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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가문의 피습'

[제비의 여의도 편지]

제비의 여의도 편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입력 : 2008.03.26 23:22|조회 : 36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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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박근혜… '가문의 피습'
#대한민국 근대화의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의 독재로 기억되는 가문. 그 가문의 운명이 기구하다. 역사의 평가가 극명하게 대조된다는 것은 운명에 비해 오히려 행복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가문, 그 가족 얘기다.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제 이것 하나만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바로 '가문의 피습'.

#시계추를 40년 돌려보자. 1968년 1월21일. 가문의 피습이 막을 올린 날이다.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인 124군부대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했다. 31명중 28명이 사살됐고 2명은 도주한 것으로 간주됐다.

생포된 한 명이 김신조다. 청와대가 뚫리진 않았지만 청와대 근처에 접근을 허용했다는 것만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후 '실미도'에서 대북 진입 부대 훈련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인생이 바뀐 시점은 1974년 8월15일.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즐기던 그를 정치 일선으로 나오게 한 '불행'이 닥친 때다.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박 전 대표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날이다. 범인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조총련계 문세광이었다. 저격 목표는 박 전 대통령이었지만 육 여사가 희생을 당했다.

박 전 대표는 프랑스 유학 중 급한 일로 귀국하라는 통보만 받은 채 공항으로 향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일체 말을 아낀 채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신문에 난 어머니 소식을 접한 뒤 오열했을 뿐이다.

#1979년 10월 26일은 가문의 피습으론 정점이다. 궁정동 만찬석상에서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저격으로 급서했다.

박 전 대표가 자서전에서 회고한 10월26일은 매우 안타깝다. 박정희 대통령은 별다른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딸과 저녁을 했는데 그날도 그럴 예정으로 딸의 집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아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곤 별 메모없이 떠났다. 그때 향한 곳이 궁정동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잠깐의 시차가 부녀간 마지막 만남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가문의 아픔, 가문의 피습은 이걸로 끝인가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006년 5월20일 사건은 또 터졌다. 이번엔 박근혜가 피습의 직접적 피해자가 됐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을 누빌 때다.

그날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장소는 서울 신촌 현대 백화점 앞. 저녁 7시20분쯤 연단에 오를때 지모씨가 청중 속에서 나와 15㎝ 길이의 흉기를 꺼내 박 전 대표의 오른쪽 뺨 귀밑 아래로 11㎝ 가량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오히려 근처에 대형 병원이 있었던 것, 봉합수술 최고 전문가가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그 이후의 삶을 거저얻은 삶이라고 여기고 산다.

#이제 없을 줄 알았다. 부모에다 자신까지 당한 터에 '피습'은 없을 줄 알았다. 18대 총선 후보등록 마지막날이자 선거운동 시작 바로 전날인 2008년 3월26일. 박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인 김재학(81)씨가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 생가 근처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과 알고 지냈던 사이로 전해졌다. 초등학교 교장을 정년퇴직한 뒤 1980년대 초부터 생가보존회를 만들어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방문객을 접견하는 역할을 해 와 박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가족으로 여길 정도다.

#어찌됐건 박 전 대표는 또 한명의 가족을 '피습'으로 잃게 됐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전방은 괜찮습니까"라고 했던 그다.

2년전 지방선거 유세 때 피습을 당했을 때는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로 판세를 뒤집었던 그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이날 김씨의 피살 사건을 접한 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했다.

같은 한마디지만 이전의 한마디와 좀 다르다. 선거를 앞둔 시점, 정치색은 없다. 오히려 아픔만 더 묻어난다. '가문의 피습'이 끝이길 바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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