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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촛불, 강해지면 안된다

[제비의 여의도 편지]

제비의 여의도 편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입력 : 2008.06.27 15:46|조회 : 17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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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이명근 기자
ⓒ이명근 기자
# 2008년 5, 6월은 뜨거웠다. 자발, 자유, 창조로 대표되는 촛불 이벤트는 강했다. 즐기는 시위는 목숨 건 투쟁보다 매서웠다.

비폭력 문화는 21세기에 맞았다. 시위에 나선 이들조차 놀라며 뿌듯해 했다. 일방 독주 권력은 축제 앞에 머리를 숙였다. 쇠파이프도, 화염병도 좀체 하지 못했던 일을 촛불 축제가 했다.

약한 촛불, 강해지면 안된다
이명박(MB) 대통령은 실책을 인정했다. 참모들은 물러났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은 촛불을 통해 전달됐다.

촛불은 미국 정부도 흔들었다. 국민이 바랐던 재협상까지는 아니지만 추가협상을 했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아냈다. 촛불의 힘이다.

#촛불의 힘은 '약함'에 있었다. 물리적 힘이 없었기에 오히려 힘이 있었다. 이 촛불이 약하되 강했던 힘을 버리고 무조건적인 강함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느 순간 때리고 막고 또 때리는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됐다. 경찰은 폭력 시위를, 시위대는 과잉 진압을 문제 삼는다. 이슈는 없고 "때렸다" "맞았다"의 목소리만 들린다.

촛불이 '약함'을 버리고 '강함'을 선택하면서 축제는 사라졌다. 촛불은 '깃발'에 가려졌고 나부끼는 깃발의 힘에 촛불은 오히려 꺼져가고 있다.

촛불 광장을 메웠던 토론은 사라졌다. 반대 의견은 가차없이 묵살되고 매도된다. 합리는 사라졌고 '재협상'과 'MB OUT'만 남았다. 이게 아니면 모두 '적'으로 규정된다. 촛불과 함께 소통도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6월10일의 밤은 아름다웠다. 그 날의 촛불, 모임 자체가 '승리'였다. 그 날의 촛불은 '건강을 보장 받고 싶으니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달라'는 요구였다.

생활이 걸린 이 촛불의 무서움은 이미 전달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쇠파이프보다 더 강한 저항임을 확인했다. 생존권이 위협 당하면 바람에 쉽게 꺼지는 약하디 약한 촛불로도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촛불 광장을 메웠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노래의 가사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 거리를 메운 시위 참여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시위 때문에 고달픈 전경도, 장사를 망친 그 지역 상인들도, 바쁜 길을 못 가는 운전사들도 국민이다. 그리고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주권자의 것이다.

노자가 말했듯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놓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인다." 강함으로 고립되기 전에 멈춰서 촛불의 감동이 남기를 희망한다.

유모차 부대, 샐러리맨, 젊은 청년 등 촛불 시위를 주도했던 많은 이들이 6월10일의 대감동을 연출한 뒤 한발 물러서 있듯 이제는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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