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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만 지으면 모든 게 해결되나

[CEO에세이]숭례문 화재 등 책임지는 이 없는 사회

CEO에세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입력 : 2008.04.03 12:51|조회 : 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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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만 지으면 모든 게 해결되나
얼마 전 ‘숭례문 화재, 책임지는 사람 없어’라는 헤드라인으로 짧막한 보도가 있었다. ‘중구 공무원 3명만 불구속 입건…. 수사 종결’이라는 부제와 “경비·진화 매뉴얼 없어 사법처리 힘들다”는 당국의 변명이 인용돼 있는 기사였다.
 
한 귀퉁이에 ‘“국보, 국가가 직접관리”유인촌 문화부 장관’이라는 조그만 기사가 붙어 있었다. 과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보도 내용을 본 국민들의 경악과 분노와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또 국민들은 정부에게 뭔가 사기 당한 것 같이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 했을 것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이 국민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타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책임자 없이 허망한 이벤트 무대같이 숭례문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볼 성 사나운 꼴 보이지 않게 얼른 담이 쳐졌다.
 
현장을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또 가짜 국보라도 얼른 뚝딱 번연히 분칠해서 내놓고 무슨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싶을 것이었다. 그러니 힘없는 국민들 몇몇이 와서 타버린 숭례문에 분향하면서 마음속에 깊은 한을 새기는 게 당연하다.
 
“숭례문 이시어! 이 꼴이 됐는데도 해당 책임자들에게 책임조차 묻지 못하는 이 힘없는 백성을 용서하소서!” 죄진 자들은 국민들 건망증을 기다릴 것이다.
 
◆숭례문이 타버린 것에 아무도 책임이 없다?
 
불탄 숭례문에 대해 책임자 모두가 ‘네 탓이오’하는 공방은 가관이었다. 숭례문 화재진압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방재청, 평시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 중구청, 두 기관을 지도·감독·지원하는 문화재청 사이와 전현직 대통령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국보1호의 소실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므로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 이번 기회에 서울 성곽의 정문으로서의 모양을 그대로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석고대죄해도 부족한 마당인데 그 알량한 문화유산 지식과 행정경험을 토대로 복원에 참여했으면 하는 염치없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문화재는 문화재(門火災)라는 네티즌들의 비아냥을 받았다.

청장들, 서울 시장들, 대통령들의 딱 불어진 사과 한마디도 국민들은 듣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 입에서 200억 원 예산으로 3년이면 복원이 가능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숭례문이 불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걸음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복원 비용을 국민 성금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 네티즌은 “국보1호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문화재청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강제 개방한 당선자님께서 대선과정 중 재산 헌납약속을 실행할 기회로 삼는 것이 도리와 책임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죽하면 숭례문을 복원하지 말고 불탄 그대로 후세에 남기라는 네티즌들의 독설도 있었다.
 
◆CEO의 책임과 최고 덕목 문화지수 CQ(Culture Quotient)
 
자유는 책임을 동반한다. 시장에서는 자유롭지만 부실하면 퇴출되는 게 순리다. 그게 책임이다. 책임은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삶의 논리다. 책임지지 않는 것은 역천(逆天)이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자유와 경쟁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한 룰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라도 책임지게 하는 순천(順天)의 논리다.

재벌 오너도 노동자도 범법자는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각계 CEO가 책임지려는 노력과 함께 그가 책임지도록 사회가 압력을 가하는 것이 떳떳한 시장이다. 한국은 아직도 5·18 광주 항쟁시 발포책임자를 찾아내고 벌주지 못했다. 반면에 유태인들은 아르헨티나로 은둔한 늙은 아돌프 아이히만도 찾아 사형시켰다. 그는 나치스 친위대 중령으로 유태인 학살의 책임을 진 것이었다.

서울은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의 충고대로 요즘 문화도시로 거듭나려고 야단이다. 숭례문 사건은 책임자들의 문화를 접근하는 문화지수 CQ (Culture Quotient)를 높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크리스토퍼 얼리는 그것을 21세기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메뚜기가 해충이지만, 중국에서는 애완용이고, 태국에서는 애피타이저 음식이다.”전 세계 주요공항에는 메뚜기 그림과 함께 위와 같은 문구가 있다. ‘세계 속의 현지 은행’이라는 모토의 글로벌 기업 홍콩상하이 은행의 메시지다.
 
네델란드의 문화 인류학자인 기어트 홉스테드는 ‘정신의 소프트웨어’라고 문화지수를 해석한다. 숭례문이 뚝딱 복원될 수 있는 게 아니다. 10년 세월을 거치더라도 그 속의 문화를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복원하라. 불탄 역사까지.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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