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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잘 보내면 '좋은 아빠'일까

[영화속의 성공학]39번째..'즐거운 인생'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7.10.01 12:20|조회 : 1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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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님들은 오로지 자식을 위해 삽니다. 특히 어머니들이 더 그렇습니다. 누구나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라납니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정말로 위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엄청난 어머니의 사랑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어머니들은 현실적인 사회상에 대한 적응이 빠릅니다. 그러다보면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을 쫓게 되고, 이로 인해 삶의 즐거움이나 참된 인생의 목표가 묻혀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정작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이 있습니다.

자식은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감히 어머니가 주는 사랑을 거부하기 힘듭니다. 맹목적인 사랑이 가져올 수 있는 함정이지요. 또 이로 인해 자식이 잘 되길 원하는 어머니의 마음과는 다른 나쁜 결과가 종종 벌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법륜 스님이 하셨다는 주례사에 그 해답에 대한 힌트가 담겨져 있습니다.

'(전략) 두 부부는 아이 세 살 때까지만 애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편은 아내,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는 늘 이차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대학에 떨어지든지 뭘 하든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누가 제일 중요하냐? 아내요 남편이 첫째입니다.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가면 무조건 따라 가십시요. 돈도 필요 없습니다. 학교 몇 번 옮겨도 됩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중심으로 놓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은 전학을 열 번가도 아무 문제없이 잘삽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으로 놓고 오냐오냐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애는 아무리 잘해줘도 망칩니다.(후략) '

인성이나 습관을 길러야 하는 3살 무렵까진 아이에 집중하되, 그 이후엔 부부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녀를 잘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또 모성으로 똘똘 뭉쳐 아이를 키워내는 어머니에 더해 아버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는 시사점도 담겨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원 잘 보내면 '좋은 아빠'일까
2. 영화 '즐거운 인생'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음악영화이기도 하면서 고단한 아버지의 삶을 다룬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엔 서로 친구 사이인 4명의 아버지가 나옵니다. 그들은 대학시절 밴드 '활화산'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리더 역할을 했던 상우가 어느날 죽습니다. 상가에 나머지 친구들인 기영, 성욱, 혁수가 찾아옵니다. 친구들은 상우의 죽음을 계기로 그들의 밴드 '활화산'을 재결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 음악인의 길을 걸었던 상우와는 달리, 나머지 친구들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며 음악을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중고차 판매상을 하던 혁수를 살펴보죠. 혁수는 그나마 경제적으로 제일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식의 조기 영어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들을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입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받습니다.

성욱은 직장에서 잘린 후에도 낮엔 택배, 밤엔 대리운전을 하며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아내도 남편의 고생을 잘 압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다양한 학원에 보낼 욕심으로 남편에게 무리한 요구를 멈추지 않아 밴드활동할 시간을 빼기가 곤란합니다.

기영의 신세도 우울합니다. 그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백수입니다. 그나마 아내가 교사인지라 경제적 압박은 덜 합니다만, 항상 '눈칫밥' 신세입니다. 딸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집 밖에서 서성이는 신세입니다. 그런 처지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밴드활동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을 뚫고 밴드 활동을 하게 됩니다만,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의 가정은 각각 다른 상황을 맞습니다. 앞서 말했듯 혁수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합니다. 혁수는 아들을 위해 양육비까지 보내지만 정작 아들에게 아버지의 존재감은 거의 없습니다.

성욱은 아내가 가출하는 위기를 겪지만 결국 화해합니다. 그나마 기영은 바람핀다는 오해를 받는 정도에 그칩니다. 물론 세 사람의 처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도 있겠지만,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3. 그건 아마도 아버지로서 고생하는 모습을 아내와 자식들이 직접 느끼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혁수의 아내는 타지에서 남편의 고충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 보니, 바람도 피우면서 그저 남편을 자신과 자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이용 대상으로만 여길 뿐입니다.

물론 여기엔 개개인의 인성 문제도 있겠지요. 그래서 남자는 자신이 사랑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를 고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또 그런 어머니가 되다보니 자식에게 아버지의 의미를 심어주는 데도 무관심합니다. 결국 혁수와 아들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건 양육비 밖에 없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존경받지 못하면,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도 될 수 없습니다.

성욱의 아내는 그래도 남편의 고생을 직접 보고 느낍니다. 밴드 활동과 아이들 학원보내는 문제로 인한 의견 충돌이 있지만, 결국 남편의 꿈과 진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내가 교사인 기영의 경우, 가정경제에 대한 부담이 덜한 면도 있겠지만 눈치를 보는 와중에도 아내와 고교생 딸에게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해시킵니다.

기영은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일 능숙하고 바람직한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이 문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선 일단 넘어 가겠습니다. 그럼 죽은 상우는 어떨까요. 상우는 나머지 세 친구에 비해 불우한 인생을 살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아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상우의 아들 현준은 아버지를 대신해 밴드에 참여하며, 상우가 써놓고 미처 발표하지 못한 곡까지 대신 부르지요.

상우는 아들이 자신처럼 비참한 음악 인생을 걷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열정과 꿈을 아들은 고스란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상우는 비록 경제적으로는 무능했을지 모르나, 어쩌면 제일 행복한 아버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있어 경제적인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머니가 미처 주지 못하는 꿈을 향한 마음과 삶에 있어 필요한 신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과 교훈, 모범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다"는 영국 정치가 발포아처럼 말입니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가부장'이란 단어가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치부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물론 가부장제에는 권위적인 측면이 있고 그로 인한 많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것과 권위가 있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아버지가 권위적인 것은 좋지 않지만, 아버지의 권위는 분명 살아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의 노력과 땀을 자식들이 고스란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돈만 잘 번다고, 학원 많이 보내주고, 유학보내준다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는 올바른 가치관과 꿈을 가져야 하고, 그것들을 아내와 자식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4.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부를 일군 케네디家에서는 아버지가 식사자리에서 자식과 아내에게 자신의 사업이야기를 진지하게 해줬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온 집안이 합심해 아버지의 꿈을 이해하는 지지자가 되도록 한 것이지요. 비록 나중에 불행이 닥치긴 하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대통령까지 배출하는 정치명문가가 됩니다.

그럼 영화 속 인물들의 가족간 커뮤니케이션(대화)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 가운데 혁수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예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되질 않습니다. 이는 가정이 깨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성욱은 아내와 종종 대화를 하긴 합니다만, 그저 단편적인 말 뿐입니다. 밴드 활동에 대한 결심도 일방적인 통보를 통해 알립니다. 그래서 성욱의 가정은 위기를 겪습니다. 반대로 그 위기가 풀리게 된 계기도 진심으로 아내에게 자신의 밴드활동에 대한 이해를 구했을 때였습니다.

기영은 앞서 말한 것처럼, 조심스레 아내와 딸에게 자신의 밴드활동에 대한 이해를 구합니다. 가족들이 서서히 자신의 밴드 활동을 알도록 합니다. 아내의 구박을 참아내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기영의 가족들은 기영의 변신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성욱의 가정이 위기에 처했을때, 기영이 성욱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요령껏 했어야지." 정말 맞는 말입니다.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커뮤니케이션에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대화가 없어도 안 되고, 일방적인 통보도 안 됩니다. 가슴을 활짝 연 채 상황에 맞도록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자기 자식에 대해 아는 아버지는 정말 슬기롭다"고 했나 봅니다.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만큼 좋은 아버지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에다 냉철함까지 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어쩌면 좀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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