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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언제 어디서 해야 하나?

[성공을 위한 협상학]협상의 장소와 시간

성공을 위한 협상학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 2007.09.21 15:16|조회 : 1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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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조건에서는 절대 협상을 할 수 없어.“ 한 때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사장님은 협상과 관련 평소의 부드러움과는 달리 가끔씩 완강한 태도를 보이곤 했다.

그것은 협상을 시작하기 전 협상의 장소와 시간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문제가 걸릴 때였다. 그 분은 ‘협상을 어디에서 하고, 어느 시간에 하느냐는 것이 종종 협상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곤 했다.
 
조금 자세히 말해보자. A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분의 회사는 강북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회사는 강남에 위치해 있다. 어디선가 만나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디서 협상을 하겠는가? 1) 당연히 강북에 위치한 여러분의 회사에서 해야 한다. 2)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회사가 위치한 강남에서 하는 것이 낫다. 3) 강남도 아니고 강북도 아닌 제 3 의 장소에서 해야 한다. 4) 어디에서 하건 관계없다.
 
먼저 ‘어디에서 하건 관계없다’고 하는 답을 택한 사람. 이런 사람은 십중 팔구 상대방의 회사가 위치한 강남에서 협상을 하는 것을 택하게 된다. 쉽게 양보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에 위치한 상대방의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결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협상장의 분위기가 협상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미미할지 모르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 상대방 회사의 ‘분위기’ 때문에 결정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가급적 협상은 여러분의 회사가 위치한 강북에서 하는 것이 낫다.
 
상대방이 그것을 완강히 거부할 경우는 제 3 의 장소를 택해야 한다. 국제협상이라고 다를리 없다. 그러니 한미 FTA 마지막 협상이 한국에서 진행된 것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올바른 장소선택인 것이다.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양 당사국이 아닌 제 3 국에서 진행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협상을 하는 시간은 언제가 좋을까? 이것에는 일반적인 법칙이 없다. 대개의 경우 협상은 오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맑은 정신으로 빠르게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전에 협상을 시작할 경우, 협상과정에서 첨예한 의견대립이 발생하더라도 점심을 같이 함으로써 부드럽게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략적으로 협상을 오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예상되는 문제가 많고 협상 상대방과의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그렇다. 쟁점이 많을 경우 협상은 자연히 오래 걸리게 되고, 종종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경우,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고, 사람의 심리적 특성상 아주 선명히 의견이 대립되는 것이 아닌 이상 적절한 선에서 이견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협상을 늦게 시작함으로써 오히려 협상의 타결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노사협상이나 심각한 이권이 걸린 협상의 경우 종종 자정을 전후하여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단, 이런 목적으로 협상을 오후에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력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오후에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자신의 협상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에 가서 협상을 하는 경우는 어떨까? 위에서 말한 중소기업 사장님은 종종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내가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 상담을 하자고 나서는 사람을 나는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시차 때문에 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이용할 의도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도 이런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시차를 극복할 여유을 주는 등 기본적인 배려를 하기 때문이다. 혹은, 협상의 날짜가 미리 정해진 경우는 현지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차에 적응한 뒤 협상에 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우리 기업인들 중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상대방이 배려를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서둘러 협상을 하자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작고하신 SK의 고 최종현 회장,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 분들은 아예 시차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협상하고 활동했다. 그 분들에게는 시차라는 것이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일반적인 협상관행에 적용해서는 안된다.(협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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