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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조금 덜 받고 빨리 팔아라"

[로버트 실러 교수 인터뷰(상)]"집값 바닥 아직 멀었다"

김준형의뉴욕리포트 뉴욕=김준형 특파원 |입력 : 2008.01.02 11:27|조회 : 3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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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조금 덜 받고 빨리 팔아라"
"미국 집값은 더 떨어지고, 이 추세는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집을 팔 생각이라면 조금 덜 받더라도 빨리 파는게 좋다"
올해 8월부터 현실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험을 1년전부터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61.사진)의 충고이다.

실러교수는 저서 '비 이성적 풍요(Irrational Exuberance)'를 통해 20세기초 주식시장 버블 붕괴를 정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론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시장현실에 모두 정통한 실러교수의 예일대 연구실을 찾아 올해 시장전망과 투자원칙에 대해 들어봤다.

-본인이 창안한 S&P케이스-실러지수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피크 대비 6.5%떨어졌습니다. 최대 30%까지 떨어질수 있다고 지적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어떤가요.

▶2006년 중반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직전 미국의 부동산 활황기는 1989년 말에 피크를 쳤고 1994년 바닥에 도달했어요. 가격하락폭은 명목상 8%,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하락률은 20%를 넘었죠. 부동산 경기의 일반적인 순환주기가 10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바닥을 치려면 아직 멀었고 가격도 더 떨어질 것입니다.

-집값하락은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는 않을것 같은데요.

▶미국은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된 나라일뿐이죠. 영국같은 나라에서도 이미 진행중입니다. 영국 캔터인덱스(http://www.cantorindex.co.uk)의 스프레드 베팅마켓을 보면 주택가격은 2009년까지 15%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게 시장의 공감대입니다.

"미 집값 추가하락...세계 확산될 것"

-영국 유럽뿐 아니라 한국같은 나라도 부동산값 하락이 진행중입니다. 박사님은 이머징 마켓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한국은 매우 변동성이 심한 시장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분이 국내 총생산(GDP)을 앞지른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은 부동산버블이 시작된 시점이 늦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거품이 늦게 꺼지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의 부동산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파생상품을 통해 증권화가 됐기 때문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자산가치가 급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시장의 심리가 확 바뀝니다. '비이성적 풍요'같은 데서도 썼지만, 시장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해 훨씬 과정되기 마련이죠.

-그래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세제지원 등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들이 주택가격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Recession)를 막을수 있을까요.

▶어느정도 효과는 있을 겁니다. 사실 현재의 문제는 정책에 의해 초래된 측면이 있습니다. 2001년부터 미 연준이 금리를 1%대까지 내렸고, 이게 부동산 붐을 형성했습니다. 부동산 모기지를 증권화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된 점도 거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자율인하는 경기부양효과 뿐아니라 달러가치하락 인플레이션 등 문제를 촉발합니다. 우리는 지금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게 정책의 딜레마입니다. 사실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은 없습니다.

-교수님도 금리를 1% 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인플레이션 압력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금리를 지금보다 3.25%나 내리자는건 너무 과한거 아닌가요.

▶지금 당장 금리를 그렇게 내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명백하게 리세션에 돌입했다는 지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경기침체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불가피합니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도 2001년 디플레이션 우려가 생기자 매우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주장했던 사람중의 한명이죠. 시장의 심리가 붕괴되고 나면 그때는 금리인하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우를 '경기침체'라고 규정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어느정도 높게 보시나요.

▶지난해 3분기까지는 양호한 성장을 기록했고, 4분기는 지표를 봐야겠지만, 금융경색불안감, 소비심리 위축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 올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신뢰무너지면 금리인하도 소용없어"

-실제로 얼마전 플로리다 주정부펀드의 인출사태에서 보듯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MMF펀드 인출사태, 영국의 노던록 인출사태 같은 것도 그런 예이죠. 그래서 연준과 연준과 중앙은행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모기지 대출금리 조정, 유동성 공급, 이른바 '슈퍼펀드'같은 방안들은 실질적인 효율성을 떠나 '정부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하는 신뢰는 어느정도 주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방법들을 이미 다 써봤습니다. 미국 등 서구 정부나 언론은 이런 정부의 시장개입을 '손목비틀기'로 비판하곤 했죠. '시장개입'과 '지원'의 차이는 참 애매합니다.

▶시장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느정도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시장 참여자끼리 이미 이뤄진 '계약'에 간섭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 재조정조치 같은 것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죠. 그래도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 대책이 쌓이면 결국은 나중에 '도덕불감증'으로 굳어질거라는 우려도 크죠.

▶그렇죠. 그래서 애초부터 '빌트인(built-in)'계약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개개인이 감당할수 없는 일정수준의 주택시장붕괴때는 당초 계약했던만큼의 이자율을 물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죠. 1993년 '매크로 이코노믹스' 2003년 '뉴 파이낸셜 오더'같은 책에서도 계속 주장했는데, 현실화가 안됐습니다.

"주택가격 선물 등 개인 헤징수단 필요"

-개인도 다양한 헤징 수단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교수님이 공동설립한 매크로마켓(http://www.macromarkets.com)에서 개발한 주택가격 선물옵션(Housing Futures & Options)상품이 관심이 갑니다.

▶일반인들도 주식선물처럼 집을 살때 주택가격 선물 거래를 통해 하락 위험을 헤지할수 있도록 하자는게 주택선물거래의 취지입니다. 2006년 5월부터 시카고 상품거래소(http://www.cme.com/trading/prd/re/housing.html)에서 거래가 시작됐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일단 활성화되면 주택시장뿐 아니라 경제전반에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주택가격선물, 참 좋은 아이디어이고 꼭 필요한 상품인데 왜 이제서야 나왔고 사람들이 잘 모를까요.

▶'부동산 선물(Property Futures Contract)'라는 상품이 1991년 런던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적이 있는데 트레이더들이 매매조작을 하는 바람에 곧 폐쇄돼버렸죠.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면 5년물, 10년물처럼 장기물을 늘리는 것 같은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중개업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개인들이 집을 살때 '헤징'을 원해도 중계업체들이 대부분 "우린 그런거 모른다"고 하거든요.

-요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때문에 관심이 높아졌겠네요.

▶금융회사들이나 중개회사들이 이미 터져버린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를 막느라 정신들이 없어서 오히려 더 관심들을 못 기울여요. 미리미리 대비를 했어야 하는데.

-교수님은 '행동주의 학자'인데 직접 한번 뛰어들어 보시지 그래요.

▶실제로 나는 미 증권업협회(FINRA)의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실제로 중개일을 하지는 않으니까 나한테 주문낼 생각은 마시고(웃음). 하지만 주택상품 선물 확산을 위한 매크로마켓의 마케팅이나 강연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은 천천히 움직입니다. 높은 가격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버티기 때문에 거래가 잘 안되죠.
하지만 집을 팔려고 생각했다면 욕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받으려 하면 못빠져 나올 것입니다. 시장상황을 인정해야죠.
수요자입장에서는 아마도 매수보다는 '관망(Wait and rent)'자세가 유리하겠죠. 어차피 사려고 해도 당장은 매물이 없어서 사지지도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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