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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여, 세상의 변화를 눈치챘는가?

[패션으로 본 세상]지식인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던져라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8.06.09 12:31|조회 : 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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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여, 세상의 변화를 눈치챘는가?
세스 고딘(Seth Godin)이 쓴 보라빛 소가 온다(Purple Cow)에는 세상의 변화를 짚어낸 매력적인 문구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고딘이 자주 반복하고 있는 어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은 세상의 변화를 '눈치챘는가', 라는 질문이다.

당신은 세상의 변화를 눈치챘는가? 세상의 변화란 누가 친절히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아니어서, 어떤 사람들은 별다른 악의없이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거듭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확신으로 하는 행동들이 모두 소용없는 일이라면 이는 그야말로 가슴 아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함께 세상을 눈치채 보도록 하자. 누군가의 말대로 트렌드를 무시하는 것은, 트렌드에 매몰되어 있는 것 보다 어리석다. 먼저 멀리 몇십년 전으로 날아가보자.

4-50년전의 시기는 이른바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다. 이 시기는 무엇이건 만들면 팔렸다. 그 당시에는 옷 역시 '브랜드'라는 개념이 없어서, 반도패션 옷, 제일모직 옷 등 '메이커', 즉 제조기업 이름의 구분만 존재했다.

이 시기는 제조업이 막 확산되던 시기여서 생산 시스템을 가지고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면 너나 할 것없이 돈을 벌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했던 인재는 '생산력'을 갖춘 사람이었고, 삶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단순한 공식으로도 충분한 열매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그 후 20여년이 지나자, 어쩐지 만들어놓아도 잘 안팔리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이제는 물건이 넘쳐나게 되어서,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소비자들이 수많은 제품 중에 바로 우리 제품을 선택해 주어야만 판매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시대는 '잘 만들고 잘 마케팅 해야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그저 물건을 잘 만들면 되지'라는 착실한 마인드를 지닌 상사들은 후배들로부터 꽤나 시대에 뒤쳐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후배들은 그들이 한때는 제조업의 시대를 주도했던 인재들임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마케팅의 시대는 모든 제품의 '브랜드'화를 부추겼다. 브랜드는 메이커라는 개념보다 더 좁고 또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소비자들을 파고 들었다. 이 시기에 가장 요긴했던 인재들은 판촉면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하면 '공격적 영업'이나 '공격적 마케팅'에 능한 사람들이었다.

이 당시에는 '진취적인 과감함'이라는 것이 먹혀 들었다. 면접에서 크게 웃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은 큰 호감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소 '무대뽀'일지라도 치고 나가는 상사들은 기업과 후배들로부터 가장 큰 인정을 받았다.

그 후 10 여 년이 지금, 세상은 아직도 그 같은 시대에 머물러 있을까. 물론 아니다. 세상은 이제 그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과연 그 점을 지금 눈치채고 있는가?

지금의 시기는 잘 만들고 잘 마케팅해도 딱히 잘 풀리지 않는 시대이다. 과거에는 광고효과라는 것이 뚜렷해서, 남녀노소 모두가 '맞다 게보린' 같은 광고를 선명히 기억했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광고의 단편적인 이미지들은 기억해도, 과연 그 광고가 어느 제품을 선전하고 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얼마 전 있었던 모 기업 연수 세미나에서, 나는 시험 삼아 몇 가지 광고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이것이 과연 무엇을 선전하는 광고였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총 5개의 광고에서 그들은 1개의 광고만을 해당 제품과 연결지었다. 나머지 4개는 광고를 본 기억은 나는데 그것이 무슨 제품에 관한 것인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것은 뭐랄까. 이른바 마케팅의 홍수가 빚어낸 소비자들의 무신경함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제품이 넘쳐나자 만드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았던 것처럼, 마케팅과 광고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모든 판촉행위에 식상해져 버렸다. 그저 마케팅하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시대에 과감한 진취성은 때로 그다지 반길만한 것이 못된다. 세상은 바뀌어가고 있다.큰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치는 신입사원이 제대로 된 토익점수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의 열정은 곧 허풍으로 비추어진다.

치고 나갈 줄 아는 상사라도, 지나치게 '무대뽀'로 앞서나가면 자칫 '이 산이 아닌가벼'라는 코미디에 직면하거나, 아니면 '큰일 날 사람'이란 빈정거림을 듣게 된다. 요컨대 지금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능력은 그러한 것들이 아닌 셈이다.

마치 20년전 '착실하게 만들면 되지' 라는 생각이 낡고 답답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지금은 '그저 앞으로 치고 나가야지' 라는 생각은 또 하나의 답답한 벽이 될 수 있다.

여러 기업의 젊은 사원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과거에는 호인으로 불렸을 법한 성격의 상사-욕도 잘하고, 집어 던지기도 잘하면서 과거에 여러 실적을 올렸던 사람-들에 대해 묘한 반감을 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상사들은 아마 자신들이 현역이었을 때, 그 같은 진취성으로 많은 실적을 쌓아왔을 것이다. 그들은 치고 나가면 기회가 만들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런 전략은 과거엔 잘 맞았지만, 지금처럼 분화된 사회에서의 기회란, 과연 그런 식으로 창조될 수 있는 것일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알려면, 과연 이 시대가 무엇에 질려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너무도 많은 브랜드가 야기한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너무도 많은 마케팅이 야기한 '다 팔아먹으려는 수작'이라는 '뻔한 놀음'을 깰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획기적인 반짝 아이디어가 뻔한 놀음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짝 아이디어를 이미 너무도 많은 마케팅에서 보아 온 소비자들은 곧 '또 하나의 팔아먹으려는 수작'이라고 이것을 치부해 버릴 것이다. 그들은 식상함 만큼이나 얄팍함에도 질려있다.

이런 시대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반짝 아이디어가 아닌, 보다 진지하고 연구된, 완성도 있는 꿈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타벅스를 통해 하워드 슐츠가 제안한 커피에 관한 완성도 있고 연구된 꿈, 우리가 쉬이 얘기하는 창의성은 엉뚱한 기발함이 아닌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이미 모든 것이 포화될 대로 된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꿈꾸면서도 여기에 진지함과 연구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인재들은 가끔 조용하거나 차분하기도 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활발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보일 수도 있다.

시대가 바뀌어, 요즘 들어 존경받는 상사는 '지식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어느 사안에 대해 조사하여 보고서를 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직원들에게 '자 들었지, 다들 움직여'라는 식으로 무조건 채근하고, '이걸 보고서라고 써가지고 왔어' 라며 집어 던지는 방식들은 이제 좋은 채찍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먼저 스스로 연구하여, 누구는 이런 부분에 대해 조사해보고, 누구는 이와 관련하여 이러 이러한 사람을 만나보고, 누구는 관련 법률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라고 조목조목 지시하는 리더가 차근차근 진정성을 가지고 요긴한 것을 꿈꿀 수 있는 21세기형 리더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대는 서로에게 더 존중할 것을 명하고 있다. 기업이 주도했던 시대, 카리스마가 주도했던 시대에는 강하고 진취적인 리더십이 큰 견인차가 되었지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서는 '그에게 귀기울이도록 만드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

톰 피터스는 이러한 능력을 '이야기를 하는 능력(Story-telling)'이라 말했다. 진정한 리더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던지며, 그 이야기 속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요점만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참으로 갖추기 어려운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에서 하나의 악이 있다면 그것은 조급함이다. 조급함은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고 눈멀게 한다. 속도가 경쟁력을 주도했던 시대는 애지녁에 끝이 났다. 시대가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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