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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Gall Street?'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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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새벽, 미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의 고급 주거지역에 경찰차들이 들이닥쳤다. 바로 얼마전 한국인 3명이 살해된 끔찍한 일이 터졌던 터라 주민들은 가슴을 또 한번 쓸어내렸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져 나온 사람은 베어스턴스의 펀드매니저이던 매튜 탠닌(46).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3명이 아니라 수백만, 수천만명을 '피해자'로 만든 중범죄자이다.

그가 동료인 랠프 치오피(52)와 함께 운용하던 구조화 파생상품 관련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7월 문을 닫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실태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신호탄이 됐다. 펀드 투자자들은 2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다.

같은날 미 검찰과 FBI는 모기지 관련 사기혐의로 무려 400여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사상 최대의 금융위기라는 규모에 걸맞게 사상 최대의 사법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경제 관련 사건이 늘 그렇듯, 사법당국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사실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는 이들에게만 적용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이틀전까지만 해도 "유동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앨런 슈워츠 전 베어스턴스 CEO는 정말로 유동성 문제를 몰랐을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모기지 부실이 곪을대로 곪은 뒤에도 틈만 나면 마이크를 잡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무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었다. 이들의 이메일이나 전화통화를 뒤져보면 탠닌과 치오피간에 오간 내용과 거의 비슷한 이런 대화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서브 프라임 문제가 심각한데요"
"일단 인출사태가 나지 않도록 '문제없다'고 안심시키는게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광범위한 사법적 단죄에 나선 것은 월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과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탐욕과 무책임에 환멸을 느끼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월스트리트' 는 '골 스트리트(Gall Street) '라는 속칭으로 통한다. ('the gall'은 구어로 '철면피'를 의미한다).

"중세 마녀사냥처럼 '골 스트리트'의 배부른 철면피들을 화형시켜야 한다, 그들은 왜 늘 살아남아서 우리 옆에 있는가"
서브프라임 부실 관련자들의 체포소식을 담은 언론 기사에 달린 과격한 댓글은 미국인들이 월가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미국 절도범들의 평균 절도금액은 1만5000달러이며 이들은 평균 3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 '월 스트리트 맨'은 그때까지 받아온 거액의 연봉에 두둑한 퇴직금까지 챙길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영영 월가에 복귀할수 없게 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새로운 직장에서 새 얼굴로 고객을 맞는다.

그만한 대가를 챙겨왔으면 손실에 대해 최소한 도의적으로라도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노블리스 오블리주'일텐데, 적어도 '골 스트리트'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10년전 'IMF'를 겪은 우리 주변에도 '실수였다'는 한마디로 과거를 덮어 버리고 다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골 스트리트 맨'들이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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