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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대란, '과수요' 근원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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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온라인총괄부장
  • VIEW 18,006
  • 2007.04.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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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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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쯤 토플(TOEFL) 시험을 친 적이 있다.
별로 든 것도 없는 머리에서 곶감처럼 빼먹고만 살아서야 되겠나 싶었다. 뭐 좀 배워볼만한 곳들은 한결같이 토플 점수를 요구했다. "민방위 아저씨들이 수업분위기 해친다"는 핀잔 들으며 학원까지 다닌끝에 '쯩'을 얻었다.

민방위대원까지 토플족에 가담할 지경이니 진작부터 '토플대란' 조짐이 있었던 것인데, 드디어 난리가 났다. 말하기 시험이 추가된 이른바 'iBT'도입도 결정적인 계기였지만, 대학교는 물론 특목고들까지 토플점수를 자격요건으로 내세우면서 중고등학생들이 몰려든게 '대란'에 한몫을 했다고 한다. 외국으로 나가는 토플원정에, 아파트 당첨권같은 '응시딱지'까지 등장했다니, 이게 '토플대란'이 아니고 뭘까 싶다.

겉으로는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이 명목 저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 미국 각급 교육기관의 관문을 장악하고 있는 독점기업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권익은 애초부터 지켜지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경쟁을 유도해 독점폐해를 줄이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자는 대안 평가시스템도 모색돼 왔다.

하지만 공급 사이드에만 초점을 맞춰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영어가 의식주 같은 '공공재'반열에 오른게 현실인만큼 불필요한 가수요에서 나오는 비용을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문제가 공급확대만으로 해결될수 없고 가수요 방지장치가 필요한 것과 같다.

외고 교장선생님들이 토플 성적을 입시 전형에서 제외하고 텝스(TEPS)와 토익(TOEIC), 토셀(TOSEL)을 대안으로 삼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증요법은 될만하다. 하지만 학교나 기업들이 토플 대신 텝스 토익 토셀을 채택하기만 하면 괜찮은 것인가?

도대체 영어라곤 평생 가봐야 쓸 일이 없는 곳에서도 굳이 토플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학교들의 '과잉요구'는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원 들어가는데도 토플 만점이 필요없는데, 왜 특목고를 가려면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준비해서 토플만점을 맞을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떠도는 걸까. 학교에서는 뭘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우리 아이들은 다듬어야 할 재료들이지 다 만들어진 완제품이 아니다. 획일적 점수로 이들의 완성도를 파악하는것 보다는 이들이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무한한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키워주는게 학교 아닐까.
지금처럼 할 바엔 대학생을 특목고에 보내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수학생을 뽑는다며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준을 넘는 선행학습과 과잉학습을 유도하고 있는 특목고의 교장선생님들과, 특목고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모시기 위해 '3불정책 폐지'를 만병통치 주문처럼 외치고 있는 대학교 총장님들께 묻고 싶어진다. '토플대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은지를.

과외공부를 통해 대학생보다 높은 토플점수를 받아야 특목고를 꿈꿔볼수 있는 현실에서 사회양극화는 교육양극화를 낳고 이는 다시 가난대물림으로 이어진다. 없어지는 것은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 '교육 기회의 평등'이다.
영어만이 아니다. 선행학습 과잉학습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고, 갈증만 나는 바닷물과 같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버린 사교육산업과, 대책없는 과열경쟁 논리를 설파하는 교육·산업계의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갈증을 부추긴다. '능력'없는 사람들은 마시다 배가 터질 지경에 이를 것이다.

3불정책이 없어져 사교육을 받고 특목고를 나와야 풀수 있는 본고사가 출제되고, 지역간 격차나 선배들의 업적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고, 부모의 재력으로 대학입학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을 그려보자. 아무리 해도 사교육이 줄어들고 대학경쟁력이 높아질거라는 답이 나오진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집 아이 학교에서는 특목고 입학 준비를 위해 공부를 더 많이 시키는 초등학교로 전학가는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내 아이가 그렇게 의미없는 '선행고통'을 감내해야 글로벌 리더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내일 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걸으며 자기 노후대책하나 마련하기 힘든 월급쟁이 아비로서 글로벌 리더를 키울 능력과 자격이 애초부터 없다는걸 인정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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