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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헌옷을 버리면서

CEO 칼럼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입력 : 2008.08.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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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헌옷을 버리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옷장 정리를 한다.

특히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나 진달래꽃 화사하게 피기 시작하는 새 봄이 왔을 때나 가을 찬바람으로 반팔 티셔츠가 썰렁해질 때쯤에는 으레 한 번씩 옷장 정리를 하곤 한다.

우선 입을 옷과 버릴 옷을 구분한 뒤 입을 옷 중에서도 철 지난 옷은 옷장 깊숙이 집어넣고 제 철인 옷은 꺼내기 쉬운 장소에 옮겨놓는다.

옷장정리를 할 때마다 요즘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마다 실제로 입는 옷은 겨우 2~3벌에 불과한데 옷장에는 30년 전 결혼식 때 입은 정장부터 때때로 장만한 양복까지 십 수벌이 걸려있다. 바지나 티셔츠, 와이셔츠도 마찬가지이다.

그중 반 이상은 몸에 맞지 않거나 유행이 지나 입을 수 없는 옷들이다. 마치 매미가 벗고나온 허물 같은, 이제는 다시 입을 가능성이 없는 헌 옷들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은 미련함에 다름 아니다.

옷장 정리를 시작할 때는 앞으로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들은 당연히 재활용함에 방출할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화끈하게 상당한 분량을 버리는 쪽으로 분류를 해놓고 기분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재활용함에 버리러 가는 단계가 되면 자주 입었던 옷은 애용하던
옷이라는 이유로, 사놓고 별로 입지 않았던 옷은 아직은 멀쩡한 새 옷이라는 이유로, 심지어는 허리가 작아진 옷은 체형관리를 하면 다시 입을 수 있다거나 허리가 커진 옷은 나이가 들면 허리크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이유를 대다가 아무 이유도 생각나지 않을 때는 계속 보관을 하면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까지 붙여가며 다시 옷장 속으로 되돌려 놓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낡은 옷가지 몇 점만이 재활용함에 들어가고 말 뿐이다.

자아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며,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것이 없으니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것은 주면서 살자는 등의 좋은 말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십 년 된 헌옷 하나도 막연한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특히 옷을 재활용하는 것은 입을 수 없는 옷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입지 않는 옷을 다른 사람이 입도록 양도를 한다는 개념이 아니겠는가?

아직은 다른 사람이 입어도 좋을 만한 옷을 방출해서 남들이 다시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재활용인 것이다.

관념에 사로잡혀 도사라도 된 듯이 말만 앞세우기보다는 헌옷 하나라도 제대로 버릴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시민이 되는 것이 나라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금년은 환갑이 되는 해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화끈하게 옷장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장롱에서 잠자고 있던 헌 옷가지들을, 익숙한 것에 대한 작은 미련들을 멀리 시집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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