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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틈만 나면 불안하다

이번엔 이것만(3) : 빈틈은 채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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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틈만 나면 불안하다
독수리 요새, 샷엑스드롭, 아틀란티스…. 이게 뭘까? 감이 없다면 몇개 더 들어보자. 후렌치레볼루션, 후름라이더, 바이킹…. 이쯤되면 감이 오지 않았을까.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 또는 롯데월드에 가면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 그중에서도 강도가 높은 것들이다. 나는 이런 기구들을 잘 탄다. 물론 처음엔 회전목마를 타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레벨을 높여 이제는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도 부족하면 '번지점프'로 가야 하나.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공포를 자초하고 비명을 지를까. 왜 비싼 돈을 내고 위험을 감수할까.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아찔한 스릴에 나를 옥죄던 온갖 잡념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몸은 예민하게 감각이 살아나 모든 순간을 실감한다. 이른바 집중과 몰입이 일어난다.

소름이 돋는 팽팽한 긴장의 파도를 넘으면 극적인 해방감이 뒤따른다.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잠시만 정지시켜도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 하지만 이것은 잠깐의 효과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중독성이 있고, 거듭 강도를 높이려 한다.

남녀간의 연애에도 이런 속성이 있다. 뜨거운 갈망과 함께 상대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 일어난다. 오직 그대만 생각하니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격렬한 사랑을 나눴다면 역시 극적인 해방감이 뒤따른다.

놀이기구가 '공포와 해소'의 원리라면 연예는 '절정과 해방' 또는 '사랑과 평화'의 원리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잠깐의 효과다. 중독성이 있고 거듭 강도를 높이려 한다.

한번에 한가지만 하더라도 집중과 중독은 엄연히 다르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의지는 집중의 힘이고, 끊지 못하는 것은 중독의 힘이다. 한잔의 술로 시름을 녹이고, 한모금의 담배로 슬픔을 날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마비시키고, 중독으로 몰고 간다. 집중은 나를 살리고, 중독은 나를 죽인다.

집중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한번에 한가지'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연습해보자. 아무리 바빠도 짬은 있다. 이럴 때 습관적으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어 본다. 우리는 잠을 잘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잠은 꿈도 꾸지 않는 잠이다. 이렇게 꿈도 꾸지 않고 자고 나면 생명의 기운이 충전된다.

깨어 있을 때도 방법은 같다. 잠을 잘 때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생각과 행동을 멈춘다. 시동을 끄거나 기어를 중립에 놓는 것이다. 그러면 평소에 자기가 어디에 힘을 주고 사는지 실감할 수 있다. 머리, 눈, 목, 어깨, 아랫배…. 그곳이 어디든 너무 힘이 들어가 있으면 힘을 빼려고 해도 잘 빠지지 않는다. 그곳은 항상 긴장 상태다. 그래서 막히면 탈이 난다. 힘을 빼야 긴장이 풀리고 생명의 기운이 흐른다. 통하면 안아프고, 안통하면 아프다. 이른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다.

우리는 좀처럼 여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일이 없거나 약속이 없으면 안절부절이다. 틈만 나면 불안하다. 모든 틈은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무언가를 찾는다. 그래서 하는 일이라는 게 겨우 TV를 켜거나, 빈둥거리는 것이다. 아니면 게임에 열중하거나, 잡담을 한다. 남을 헐뜯고, 먹고 마신다.

이것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훨씬 유익하다. 해석하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강물처럼 그냥 흘러가게 하라. 그 강물을 그냥 바라보라. 침묵 속에 소리가 있다. 인생도 잘 그리려면 여백이 있어야 한다. 너무 빽빽하게 그리면 그림을 망친다. 우리는 이미 지나치게많이 채웠으니 더 채우기 보다는 그만 채우는 것이 좋다. 여백을 늘리는 것, 그것 자체가 인생을 잘 그리는 것이다.
 
  
☞웰빙노트

10m, 20m, 30m, 나는 올라가는게 아니라 들어가고 있다. 나를 잊어버리는 몰아의 세계로.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절대 집중의 세계로. 내면으로 난 이 통로 끝의 세계로. 나는 이런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등산을 선택했다.
-등산인 이현조씨가 2005년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산(8150m)의 남쪽 루팔 벽을 오르며. 그는 2007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1000m 앞두고 산사태로 숨을 거뒀다.
<권기태, 일분 후의 삶>

몸은 떠나왔지만 마음은 아직 시골 생활에 대한 준비가 덜 된 모양이었다. 아직도 집착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 비우고 다 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 속에는 아직 미련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놓아버리고 순간순간에 충실하기로 했다. 배고프면 먹고, 잠을 자고 싶으면 아무 때고 잠을 자고, 잡념이 많아지면 무조건 걸었다. 산책도 하나의 훈련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차츰 시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도 서두르지 않고 오직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한결 여유를 찾았다. 화분을 가꿀 때는 화분에만 마음을 주고, 설거지를 할 때는 개끗하게 닦여지는 그릇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차츰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화순, 낮추고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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