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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본 3개의 죽음

[홍찬선칼럼]서로 다른 레닌, 톨스토이, 이삭성당 농노의 죽음

홍찬선칼럼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투경제방송 부국장대우 |입력 : 2008.07.07 21:27|조회 : 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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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본 3개의 죽음
러시아에서 3개의 죽음을 보았다.
길고 모진 겨울이 끝나고 백야(白夜)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러시아에서
가슴 저미는 3개의 너무 다른 죽음을 보았다.
하나의 죽음은 붉은 광장의 중앙에 자리 잡은 레닌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의 죽음은 야스나야 뽈라냐의 조용한 숲 속에
따사롭고 고즈넉하게 쉬고 있는 톨스토이의 죽음이다.
하나의 죽음은
‘아름다운 광장’의 조화를 깨고
‘붉은 광장’으로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타까운 죽음이고,
다른 하나의 죽음은 비석도 없는 초라한 무덤이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버리고 무위(無爲)를 실천함으로써
소설보다 더 영원한 생명을 얻은 감동적인 죽음이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하는(?) 레닌의 죽음

러시아에서 본 3개의 죽음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이 일어났던 쌍뜨뻬쩨르부르그에서 공산당사로 쓰이다 지금은 국립사회과학연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앞에는 유명한 레닌동상이 서 있다. 레닌의 전매특허인 바버리코트를 입고 오른 손에 베레모를 든 모습이다. ‘단신이었던 레닌은 바버리코트로 작은 키를 커보이게 하려고 했고, 노동자의 앞에서 서서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베레모를 벗고 앞서 나간다’는 게 공식적인 설명이다.

이 동상에 대해 쌍뜨 뻬쩨르부르그에 있는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대학의 한 교수는 색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레닌이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들고 서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그 교수만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쌍뜨 뻬쩨르부르그는 물론 러시아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해석인 듯 하다.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계속 그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풍자해서 만들어낸 말로 보인다.

‘붉은 광장’의 러시아 말은 ‘끄라스나야(Krasnaya) 광장’이다. 끄라스나야는 ’붉다‘는 뜻과 ’아름답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원래는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으며, 이곳에 붉은 곳은 거의 없다(레닌 묘는 붉은색이다). 레닌이 이곳에서 ‘붉은 군대’를 사열한 이후로 ‘붉은 광장’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버림과 무위, 그리고 사랑을 실천한 톨스토이의 죽음

러시아에서 본 3개의 죽음


숲 속의 소박한 톨스토이의 묘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어렸을 때 톨스토이의 형인 니콜라이가 줄곧 “이 숲에는 푸른색의 막대기가 있는데, 그 막대기를 찾은 사람은 전 세계 인류를 이해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 톨스토이가 죽으면서 가장 사랑하던 셋째 딸에게 “형이 얘기하던 그 숲의 계곡 앞에 묻어주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불후의 명작인 “전쟁과 평화”(4만5000루블)와 “안나 카레니나”(5만5000루블)의 인세를 받지 않고 고통 겪는 농민들에게 쓰도록 해서 부인과 불화를 빚었다. 그는 13명의 자녀를 낳아 8명을 귀족학교를 보내지 못하고 손수 키우고 톨스토이의 집필을 돕기 위해 평생을 희생했던 부인과 자녀들(셋째 딸은 제외)과 사이가 벌어져 82세의 누구를 이끌고 가출한 뒤 객사(客死)하는 비극을 겪었지만 ‘자기 것’을 버리고 ‘농민’을 사랑하는 삶과 철학을 죽음으로 실천한 것이다.


성당 짓기 위해 목숨 잃은 10만여명의 농노의 죽음

러시아에서 본 3개의 죽음


러시아에서 본 세 번째 죽음은
쌍뜨 뻬쩨르부르그 이삭성당에 뿌려진 10만여 명의 농노 죽음이다.
‘주님을 모시는 성스러운 집을 짓는데 짐승을 쓸 수 없다’며
오로지 농노만의 힘으로 40년 동안
수십톤의 대리석을 옮기고 수은을 섞은 금박을 입히며 수많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에서 3개의 죽음을 보았다.
길고 모진 겨울이 끝나고 백야(白夜)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러시아에서
본 가슴 저미는 3개의 죽음,
서로 다른 모습인 3개의 죽음이
가볍게 떼어놓은 삶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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