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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대운하 대신 웰빙운하

한반도 물길을 잇고 '생태공원'과 '행복트레일'을 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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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대운하 대신 웰빙운하
내가 사는 인덕원에서 회사가 있는 청계광장까지 물길로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다. 다만 노선이 조금 복잡하니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

우선 아파트 후문 곁 학의천에서 서쪽으로 4.3km 달린다. 거기서 안양천을 만나 북쪽으로 23.5km 달리면 한강 성산대교가 보인다. 여기서 동쪽으로 20km를 달려 성수대교가 나오면 다리를 건너 뚝섬 서울 숲에서 잠깐 쉰다.

이곳이 청계천이 중랑천을 만나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그러니 여기서 청계천으로 길목을 잡아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 한복판 청계광장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청계천에서 자전거는 사절이니 걸어야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학의천→안양천→한강→중랑천→청계천을 통해 집에서 회사까지 물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인덕원에서 과천으로 넘어 가면 훨씬 간편한 노선도 있다. 과천 중심부까지 물길을 낸 양재천을 따라 10km 가량 달리면 탄천과 만나는 학여울이 나오고, 여기서 북쪽으로 틀어 3km 가면 잠실 종합운동장 부근의 한강이다. 그러니 여기서 서쪽으로 한강고수부지를 조금 타다가 성수대교를 건너 서울 숲에 도착하면 청계천 입구에 다다르는 셈이다. 양재천→탄천→한강→중랑천→청계천 노선이다.

물길을 잇는다는 것은 이렇게 멋진 일이다. 가장 큰 물줄기인 한강을 소통시켜 놓으니 그보다 작은 안양천이 한강에 길을 대고, 그 다음엔 더 작은 학의천이 안양천으로 길을 트는 식이다. 사실 안양천이 한강까지 산책로를 완전히 뚫은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년 전만 해도 안양 석수역 근처에서 길이 끊겨 복잡한 대로로 나갔다가 시흥 쯤에서 다시 안양천에 복귀해야 했다.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도 난개발의 상징이 된 용인 구성에서 산책로가 끊긴다. 나는 가끔씩 그곳에서 자전거를 돌리면서 '이 길이 부산까지 이어졌으면'하고 아쉬워 한다. 자전거를 타고 꼬불꼬불 이어진 550km 물길을 따라 부산에 이르고 싶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황당한 일도 아니다. 한강에서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구리→팔당→양평으로 달리고, 양평에서 남쪽으로 충주→문경→상주→구미→밀양으로 달리다 보면 결국 부산에 닿지 않겠는가.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그 소음에 한마디 더하는 것같아 조심스럽지만 나는 '반대'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배가 오가는 물류 개념의 인공 운하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수십개의 갑문과 터널을 만들어 물길을 트고, 가두고, 관리하는 방식은 70,80년대 치산치수식 국토개발의 냄새가 난다.

전쟁의 상처가 깊었던 40,50년전에는 그것이 옳았을 수 있다. 청계천도 지금 뜯고 보니 좋지만 50,60년대 무작정 상경한 이농자들이 게딱지같은 판자집으로 청계천을 점령했을 때는 정말 덮고 싶었을 것이다. 온갖 생활하수가 대책없이 쏟아지는 청계천에 뚜껑을 덮고 도시빈민을 단숨에 쓸어버린 개발독재 시대의 슬픈 역사를 어찌 몰라라 할 것인가.

그러나 이제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썩은 물과 죽은 하천을 살려야 할 때다. 하천 부지에 산책로와 생태공원을 만들고, 크고 작은 물길들을 이어야 하는 시대다. 개발시대의 낡은 상상력을 담은 '대운하' 대신 '웰빙운하'를 만들어야 할 때다. 세상의 물길이 아름답게 엮인 청정한 그곳으로 워킹족은 걷고, 조깅족은 뛰고, 싸이클링족은 달리고 싶다.
 
  
☞웰빙노트

자연속에 직선은 없다. 있다 해도 그것은 곡선의 일부이거나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에 직선이 없는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직선을, 그것도 대량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산을 깎고 숲을 파헤쳐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만들고, 논밭을 밀어 그 위에 콘크리트 직각기둥을 무수히 꽂아 놓았다.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싹둑 자르고 갯벌을 메워 항만과 부두를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덧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직선으로 도배질되었다. 그에 따라 직선을 닮아버린 사람의 마음은 서로를 찌르고 밀쳐내며 오로지 키재기에만 몰두한다.
<황대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강은 제각각 느낌이 다르게 와닿았다. 금강은 변혁의 역사가 서린 강이다. 호남에서 시작해서 북진하여 계룡산을 멀리 싸고 돌면서 다시 내려온다. 그 역류하는 강변마다 기존의 구체제에 대항했던 민초들의 삶이 얽혀 있다. 섬진강은 퍼주고 또 퍼주어도 티를 내지 않는 누이같은 강이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흐른다. 한강은 민족의 동맥같은 강이다. 힘과 활기가 느껴진다. 낙동강은 한민족의 정신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산강은 강 중간중간에 물막이 댐이 많아서 허리가 잘린 것같다.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남한의 7대강 2000km를 걸어서 답사한 신정일씨의 소감 <조용헌, 방외지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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