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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00일… 그 7가지 클루

머니투데이
  • 진상현 기자
  • VIEW 8,643
  • 2008.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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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그 빛과 그림자-上 : 점화에서 발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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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DB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촛불 시위'가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이제 차분하게 촛불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촛불의 역동성을 긍정과 창조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를 위해 7가지 분석틀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복잡다단한 촛불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촛불 시위의 거센 불길을 당긴 것은 미국의 한 도축장에서 강제로 일으켜져 도축을 당하는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모습이었다.

지난 4월말 MBC PD수첩을 통해 이 동영상이 국내에 공개된 후 다우너 소는 광우병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진짜 광우병' 소가 아닌 다우너 소는 '진짜'인 광우병 소보다도 더 강력하게 광우병에 관한 우려를 온 사회로 확산시켰다. 이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이 실제 일상을 지배한다는 철학 개념이 시뮬라크르(simulacre) 이론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시뮬라크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기타치는 대통령'의 광고가 주는 친근한 이미지가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디지털과 인터넷은 시뮬라크르의 강력한 확산 통로다.

◇리좀 VS 수목형=리좀(rhizome)은 식물학 용어로 대나무의 뿌리줄기처럼 줄기가 변해서 생긴 땅속 줄기를 말한다. 중심을 두고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것이 수목(나무)형이라면 리좀은 비중심적이고 우발적이고 자유로운 과정이다.

촛불 시위의 전개과정은 '리좀'을 연상시킨다. 상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지 않는다.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접속하며 행동을 결정한다. 중간고사가 끝난 학생, 연예인 팬클럽 회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계층이 시위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리좀적 특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철저하게 수목형이었다. '명박 산성'을 쌓고 물대포를 쏘고, 80년대식 시위 진압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사회 코드'를 읽지 못한다면 정부든 기업이든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

◇집단지성의 명암= 촛불 시위 와중에 새롭게 부각된 개념 중 하나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형성하는 집단의지적 능력이 개개의 개체가 갖는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촛불 시위는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내고, 미국을 추가 협상에 나서게 함으로써 집단지성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촛불은 집단지성의 위험성도 함께 보여줬다.

'이명박 OUT' 등 정치적인 구호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촛불은 상당부분 공감을 잃기 시작했다.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대오가 이탈됐다. 사회학자 스로비키는 "대중의 사고가 동질되거나 중앙통제가 강화되거나 분산될 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변할 때 집단은 더 이상 '지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집단지성이 항상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공명효과= 촛불 시위는 스스로 조직화를 이뤄냈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비군 복장의 안전요원들이 등장하고, 의료지원팀이 생겨났다. 흥을 돋우기 위한 악단, 음료를 제공하는 음료지원팀까지 나왔다. 어느 시위보다도 '이질적'이었던 '촛불 군중'은 어느 때보다도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원동력은 '공명 효과(resonance effect)'에서 찾을 수 있다. 공명은 서로 다른 계 사이에서 에너지와 정보의 손실없이 자유롭게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동조해 진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불거진 이번 촛불 시위는 '건강' '검역 주권'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이슈가 되면서 공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과 휴대폰 등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과 사회 불안요소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공명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나비효과= 촛불 시위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의외성'이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당연히 체감하게 되는 '충격'은 더 컸다.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촛불 속에서 확인한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2008년 5월의 첫 촛불 시위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또는 막연히 연예인의 공연을 기대하면서 청계광장에 나온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다"며 "이들 중 대다수가 중고 여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나들이 하듯이 모인 몇몇 학생들의 '선동(?)'이 수만명의 군중 시위로 발전하리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우리 사회의 '의외성'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언제든, '나비 효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캐스케이드= 달라진 토론 문화도 촛불 시위의 주요한 축이 됐다.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 주장과 댓글을 실시간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이른바 '디지털 캐스케이드(폭포)'다. 자유분방하고 빠른 의사소통 방식은 강력한 여론을 형성하는 경로가 된다. 다만 쏟아지는 폭포수를 되돌릴 수 없듯이 한번 방향성이 형성되면 되돌리기 힘든 '광폭함'도 내포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 촛불 시위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색채도 강하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기능성과 엄격성을 부정한다. 시위는 전혀 시위 같지 않았다. 놀이를 즐기러 나온듯한 학생들도 있었고 남자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나온 미니스커트 차림의 아가씨도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 등 포스트 모더니즘이 중시하는 가치들이 촛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용어설명>

시뮬라크르(simulacre): 순간적으로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모든 사건 또는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를 가리키는 철학 개념이다. 포스트 구조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프랑스 들뢰즈가 개념을 확립했다. 들뢰즈가 생각하는 시뮬라크르는 모델과 같아지려는 복제가 아니라 모델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단순한 흉내나 가짜(복제물)와는 구분된다.

리좀(rhizome):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가 함께 저술한 '천개의 고원'의 서문에서 제창된 개념이다. 대나무의 뿌리 줄기와 같이 줄기가 변해서 생긴 땅속 줄기를 말한다. 중심이 없고 시작도 끝도 없다. 항상 중간, 존재의 사이, 간주곡을 의미한다. 우발적이고 자유로운 과정이다. 중심을 두고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수목형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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