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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인사, 그 쓸쓸함에 대하여...

CEO 칼럼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입력 : 2007.02.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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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인사, 그 쓸쓸함에 대하여...

연말연시, 기업의 인사가 대부분 끝나고 이제는 뒷이야기만 무성하다. 승진한 사람들에게 축하해 주는 일은 즐겁지만, 쓸쓸히 물러나는 사람들에게 위로해 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

대기업의 임원까지 지내고 퇴임하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세요”를 즐겁게 수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퇴임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적절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다.

‘사오정’ 이니 ‘오륙도’ 니 하는 말이 냉소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의 조직은 원통형이 아니고 피라미드형이어서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인원을 퇴임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물러나는 당사자의 삶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물러나게 해야 하는 인사 업무는 CEO의 역할 중에서 가장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일년 내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정을 하지만, 과연 당사자들이 수긍을 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최선의 인사였는지 늘 아쉽고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된다.

경영에서의 모든 의사 결정은 원칙과 융통성이 결합해 이뤄지지만, 인사를 함에 있어서는 융통성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의사 결정을 해야만 한다. 성과에 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인사의 바탕으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에는 운이 따르기도 하고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없음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7기3’ 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부장으로서 좋은 성과를 내었다고 해서 사업에 대한 판단 능력(Business cognitive ability)을 필요로 하는 임원의 직무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원 때 우수한 사람이 간부가 되면 무능한 경우도 있고, 부장 때 유능한 사람이 임원이 되면 무능한 경우도 있다. 사업에 대한 판단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학습과 경험에 의해 키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마다, 또 사람마다 중시하는 인사의 원칙이 다르겠지만 나는 능력과 성과보다는 자질을 중요한 인사의 기준으로 삼고 그중에서도 도덕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중시한다.

도덕성이 결여돼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조직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단기적인 업적을 올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퇴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덕성 다음으로 중시하는 자질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다. 조직을 사랑하고 충성하는 것과, 사람을 좋아하고 충성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사람에게 복종하고 충성하는 사람은 상사의 잘못을 바로 잡아 줄 수도 없고, 상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힘을 실어주기도 해서 결과적으로 조직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공공연히 파당을 만들고, 주류를 자처하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애사심이 강한 것처럼 행세하지만, 막상 자기가 따르던 상사가 회사를 떠나면 스스로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싫지 않은 인물일 수 있어 이들을 가려내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인사를 할 때,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평가를 수렴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동일한 사람에 대해 정반대로 평가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었다.
한 본부장은 매우 유능한 부하라고 평가하는 간부를, 그와 라이벌 관계인 다른 본부장은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자기를 중심으로 자기에게 충성하고 잘해주는 사람은 유능하다고 판단하고, 상대방에게 잘하는 사람은 미워하는 풍토가 반영된 것이다.

자기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에게 정을 주고, 이들을 밀어주면 보스 기질이 있고 리더십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대사에서 12.12 같은 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보다 사람에 충성하는 잘못된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에서는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사는 과학이 아니다. 도덕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인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해 오면서 사내의 파벌이 사라지게 되고, 정실에 치우치지 않는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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