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설득할 때 필요한 강력한 무기

일본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는 통계자료를 이용한 보도자료로 매체에 상시 노출되어 회사의 지명도를 단시간 내에 끌어올리며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 대표적 사례이다.
　
리쿠르트는 지금은 이미 큰 회사가 되었지만, 과거 조그만 신생업체 시절부터 통계의 힘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 리쿠르트가 매일 매스컴에 노출될 수 있었던 것은 주기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 보도자료가 대개 설문조사 결과라는 통계자료 형식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자료는 왠지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어 보이는 점을 공략한 셈이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회사, 구직자들의 희망연봉, 구직자들의 학력,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상사, 직장인들이 싫어하는 동료 등 취업정보회사의 컨셉에 맞게 취업이나 직장 관련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거의 매일 시행하여 그 결과를 보도자료로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조사는 조사대상자가 100여명 수준인 것도 있었고, 어떤 조사는 질문 설계 자체가 의도적인 답변 유도가 드러난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자료라는 무기 아래 객관화의 탈을 쓰고 매체에 보도되면서 자연스럽게 리쿠르트는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에서도 통계자료를 이용한 보도자료를 가장 열심히 쏟아내는 곳 중의 하나가 취업정보회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결혼정보회사일 것이다. 신문을 보면 가장 자주 나오는 통계자료가 취업이나 남녀관계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설문조사 되어지고, 통계의 신뢰도는 전혀 고려치 않은 채 통계자료로 인용되며 매체에 노출되고 있다. 이것도 통계자료 마케팅인 셈이다. 통계자료에는 매체도 약하고, 독자인 우리들도 약하기 때문이다. 대화에서 통계자료를 언급하면 훨씬 설득력 있고 객관적으로 들리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결론에 힘을 보태는 요소로는 전문가를 인용하거나, 책이나 대중매체 등의 참고 문헌, 숫자화된 통계 자료,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바로 말의 근거이다. 근거는 주로 권위와 숫자로 포장된다. 말에서 근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근거로는 석학의 논문이나 책, 사례조사자료, 연구보고서 등의 자료에서부터 각종 통계자료 등이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내가 그냥 주장하는 것보다 가령 '피터 드러커가 이렇게 말했다는데' 라며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 피터 드러커의 권위에 눌려 그 주장을 함부로 반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주장하는 바를 상대가 수용하기가 더 쉽다. 이처럼 내가 하고자하는 말에 설득적 힘을 보태줄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거로 많이 활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례조사이다. 유사한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분석한 후에 '이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 라는 주장을 하면 설득력이 배가 된다. '외국에선 이렇게 한다는데'나 '유명한 어떤 회사에선 이렇게 한다는데' 같은 류의 말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지식정보가 주로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 많고, 유명한 것은 대개 외국에 있다보니 외국의 사례가 설득력이 강한 경우가 많다. 같은 사례조사라도 그것이 한국의 것이냐 외국의 것이냐에 따라 힘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외국보다 더 잘된 한국의 것을 분석하는 것보다, 그래도 외국의 것을 분석해서 알려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
　
자연과학의 통계는 명쾌하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통계자료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다. 통계자료라고 아무거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부각시켜 제시한다. 이 자체로도 통계자료 인용은 객관적일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어떠랴. 어떤 문제이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냐에 따라서 다른 답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사회통계이다. 따라서 수많은 통계자료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 그것을 시의적절하게 숫자의 힘을 빌어 전달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www.digitalcrea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