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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소비야"

[이윤학의 시황분석]It's the Consumption,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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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소비함수 논쟁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현재 집권당인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민주당의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최근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후보의 승부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두 후보들의 대선슬로건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도 비중을 두는 듯하다. 힐러리 후보는 '경험과 경제'를, 오바마 후보는 '변화와 희망'을 대선슬로건으로 걸고 있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대선슬로건이 가지는 상징성과 정책방향성은 대선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대선슬로건으로 걸프전 승리로 인기몰이를 하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겼다. 정치논리보다는 먹고 사는 경제문제를 정확하게 파고 들었기에 촌철살인과 같은 단 한마디 구호로 대선의 승기를 잡았다.

만약 지금 주식시장이 미국대선이라면 무엇이 화두일까? 서브프라임모기지, 경기침체, 금리인하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것들이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는 '소비'가 아닐까 싶다. 최근 미국에선 때아닌 소비함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이나 머리를 싸매고 생각할 소비함수가 주식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최근 미국정부가 시행하려는 부양책이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부양책은 일인당 600달러, 가구당 최대 1800달러 수준으로 전체적으로는 168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주 부시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면서 "오늘 서명한 경기부양법안이 경제를 살리는 한방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부양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박이 논쟁의 핵심이다. 즉, 부양책에 대한 비관론자들은 일시적인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프리드만의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에 근거를 하고 있다.

실제 911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정부는 세금환급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비를 진작시켰었는데, 당시 일인당 300~600달러씩 지급된 세금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저축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양의 실효성에 강하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전통적인 소비함수는 고전학파가 주장한 '소비는 이자율의 함수'라는 것이었다. 즉, 저축은 이자율에 의해 결정되며, 소비는 소득 중에서 저축되지 않은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자율이 소비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이후 케인즈가 '소비는 가처분소득의 함수'라고 주장하면서 절대적인 소득의 크기가 소비를 결정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소득가설은 소비가 다른 사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소비의 전시효과 : Demonstration Effect) 한번 늘린 소비는 좀처럼 줄일 수 없다는(소비의 불가역성, 톱니효과 : Ratchet Effect) 듀젠베리의 상대소득가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이후 프리드만은 소비는 현재의 소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전생애에 걸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소비자는 현재 소득이 늘어나도 현재 소비에 이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일정기간 소비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소비의 평준화(Consumption Smoothing)의 행태를 보인다고 했다. 이는 임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했다고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최근 소비함수의 논쟁은 바로 프리드만의 항상소득가설을 믿는 사람들이 현재 미국정부의 부양책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임을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소비
지난주 미국시장이, 그리고 글로벌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데에는 예상치 못한 소비의 호조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매판매가 0.3% 증가함으로써 0.3% 감소를 예상했던 시장컨센서스를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이 지표의 반전이 중요한 이유는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 소비, 고용 등 대부분의 거시지표들이 위축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물론 유류제품의 가격상승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작년 12월 크리스마스연휴 판매가 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면서 소매판매가 4%나 감소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장의 비관론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우리는 남의 나라 소비에만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다. 지난해 4/4분기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한국의 소비도 위험수위를 보이고 있다.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27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였다. 더구나 실질소비는 전년 동기대비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6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가 가처분소득의 함수이든, 항상소득의 함수이든, 결과론적으로 소비는 생산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 우리가 미국의 소비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는 미국 GDP에 대한 기여도가 70%이상 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우려하던 서프프라임 부실사태가 어느 정도 확산되었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서도 소비는 중요하다. 2004년 이후 본격적인 내수팽창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소비는 기업생산과 가계소득증가에 본질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소비야(It's the Consumption, Stupid!)"라는 화두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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