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사전심의, 어떻게 바뀔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광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방송광고에 대한 정부의 사전심의를 위헌 판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고업계가 방송광고 발전의 걸림돌로 간주하던 정부의 규제가 이번 판결로 사라졌다.

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광고업체들과 광고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사전심의가 사라짐에 따라 앞으로 심의가 어떤 형태로 변경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방송사의 사전심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후심의라는 방안이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는 가장 바람직한 방송광고 심의방안으로 사전심의는 해당 방송사의 자율심의로 이관하고, 사후심의는 방송통신위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처리돼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대부분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심의제도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심의규정의 주체만 다를 뿐 각 방송사가 나름대로 특성을 살려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

미국은 각 상업방송사가 자사의 심의규정을 제정하고, 일본은 민간방송연맹의 기준에 따라, 그리고 영국은 1990년 방송법에 의해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가 방송광고 규정을 제정하고 ITC 관할의 모든 방송사는 ITC 코드에 따라 사전심의를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각 방송사마다 광고심의부서를 운영, 광고회사가 사전에 제출하는 스토리보드 등을 검토해 심의하는 형태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방송사의 승인을 얻은 후 광고제작에 들어간다.

한편 전문가들은 방송광고의 사전심의가 민간 자율로 이관될 경우, 해당 광고로 문제가 발생하면 광고주와 광고회사뿐만 아니라 방송사 등 심의기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광고업계에 모처럼 들린 희소식"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사전심의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비자들의 시선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사전심의보다 더 철저한 자율심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