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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195억번의 섹스

우리는 '방대한 사랑'의 공통분모 위에 있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입력 : 2008.05.06 12:41|조회 : 4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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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195억번의 섹스
수많은 사람이 모인 축구장이나 야구장. 그런 곳에 가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섹스가 있었을까?'

축구장에 5만명이 운집했고, 한사람의 생명을 만드는데 평균 세번의 섹스(너무 인색한가?)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당연히 15만번의 섹스가 있었을 것이다. 지구 인구가 65억명이니 같은 셈법으로 하면 195억번의 섹스가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 냈다.

변태 아니냐고 힐난하지 마시라. 나는 단지 그처럼 '방대한 섹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제각각 나름대로 각별하고도 은밀한 사랑을 나눴는데 알고 보니 그건 누구나 똑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힘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 사랑만 특별하다고 착각한다. 물론 내 사랑은 특별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랑도 특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세상에 특별한 사랑들이 가득하다. 이 운동장에도 꽉 차있다. 우리는 그처럼 거대한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 그 공공연한 비밀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 비밀은 증거가 아주 명백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완벽히 하나다.

나는 수만명이 환호하는 열광의 운동장에서 원초적인 유대감을 느낀다. 차고 넘치는 생명의 에너지를 실감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고립돼 있지 않다. 우리는 '방대한 사랑'으로 그물처럼 엮여 있다. 우리는 사랑의 공동분모 위에 있다.

우리는 얼마나 똑같은가. 또 다른 방식으로 느껴보자. 아마존 오지의 인디오들은 지금도 옷을 입지 않는다. 하나도 걸치지 않는다. 10년동안 남미에만 120번 이상 오가며 아마존을 취재했다는 '도전! 지구탐험대'의 정승희 PD. 그가 쓴 책과 사진을 보니 정말 적나라하다.

열대 우림 아마존에서는 전라가 더 자연스럽다. 더 편하다. 그러니 누구도 가리지 않고 산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똑같다. 서로 똑같다는 것을 항상 보면서 산다.

굳이 무언가를 걸친다면 그건 장식의 의미다. 그러나 걸치는 것보다는 몸에 직접 그리는 걸 더 좋아한다. 그들의 '보디 페인팅'은 예술이다. 그것은 전라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벗은 몸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가 보다. '그것이 왜 부끄러울까.' 그들의 생각으로는 옷으로 몸을 가리고, 음란한 눈길로 상대방을 훔쳐보는 우리들이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너와 내가 하나도 다르지 않는데 무엇이 부끄러워 가린다는 말인가.

내 경험으로도 전라의 부끄러움을 넘어서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독일의 남녀혼탕. 남녀노소가 벌거벗고 사우나를 즐기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시선처리가 안돼 엉거주춤하지만 결국 잠깐일 뿐이다. 상대방이 나를 의식하지 않는데 나만 그를 의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도 신경 끄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너무 똑같다.

그렇게 야하게 벗고 지낸다고 해서 더 문란하다거나 성폭력이 잦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넘치는 욕망을 화려한 옷 속에 감추고 사는 우리들의 세계가 더 문란하지 않은가. 아파트에 콕콕 틀어박혀 사는 우리가 더 고독하고, 더 폭력적이지 않은가. 우리 모두 하나라는 유대감을 상실한 채 휘황찬란한 도시의 뒷골목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상대방을 제치고 지배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지 않은가.

  
☞웰빙 노트

우리 주위에는 '님'보다 '놈'이 더 많다. 그리고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남'이다. 우리네 삶이 고달픈 이유도 주위에 '님'보다 '남'과 '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부 스스로 만든 업보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이 비율을 '님>남>놈'의 순서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황대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싱구 부족들은 '몸'을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처럼 '옷'으로 예의범절을 따지고 '옷'의 브랜드로 '능력'을 가늠하며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싱구 부족의 모습은 내게 묻는다. '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몸을 즐기지 않고 옷을 즐기는가?'라고. 옷을 벗으면 인간이 보인다. 돈을 받고 벗으면 몸매만 보이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벗고 있으면 '자연'이란 이름의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정승희,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어떤 존재이건 일단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우리와 연결된 그 고리를 쉽게 잘라내지 못할 것이다. 가령 맑은 강물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물속에 시멘트를 쏟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것을 두고두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나무를 베어내지 못할 것이다. 또 죽어가는 동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결코 덫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존재를 처음 사랑했을 때의 그 착한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면 결코 다른 존재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박혜영 인하대 교수, 인도의 여성작가 아룬다티 로이에 대해 쓴 글(세계화에 맞서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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