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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끝인가. 달려오는 기관차인가

[이윤학분석]강세장은 비관속에서 生한다는 말 되새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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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보이는 한줄기 빛이 터널의 끝인지, 아니면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의 불빛인지 알 수 없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끝없이 추락하던 한국증시에서 새로운 희망이 하나씩 생길 무렵, 어느 애널리스트가 시니컬하게 한 말이다.

그만큼 그때는 추락의 공포가 컸고, 주식시장이 영원히 다시 살아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비관론이 시장을 장악하며 다우지수의 저점이 다시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극도로 높던 지난주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반환점은 돌아선 것 같다"(But are likely past the halfway mark)

S&P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각액이 2850억달러로 자산상각 추정치를 200억달러 더 상향조정하였지만 이제는 세계 금융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의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것이 급락하던 다우지수를 상승세로 되돌려 놓는 등 미국증시에 희망의 불빛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수주일 동안 벌어진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일파가 만파가 되어 금융시장 교란수준을 넘어 경기침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국제원자재가격의 폭등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시장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사실상 소득과 소비의 증가를 기대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는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원자재가격 폭등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위가 바뀌는 숫자에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코스피 1000포인트 시대가 열릴 때 투자자들은 흥분했으며, 사람연령 100세가 장수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옛날 부(富)의 척도도 천석군, 만석군이었다.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에 매우 중요한 경제지표들 중에서 새로운 단위변화를 시도하는 것들이 있다. 소위 천 단위로 올라서고 있는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 국제금값이 그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998원을 기록하여 2006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말 일시적으로 900원이 붕괴된 이후 5개월 만에 11%이상 절하된 것이지만, 지난 주말 하루에 1.5% 이상 절하되는 등 대부분의 절하는 사실상 2월말 이후의 최근에 이루어졌다.

원/100엔 환율도 1천원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지난 주말 100엔당 995원까지 상승하는 등 지난해 7월 이후 무려 34% 정도 원화가 절하됐다.

특히 최근 3주간 원/엔 환율의 상승폭이 14%를 넘어서는 등 원화에 대한 주요통화의 강세가 최근 한달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 중에서 금값도 2월 중순에 온스당 $900하던 것이 최근 $1000을 기록하는 등 천(千)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환율이든, 금값이든 천(千)의 시대 도래가 그리 달갑지 않다.

이것은 결국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말해주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과도할 정도의 원화 평가절하는 궁극적으로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에 일조를 할 것이고, 유동성의 국외유출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값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역시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고, 회의 속에서 자라난다

꽃 한 송이가 피었다고 바로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시각변화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희망적이다.

서프프라임 부실사태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 하나로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분석보고서 하나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경기가 호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관론 일색의 주식시장에 최초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새로운 천(千)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암흑 속이다. 그래서 과거 IMF 외환위기 때처럼 지금 보이는 불빛이 터널의 끝인지, 아니면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의 불빛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아래에 있는 월가의 격언을 잊으면 안된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 태어나, 회의(懷疑)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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