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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물가,유학생

[부동산이야기]귀국이 두려운 유학생

부동산이야기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입력 : 2007.02.09 10:36|조회 : 1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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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잠깐 다녀온 일본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을 만났다. 그와 한국과 일본의 경제동향 등을 놓고 가볍게 얘기하던 중 그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그가 말을 이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민망해서인지 얼마의 침묵 끝에 그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같습니다."

30대 중반 나이. 아내와 두 딸이 있는 유학생 가장. 그의 귀환을 가로막는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정'이 궁금했다. 집값, 물가, 사교육, 일자리, 연금보험제도, 의료보험체계와 불안한 노후 등이 머리에 맴돌았다.

이런 것들은 이내 기자의 머리도 짓누른다.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풀어주지는 못할 망정 따뜻하게 들어는 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는 23평짜리 임대주택에서 7만4000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산다. 같은 임대주택임에도 어떤 사람은 70만원가량을 내는데 임대료가 10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세입자의 수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책정하기 때문이란다. 학생인 그의 소득은 '제로'.

그가 매일 사먹는 두부가격은 500원 정도. 한국에선 웬만한 두부가 모당 2000∼3000원 하고, 유기농이라며 5000원 하는 두부가 나오고 있다. 일본생활을 시작한 8년 전만 해도 1엔에 벌벌 떨던 아내가 한국의 시댁과 친정에 두어번 다녀와서는 이제 일본에서 반값에 사는 느낌이라고 말한단다.

네살짜리 막내는 보육원에 보내는데 전액 무료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딸 교육비는 월 4만원. 오히려 후쿠오카 자치단체에서 두 아이 부양비로 4개월에 한번 200만원가량을 지원받는다. 출산장려를 위한 지방정부의 지원이 외국인이라고 차별을 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 덕분에 산다고 해야 할까.

학비는 전액 장학금으로 처리하고 있으니 이 유학생이 먹고, 공부하고, 두 아이를 교육시키며 간간이 여행도 하면서 사는데 한달 120만∼14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의 속사정은 둘째딸이다. 다리에 부종이 있어 1년 365일 약을 먹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보험처리가 안돼 1년 약값으로 약 5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반면 그곳에서는 약값이 보험처리돼 전액 무료라고 한다.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둘째딸의 지병도 문제지만 한국에서는 약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다른 고민은 귀환의 전제조건인 집과 일자리. '이태백' '이구백'이 널린 현실과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이 그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내일모레면 40인데 이제와서 한국에서 일자리 찾고, 집 장만하고, 애들 교육하며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앞이 보이지 않네요"하며 36세의 유학생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술잔을 비웠다.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이 죄일까. 그의 빈잔에 술을 채우는데 괜시리 미안한 생각에 망설여진다. 그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본인 스스로 때문에, 아니면 아들 딸을 둔 부모여서 이국의 한 유학생이 고민하는 것과 똑같은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정'에 내일을 두려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 입사해 말끔히 차려입은 수습기자들로 편집국은 환하건만 창 밖은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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