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플라이 대디, 플라이 회장님!"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온라인총괄부장 |입력 : 2007.04.27 14:13|조회 : 26807
폰트크기
기사공유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고등학생 남자아이를 찾아가는 아빠.
하지만 그녀석은 권투선수. 힘없는 서른 아홉 샐러리맨 아빠는 아무말도 못한채 돌아온다. '눈에는 눈'으로 맞서기로 작심한 아빠는 싸움 고수로부터 지옥훈련을 받고 끝내 '적'을 때려눕힌다.

해피앤딩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지만, 이문식 이준기 주연의 일본원작 영화 '플라이 대디(Fly, Daddy, Fly)'는 그렇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끝난다.

↑ 영화 '플라이 대디'의 한 장면.
↑ 영화 '플라이 대디'의 한 장면.
자식에 대한 폭력에 맞서 펄펄 날았던 또 한명의 '대디'가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다.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쌍피(쌍방피해)' 사건인만큼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알려진 내용만 갖고도 폭력과 돈, 권력이 어우러진 초호화 '비즈니스 액션 폴리 무비'라 할만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묵사발로 만든 폭력 앞에서 대그룹 회장이라고 눈이 뒤집히지 않을 리가 없다. "내 자식이 당한만큼 네게 돌려주마"...영화속 장가필(이문식)이나 김승연 한화회장이나 모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대디'들이다.

아들을 때린 놈을 처절하게 두들겨 패준 회장님에게서 많은 사람들은 야수성을 일깨우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우리 사회 대디들은 기껏해야 스스로를 닮은 이문식에게서나 카타르시스를 얻는것 말고는 원시적·물리적 폭력 앞에 어찌해볼 수 없는, 야수성을 잃어버린(혹은 포기한?) 수컷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얼마전 버스 옆자리에서 이어폰도 꽂지 않고 DMB폰으로 시끄러운 코미디프로를 보고 있던 대학생 차림에게 어처구니 없이 당한 기억이 떠오른다. "다른사람들 생각해서 이어폰을 꽂으라"고 했더니 대번에 "아이 씨*, 뭘 어쩌라고, 꼬우면 딴 자리 가든지.."하는 폭언이 돌아왔다.
그 짧은 몇초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면상을 한대 갈겨줘? 덩치가 만만찮은데, 중요한 회의 가는 길인데 포기해 말아? 멱살잡이라도 하면 한살이라도 더 먹은 나만 망신이지'...
아이들 얼굴도 떠오르고, 주위를 보니 다들 남 일인양 고개를 돌리는데, 참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이, 미안하네, 계속 보셔"하고는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고 말았다.

말이나 도덕이 도저히 안통하는 '무대뽀' 상대, 그렇다고 법으로도 해결안되는 상황...이럴때 '한 방'을 내지르는 통쾌함을 상상해보지 않은 대디들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꼬리를 내리고' 지나가야 하는게 대디들의 현실이기에 회장님의 '야수성'이 일면 부럽고 통쾌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맞고 들어온 아이의 복수를 위해 옆집 아저씨들과 비장하게 조폭이나 건달들하고 맞섰다거나, 1대1로 적진을 찾아가 '맞짱'을 텄다면 그럭저럭 유쾌한 시트콤 스토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무릎꿇리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회장님은 순수한 부정(父情)의 화신이자 약자인 '플라이 대디'가 아니라 또다른 폭력의 가해자이다. 아니 폭력보다 훨씬 파워풀한 우리시대의 권력인 '금력'의 보유자로 변신한다. 약자에 관대한 여론의 동정을 받을 자격을 잃는 것이다.
자식과 관련된 사적인 용무에 회사 직원들을 동원하는 것부터가 회사를 사유물로 여겨온 가부장적 재벌 지배구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그런 물리력이 오가는 활극을 연출하고도, 공공권력을 무마해 아무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너무 세상을 돈짝만하게 본 것이다.

힘이건, 돈이건, 권력이건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우월한 걸 이용해서 타인을 무력화시키고 굴복시키는 것은 부당한 폭력이다.

계단에서 어깨가 부딪힌 걸 빌미로 폭력을 행사해 10여바늘을 꿰매게 만든 행위는말할 필요없다. 이들이 무슨 권력과 금력에 맞선 대단한 영웅인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천박한 인식이고 언론의 이분법적 '오버(Over)'이다.

주먹 가진자는 주먹으로, 돈가진 자는 돈으로, 권력가진 자는 권력으로 다들 제각각 나선다면 남는건 '만인 대 만인의 투쟁'밖에 없다.
공권력이 엄정하지 못하고, 사형(私刑)이 횡행하고, 동물적인 물리력이 앞서는 사회라면, 시쳇말로 돈도 빽도 주먹도 없는 사람들은 뭘 믿고 살아야 할까.
공권력에 눌리고, 돈에 채이고, 힘센 녀석들에게 밀려다니다보면 어느 나라처럼 "믿을 건 총뿐이다"라는 빗나간 결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누구 때릴 힘도 없는 이 '대디'는 오늘밤에 배깔고 누워 '플라이 대디' 비디오나 한프로 때려야겠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6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트위터 로그인김준형  | 2007.05.11 09:21

머니투데이 김준형입니다. '불혹'이라는 말이 부끄러운 일들이 왜 이리 많은지요... 수양 많이 하겠습니다.

소셜댓글 전체보기



종료된칼럼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