 이상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신경망 시스템은 채권의 신용등급 예측에도 사용되고 있다. 채권의 신용등급은 채권 발행자의 현금흐름에 결정적인 변수이지만 무디스 등의 외부 평가기관에 의해 정해지므로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신용등급을 예측하는 신경망 시스템은 여러 종류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4-레이어 BPN 신경망을 이용하고 입력변수로 레버리지, 커버리지, ROE, ROE의 분산계수, 총자산, 건설비용/현금유입 등을 사용하여 AT&T에서 분사된 18개의 베이비벨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예측하였다. 그 결과 예측 성공률은 무려 90%였다. 그러나 계량경제학자들이 전통적인 통계방법론인 선형 추정식과 중회귀분석을 사용하여 예측한 결과 성공률은 겨우 39%에 지나지 않았다.

신경망 시스템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상품선물시장이다. 곡물 선물 시장에 적용된 한 BPN 신경망 시스템은 날씨를 포함한 37개의 입력변수를 통하여 학습되었는데 그 결과 과거의 데이터를 통한 백테스트에서는 무려 95%의 승률을 가지는 전략이 도출되었으며 수익률은 1000% 를 기록했다. (신경망이 과거 데이터에 최적화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도출된 전략을 실제 시장에 적용한 결과 역시 의미있는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신경망 시스템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입력변수만을 설정하고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킴으로써 손쉽게 뛰어난 성능을 가지는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어서 금융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신경망 시스템은 입력변수의 유효성을 손쉽게 테스트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로도 이용된다. 그러나 신경망 시스템 역시 과최적화 문제(과거의 데이터에만 최적화되어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는 좋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즉, 입력변수와 신경망 구조의 정교한 설계가 없는 무조건적인 학습 프로세스의 진행은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 등에 주의하여 신경망 시스템을 제작한다면,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도 손쉽게 복잡한 문제의 분석과 예측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다음에는 유전자 알고리즘과 퍼지 이론을 적용한 금융 시스템을 살펴볼 예정이다.

IFEA(//cafe.naver.com/volanalysis) 회장 김형식([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