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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수다쟁이 세살, 아이는 연습중

[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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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가명)이는 만 3세 8개월인 여자 아이이다. 부모가 둘 다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키워주고 계신다.

지영이는 유치원에서도 말을 잘 알아듣고 친구들하고도 잘 놀지만 집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 라고 하면 할머니가 척척 갖다 주기 때문에 지영이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언어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지영이의 언어 이해력은 매우 우수하게 나왔지만, 언어 표현력은 또래에 비해 떨어졌다. 지영이가 자꾸 말을 하지 않으면 언어 발달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면이 있어서, 할머니가 알아서 다 해 주는 습관을 교정하도록 조언하고 지영이의 언어 표현을 북돋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위 사례처럼 언어를 다 이해 하면서 제스처만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너무 빨리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거나,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부모가 이미 알아서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예로 막내 아이인 경우에는 언니나 형이 대신 말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첫째 아이는 15개월 때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었는데, 둘째는 두 살이 다 되도록 간단한 문장을 잘 말하지 못한다’며 걱정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럴 때는 첫째가 동생 대신 통역관이 되어 주기 때문인 경우가 있다.

아이가 제대로 된 언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언어를 배우기 적합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집안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말이 없는 조용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수다스러운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서 언어발달이 느린 경우가 많다. 엄마가 수다스러울 경우 아이의 언어 발달이 훨씬 더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가정에서의 풍부한 언어 자극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자극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언어 자극의 질이다. 외국의 한 청각장애 부모가 자신들이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언어적 자극을 충분히 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세 아이들을 하루 종일 TV 앞에서 지내게 한 사례가 있었다. 이 부모는 TV를 통한 언어 자극으로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원하였지만, 결과는 참담하였다. 또래 아동들에 비해 언어 능력이 형편없이 낮게 나온 것이다. 아이의 언어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소리의 전달이 아니라 아이와의 상호 작용을 통한 언어 자극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상호 작용을 통한 언어 자극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엄마가 아이와 말을 할 때는 엄마의 입술 움직임이 잘 보이도록 아이를 바로 쳐다보면서 이야기 하고, 입동작을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하여 입 모양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말소리를 아직 잘 따라하지 못하는 10개월 이전이라면 먼저 비언어적인 소리를 따라 하도록 가르친다. 예를 들어, “음메, 멍멍” 등 동물 울음 흉내 내기나, 공을 던지면서 “뾰옹” 하는 등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한다.

생후 12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가 언어에 재미를 붙이는 시기이다. 아이가 소리를 흉내 내어 부정확하게나마 말을 하면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들려주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무” 라고 하면 “그래, 물” 하고 말해준다. 아이에게 사물 이름을 가르쳐 줄 때도 올바른 반응을 시범으로 보여주고, 잘 따라 하면 잘했다고 칭찬 해 준다. 불을 끌 때마다 “깜깜하네” 라고 하는 등 부모가 여러 번 말을 똑똑한 발음으로 반복시켜 주면 좋다.

생후 18개월 전후가 되면 언어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아까 아빠란데, 무떠떠.(아까 아빠랑 간 데, 무서웠어)” 등 어렴풋하게나마 문장의 형태를 보이는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언어 발달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므로 가능한 많은 양의 언어 자극을 주어야 한다.

다만, 아이가 질릴 정도로 학습을 시키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과묵한 엄마라도 지속적으로 언어적 표현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할 때에도 그냥 말없이 하기 보다는 “엄마 설거지한다.” “엄마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어요. 수세미에 미끌미끌한 세제를 묻혀요. 수도꼭지를 돌려서 물을 콸콸 틀어요. 그릇을 싹싹 닦아요.”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말로 설명을 해 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른 시기에는 많이 못 하였다 하여도 이 시기에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반드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가 2세 이상이 되어 말을 잘 하게 되면, 아이의 모든 행동과 요구는 스스로 언어적 표현을 하도록 격려한다. 아이가 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이에게 언어로 의사를 물어본 후 대답을 유도하는 등 일상생활에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되도록 스스로 표현하도록 기회를 많이 준다. 아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에 비해 알고 있는 단어의 수가 적기 때문에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문장을 끝내라고 재촉하거나 지나치게 정확히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선해 나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세 살이나 네 살 아이는 수다쟁이다. 아이가 반복해서 계속 얘기하는 것이 지겹고 피곤하더라도 아이가 충분히 얘기하도록 반응하여 주자. 아이는 지금 새로운 언어 습관을 익히고 연습하고 있는 중이므로, 말을 들어주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같이 대화하는 시간이 길수록 아이의 언어 습득 기술은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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