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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 것이지"

[패션으로 본 세상]전문가도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8.01.23 12:41|조회 : 1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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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 것이지"
비싼 경매가를 주고 산 그림이 위작인지 염려되어 실제 작가에게 진품 여부를 문의한 사람이 있었다. 대답은 청천벽력처럼 '위작'이라는 것.

해당 작가는 너무 많은 위작에 분노한 나머지, 자기에게 작품을 문의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히 진위 여부를 말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화가 난 구매자는 경매처에 항의했지만, 대답은 심플했다. 그 작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말인즉슨 자체 감정팀에서 전문가들이 진품으로 감정했으니 자신들은 진품을 판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체 감정팀의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그들은 작가들도 나이가 들면 자기가 그린 그림을 몰라볼 때가 있다면서 그래서 자신들 같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말이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는 말처럼 애매한 말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왜 그렇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들에게서 문제를 느끼는 것일까. 때로 우리는 납득할 수 없는 발표나 기사를 접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의 뒤에는 언제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황당한 경험들은 의외로 자주 있다. 피할 수 없는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들은 종종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로 종료된다.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한 것이므로 우리는 그 말을 믿어야 한다. 공개적으로 치루어진 컨테스트나 임용에서도 때때로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타나지만 이 역시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결정한 것이므로 항변의 여지는 거의 없다.

이런 말들은 마치 할머니들의 으름장들과 닮아 있다. '어른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 것이지'. 그들은 마치, 너무 바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잘 표현할 길이 없어져 버린 할머니처럼 굴고 있다. 그렇게 설명의 기술이 딸려서야 무슨 면목으로 전문가란 호칭을 달 수 있단 말인가.

앞선 미술품의 감정에서, 위작임을 주장한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조목조목 어째서 이 작품이 위작인지를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진품과의 세부적 확대비교를 통해, 진품에서 보여진 치밀한 터치와 위작에서 조악하게 생략된 부분을 맞대어 위작임을 부분 부분을 들어 주장했다.

그리하여 결국 그들의 주장은 '설득'과 '공감'을 얻었다. 우리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명을 통해 비로소 상황을 이해하고, 위작임에 틀림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과정이 생략된다면 그들은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전문가란 전문적인 영역과 평범한 사람들의 다리가 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 설명과 공감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은 그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인은 잘 모른다'면서 그들에게 일일이 설명해봐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문적 영역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부분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실생활과 연결된 부분, 즉, 자신의 병에 대해 의사와 하는 상담이나, 자신의 이익이 걸린 소송에서 변호사와 하는 상담, 자신이 구매한 물품에 대한 감정 등에서 전문가가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다.

실제로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과학적 영역, 즉 물리학이나 바이오공학의 전문가들 중에서도 어떤 현상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와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리어 그들은 자신의 전문분야이기 때문이 일반인들이 무엇을 이해하면 되는지 간파할 수 있다.

놀랍게도 설명을 잘 하지 않고 고압적 자세를 취해야만 전문가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버리면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없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괜히 일만 망쳐놓는다고 말이다.

아마도 그들이 받고 있는 것은 존경이 아니라 뒤틀린 권위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일 것이다. 물론 진지한 설명을 잘못 알아들은 사람들이 일을 망쳐놓는 경우도 많다. 충실한 설명과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하고 이런 부작용에 대비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설명을 생략한 채 그 순간 이미 잃어버린 자신의 권위를 허풍처럼 고집할 것인가는 그의 몫이다.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쓰인 마케팅 용어 중 하나는 '똑똑한 소비자(Smart Consumer)'였다.세상은 바뀌었고, 이제 소비자는 기획자들 머리 위에 앉아있다. TV 광고를 보면 과거엔 광고의 메시지에 매료되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저런 광고비용이 다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라 비판한다.

스마트 컨슈머의 시대에서 폐쇄적인 전문가들이 설 수 있는 입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충실한 설명과 커뮤니케이션이 또하나의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아마도 미래에 그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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