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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학(Retirementology)'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끝>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온라인총괄부장 |입력 : 2007.07.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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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동안 '돈으로 본 세상' 칼럼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필자가 다음달 뉴욕특파원으로 부임하게 됨에 따라 2004년부터 연재해온 '돈세상'칼럼은 이번 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다른 공간을 빌어 독자여러분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은퇴학(Retirementology)'
"못 박는 기술이 필요합디다"

제2금융권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Y씨를 만날때마다 귀에 못이 박이게 듣는 말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스스로 구조조정의 악역을 담당한뒤 임원직에서 미련없이 물러났다. 퇴직 당시는 한창 일할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새 직장을 구하는 대신 상품 선물 트레이딩을 독학해 활발하게 투자생활을 하고있다.

국내 금융권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의 저서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재로 쓰였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금융 전문가였다. 이른바 '네트워크'도 탄탄한 분이지만 외부 모임이나 전직장 동료들 모임에 나가는걸 유독 싫어한다. "사회적으로 누릴걸 누리고 있거나 이미 누린 사람들끼리 여전히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어볼까 궁리를 합니다. 돈 이야기는 골프 이야기로 넘어가고, 그것도 끝나면 정치인들이나 현업에 있는 사람들 비판하는 맞장구와 말싸움으로 마무리하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 해꼬지 않고, 남에게 기대지 않고,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자기만의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그가 표현한게 '못박는 기술'이다. 하필이면 '못박는 기술'일까. 이전까지 누리던 지위나 고상한 환경에 미련두지 말고 몸을 낮춰서 봉사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퇴직한 고위관료 한분은 은퇴하고 나니 가장 힘들고 어색했던게 엘리베이터 단추 누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십수년간을 남이 눌러주는 엘리베이터만 타고 다니고 기사가 딸린 차에 비서가 일정 잡아주는, 그런 생활을 은퇴 뒤에도 누리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돈을 계속 벌 궁리를 해야 하고, 지금까지 누려온 걸 유지하고, 자신의 논리와 업적을 끝없이 되새김질하고, 뒷사람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나이든 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30대건 40대건 끝없이 잘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역으로 퇴행적 인간이 되기 쉽다.

공자는 이런 집착을 경계해 용사행장(用舍行藏) 이라고 했다. 등용되면 나가 자신의 경륜을 펼쳐 도를 행하고 물러나서는 몸을 숨기고 자신의 도를 닦는데 힘쓰는 것이 군자의 삶이라는 것이다. 조용히 도를 닦고 살수는 없는 요즘시대에는 '저단 기어'모드로 변속한뒤 능력만큼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여하는 삶을 사는 태도 정도로 해석할수 있을 듯하다.

물론 공자도 자신이나 안연정도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을 정도로 많은 수련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면에서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은퇴를 준비하는 학문, 즉 '은퇴학'의 정립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온갖 미세분야까지 '학문'의 지위로 격상되고, 대학에 관련 학과들까지 만들어지고 있는데, 'Retirementology'(Retirement+tology)라는 단어조차도 여지껏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들이 뭔가를 하는 것(爲)에만 관심이 있지 하지 않는 것(不爲)에 학문적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갖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일 법하다.

'유언장 닷컴'의 이성희 대표는 유서를 미리 써볼 필요성에 대해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정리한다면 오늘의 삶을 더욱 보람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은퇴도 마찬가지이다. 현업에 있을때 늘 아름다운 은퇴를 염두에 두면 삶이 조금은 겸허해지고 체계적이 될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필요한게 얼마나 많은가. 어느정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체계적인 재테크는 기본이다. 건강은 필수인만큼 건강관련 지식도 필수적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으려면 실용적인 취미도 필요하다. 자식 잘못 키워 노년을 불우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교육철학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고보면 은퇴학은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기초학문이자 삶을 풍요하게 만들 종합예술이 될 것같다는 예감이 든다.

못박는 기술 하나 없이 입으로만 남의 가슴에 못만 박고 살아온 부끄러움이 '은퇴학'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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