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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관심이 사람 죽였네

[영화로 본 세상]보성 어부 노인의 살인 사건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7.10.02 10:29|조회 : 1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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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회 본성 강제 이성 희망 열정 그리고 습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이 7가지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원인을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 세상 대부분 부조리의 원인은 바로 습관때문이지 싶다.

실제로 우리의 행동양식을 되돌아볼때 습관은 바람직한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디어도어 루빈도 이렇게 지적했다. "만일 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지 못한 습관을 지니게 된다."

즉 습관은 익숙한 채로, 편한 채로 그대로 있자는 행동 기제인 셈이다. 습관은 매우 달콤하다. 노력할 필요 없이 몸 가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는 사이 점점 자신을 좀먹게 되지만 말이다. 특히 나라일을 맡아보는 공무원 조직의 좋지 않은 습관은 나라를 좀 먹거나, 아니면 양민을 다치게 만든다.

2. 보통 공무원 조직의 안 좋은 습관을 '관료주의'라고 부른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따로 놀고, 전체의 이익이나 안전보다는 자기 집단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빠지며, 늘 예전 방식을 고집하는 습관을 총칭하는 말이다. 늘 지금 이대로를 외치면서, 그 습관을 바꾸지 않겠단 얘기다.

경찰 무관심이 사람 죽였네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에는 바로 그 관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잘 표현돼 있다. 아니 그보단 관료주의가 야기한 일본사회에 대한 염증이라고 해두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관료주의을 비트는 내용에 일본 사람들은 후련한 대리만족을 느꼈나 보다. 원래 TV시리즈였던 것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고 한다.

이 영화 시리즈의 1편은 강 한 가운데에 시체 한 구가 떠오르면서 시작된다. 시체 수습을 위해 경찰들이 모인 가운데, 한 고참 형사는 "에이 우리 관할로 넘어왔잖아"라며 짜증을 낸다. 강을 경계로 관할이 정해져 있었던 것. 관할 따지는 건 우리나 일본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보다.

3. 영화 시리즈 2편에 보면 두명의 수사본부장이 나온다. 한 사람은 관료주의로 똘똘 뭉친 왕재수 여자 수사본부장 오키다. 다른 한 사람은 동경대도 아니면서 실력만으로 본청 간부에 오른 '무로이' 다.

오키다는 혹시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지기 싫어 흉악범을 상대하는 관할서 경찰들에게 권총소지를 금한다. 관할서의 현장 직원들은 철저히 무시한다. 모든 판단은 자기가 하고, 자신의 지시없이는 어떤 수사도 할 수 없다.

폼나는 일은 본청 자기 부하들이 하고 잡일이나 밤새는 일, 위험한 일은 지청 경찰에게 시킨다. 라이벌 간부인 무로이는 TV모니터나 감시하게 가둬두면서 철저히 견제한다. 하지만 새로 발탁된 무로이는 철저히 현장인력을 믿어준다. 그리고 현장에 힘을 실어준다.

권총도 휴대하게 하고 필요에 따라선 현장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그러자 영화내내 안 잡히던 범인은 무로이가 본부장을 맡자 이내 잡힌다. 범인이 잡히자 옆에 있던 간부가 한 마디 건넨다. "힘들어 지겠어."

관할관청 협조도 없이 수사를 위해 다리를 막고, 고위층 허락없이 특공대도 출동했으니 그 뒷수습을 얘기한 말이다. 그러자 무로이는 진짜 멋있는 한마디를 한다. "당연하지. 책임지는 거, 그게 리더가 할 일이야. (전화를 들며) 경찰청장님 부탁합니다."

4. 전남 보성에서 70세 어부인 오 모씨가 성추행을 하려다 대학생 등 20대 남녀 4명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오 씨는 1차 범행으로 남녀 대학생 2명을 살해했고, 이로 인해 지난 8월31일 실종신고가 보성경찰서에 접수됐음에도 시신을 발견한 여수해경과는 정작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9월 25일 보성으로 놀러간 20대 여성 2명이 오 씨에게 추가로 살해당하고 말았다. 만약 1차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실종신고 접수 후 초동수사에서 보성경찰서와 여수해경간의 원활한 협조만 이뤄졌어도, 어쩌면 2차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너희들 관할이네', '내 소관업무가 아니네'하며 서로 문제로 미루는 안이한 관료주의가 애꿎은 젊은 목숨을 잃게 했다.

관할에 얽매이지 않고 협조하면서 현장을 누비는 사명감 투철한 경찰, 그런 경찰들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무로이 같은 멋진 간부는 그야말로 영화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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